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7. 7. 20. 10:29


지독했던 가뭄 뒤의 단비는 순식간 장마로 이어졌다 이런 날씨에 농작물은 잘 버틸지 모르겠는데, 하천의 생명들은 위기를 맞았다. 가뭄을 이기려 농부는 물을 찾아 작은 하천 바닥을 파헤쳤는데, 국지성 호우로 이어진 이번 장마는 바싹 말랐던 강바닥을 휩쓸지 않았나. 강줄기가 제 모습을 찾으면 민물고기도 안정을 되찾을까? 확신하기 어렵다. 이번 장마와 관계없이 우리의 크고 작은 하천은 대부분 썩어가는 4대강의 본류와 이어지지 않았나.


장마가 끝나지 않았건만 근린공원에서 매미들이 운다. 장마가 곧 마무리될 거라는 듯 다부지게 운다. 혹독한 가뭄과 예년에 없던 국지성 장마가 들이닥쳐도 계절은 어김없이 변한다. 그걸 매미는 예측하는데 도시에서 유난히 목청이 높다. 밤에도 우는 건 물론이고 비가 내려도 멈추지 않는다. 그만큼 도시에 나무가 적고 불빛이 강하기 때문일까? 장마 뒤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 귀뚜라미가 바통을 잇겠지.


자연의 소리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선사한다. 어려서 자연에서 뒹굴던 기억은 나이 들어 상상력을 북돋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확장한다. 생물이 다채롭게 어우러지는 자연에서 사람도 태어났기 때문일 텐데,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를 벗어나지 못한 요즘 어린이들은 자연을 거의 모른다. 자동차 소음에 시달리고 텔레비전 스피커와 휴대폰과 이어진 이어폰에 매달릴지언정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도시에 오래 거주한 성인의 사정도 비슷하다. 매미가 시끄럽다는 민원은 아파트 완충녹지의 나무를 밑동까지 잘라내게 만들지 않았나.


도시의 매미는 무던하다. 아니 대안이 없는 걸까? 매미 유충을 끌어안았던 나무들을 베어낸 자리에 일제히 외래수종을 심었지만 아파트단지의 매미 소리는 진정되지 않았다. 다행이라 여겼는데, 언젠가부터 장마철에 맹꽁이가 운다. 올해도 어김없는데, 어디에서 왔을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녹지의 후미진 곳에 빗물이 고이나본데, 그 빗물이 마르기 전, 보통 보름 정도의 기간이면 맹꽁이는 알에서 올챙이로, 올챙이에서 성체로 변태해 주변의 녹지로 퍼질 것이다


혹독했던 가뭄은 국지성 장마가 만든 물구덩이를 금방 마르게 했는지 빗소리에 장단 맞추며 며칠 울던 맹꽁이가 다시 조용해졌다. 짝을 찾은 걸까? 알 하나하나가 동동 떠서 빗물을 따라 흐르다 웅덩이에 멈추며 올챙이로 서둘러 변하는 맹꽁이는 올 여름에 나타난 국지성 장마에 이은 뙤약볕에 속수무책일지 모른다. 물웅덩이가 금세 마를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억수 같은 빗속에 참으로 우렁차게 울었다. 어떤 때는 낮에도 울었다. 오랜만에 자연의 소리 속에서 단잠을 이룰 수 있었는데, 이상타. 맹꽁이가 울던 완충녹지에서 석유 냄새가 난다.


맹꽁이 소리가 시끄럽다고 누군가 석유를 살포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후 맹꽁이가 울지 않는다는 점인데, 장마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매미는 벌써부터 목청을 가다듬었다. 매미는 온전할 수 있으려나. 어떤 소음 전문가는 매미 소리를 자동차 소음과 비교해 측정 수치를 들먹이던데, 이른 봄이면 짝을 찾아 나무 사이를 바빠 오고가며 울어대는 까치는 인천의 한 아파트단지 녹지에서 수난을 당했다. 시끄럽다는 민원으로 전봇대처럼 나무 중간 부분을 모조리 잘라낸 게 아닌가.


터전을 잃은 까치들은 근린공원으로 이어지는 녹지에서 우왕좌왕하며 길을 하얗게 만들었다. 그 길을 지나는 이들은 까치 똥을 조심해야 하는데, 그 옆 아파트단지에서 생각하기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를 일찌감치 그만둔 16세의 소녀가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하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 인터넷에서 만난 선배 언니에게 전한 사건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소녀는 지능이 비상했다는데 자연의 혜택에서 멀었을지 모른다.


