공동체·인간

디딤돌 2015. 10. 9. 17:27


자연의 품에 다시 안긴 황새가 마음 놓고 살아갈 환경을 조성하면서 생산한 헤이세이 26년 쌀입니다.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최대한 줄였고 벼가 자라는 기간에 화학비료도 일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잔류농약이 국가 기준의 10분의1 이하이므로 안심할 수 있습니다. 쌀의 재배 방법과 잔류농약의 검사 결과는 당연히 공개합니다. 황새가 살아가는 논에 오시면 1년 내내 온갖 생물이 깃들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과 황새의 건강을 위해, 토요오카 농촌과 농민이 사랑과 정성으로 재배한 쌀로 맛난 밥을 짓고 싶으신가요? 주문해주십시오.”

 

위 글은 황새공생부가 있는 일본의 농촌, 효고현 토요오카시에서 소비자에게 지역 농산물을 홍보하는 문구다. 시중의 보통 농산물보다 가격이 많이 비싸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인식하는 일본인들이 선뜻 구입하는 토요오카시의 농산물은 물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다. 농약을 사용한다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황새들이 위험해지는 까닭이다.


우리보다 먼저 복원을 시도한 일본도 지나친 농약으로 1971년 텃새였던 마지막 황새를 잃었다. 625의 유탄과 농약으로 감소되던 우리는 마지막 수컷을 1971년 밀렵꾼의 총탄으로 잃었고, 홀로 남은 암컷은 1994년 동물원에서 생을 마쳤다. 하지만 21년 만에, 아니 44년 만에 텃새로 부활할 가능성이 타진되는 중이다. 지난 938마리의 황새가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된 것이다.


1996년부터 복원 연구에 들어간 교원대학교 연구팀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황새를 시작으로 개체를 150마리 이상 늘렸고 자연 적응을 위한 체계적 훈련을 마친 젊은 황새 8마리를 시작으로 첫 방사에 들어갔다. 현재 예산군이 마련한 황새공원과 그 주변 마을의 논, 예당저수지 근처에 안착해 잘 살고 있다고 연구진은 전한다. 그 중 전북 남원시와 경기도 화성시 주변의 논으로 날아간 황새도 있다고 밝힌 연구진은 정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황새 한 쌍이 가족을 꾸려 살아가려면 30만 평의 온전한 들판이 필요하다고 연구자는 주장한다. 주로 논과 호수 주변의 습지에서 미꾸라지나 붕어, 개구리와 뱀을 잡아 먹는 황새가 8마리가 방사되었으니 모두 짝을 이루면 120만 평의 청정한 논이 있어야 한다. 예산군은 황새마을을 조성하면서 지역 농민에게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도록 부탁했고, 농민들은 받아들였다고 한다.


계속 방사할 황새와 텃새가 될 황새가 낳을 후손들은 황새마을에 남을 수 없다. 먹이를 놓고 경쟁에 들어가면 새끼들을 제대로 키워낼 수 없으니 다른 농촌으로 날아갈 텐데, 그 논에서 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는다면 텃새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황새 복원을 연구하는 이들은 유기농업의 확대를 간절하게 원하지만 농부들이 모두 호응할 가능성은 없다. 농약 사용을 중단하면 수확이 뚝 떨어지지 않던가.


황새가 날아다니는 농촌이 늘어나면 유럽처럼 도시 근교나 근린공원까지 황새가 날아올 수 있다. 그런 세상에서 산다는 건 참 근사할 거 같다는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황새를 지키느라 수확량을 희생한 농민을 도와야 한다. 툐요오카에서 생산한 농산물처럼, 많이 비싸더라도 흔쾌히 사먹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런 행동, 뿌듯하지 않은가? (푸른두레생협 소식지, 2015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