초등학생 살해 사건이 까치가 쉬던 나무를 잘라낸 행위와 뚜렷한 인과관계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잃은 사람은 자연과 가깝게 사는 사람에 비해 이웃과 소통하기 어려워하고 참을성이 약한 건 분명해 보인다. 대도시 고층 건물의 후미진 골목에서 낯모르는 이와 눈이 마주치면 얼른 피하지만 녹음이 풍성한 산에서 눈을 마주하면 반갑게 인사하며 지나간다. 녹지가 풍부한 도시는 그렇지 않은 도시보다 범죄율이 낮다. 친구보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에 마음을 빼앗기는 청춘들은 맹꽁이와 매미 소리를 시끄러워할까?


이문재 시인은 최근 경향신문 칼럼에서 별이 총총 빛나는 밤하늘을 지저분하다고 투덜대는 유치원생 소식에 안타까워했는데, 우리는 지금 자연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게 아닐까? 속도와 목표만이 숭상되는 회색도시에서 성공을 위해 친구가 적인 세상을 만들어놓은 건 아닐까? 도시에서 생활 속의 감성을 되살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기계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보자고 그 시인은 제안했는데 방법은 무엇일까?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닐까?


자동차가 늘어나면 아무리 도로를 확충해도 소용없다. 자동차 속도에 일상을 맞추는 시민들은 막히는 도로에서 짜증을 내지만 대중교통과 걷기에 리듬을 맞추면 생활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5분 걸어 다정한 이웃을 만날 수 있는 녹지가 확보된 도시에서 범죄는 크게 줄어들 게 분명하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의 모습이 그렇다. 온갖 나무가 울창하고 물고기가 노는 습지를 가진 녹지를 자주 찾는 시민은 맹꽁이와 까치를 싫어할 리 없다. 반짝이는 별을 지저분하게 생각할 리 없다. 범죄가 난무하는 회색도시에서 시급한 일은 무엇일까? 더 높은 빌딩과 더 빠른 도로일까? (지금여기, 2017.7.19.)

 
 
 

도시·인천

디딤돌 2014. 10. 17. 23:16


지난 96일 저녁, 인천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퇴근길을 재촉하며 시민이 휴대전화로 무지개를 촬영하자 신호 대기하던 승용차 운전자도 휴대전화를 차창 밖으로 꺼냈다. 무지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뛴다고 시를 쓴 영국의 워즈워드는 나이 들어 설레지 않게 된다면 차라리 죽은 게 낫다고 읊었다. 나이와 관계없이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떨린다는 건데, 워즈워드만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요즘 도시는 무지개를 연출하지 못한다. 내린 비가 대기 중에 수증기를 흠뻑 남겨야 햇빛이 빨주노초파남보 스펙트럼으로 펼쳐지는데, 도시의 열기가 금방 말리기 때문이리라. 농경지가 콘크리트보다 넓고 숲과 습지가 아스팔트보다 넓었던 시절 드물지 않던 소나기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일지 모른다. 그만큼 회색도시는 삭막하다.


전국은 시방 황금물결이다. 해마다 익은 벼가 연출하는 이맘때 광경은 한 세대 전 인천에도 흔했지만 지금은 부평의 삼산동에 국한돼 있다. 삼산동의 황금물결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과거처럼 드넓지 않아도 시민에게 가을의 넉넉함을 선사하는 풍경이 이어지려면 도시 농경지의 가치를 인식하고 보전하려는 정책이 중단되지 않아야 할 텐데, 손바닥만큼 남은 삼산동 들판을 바라볼 때마다 불안하다.


삼산동 시민은 인천의 다른 지역에 사는 이보다 무지개를 자주 만날 거 같다. 주변에 아파트가 빼곡할지언정 한바탕 소나기 이후 반짝 햇살이 비칠 때 대기가 한동안 촉촉할 게 아닌가. 하지만 삼산동 무지개도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인근의 고속도로와 거대한 아파트 단지의 무더운 공기가 습기를 이내 제거할 것이므로.


시민이 필요한 농작물의 지극히 일부만 보충하는데 그치는 도시의 농경지는 거둬들이는 농작물의 양이나 가격보다 존재 가치가 크다. 농경지가 갖는 습지의 기능은 도시의 풍수해를 그만큼 완충하고 지하수맥을 유지해주지만 녹색에서 갈색으로 이어지는 논밭은 회색도시에서 지친 시민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한다. 도시 어린이에게 생산의 참모습을 알게 해주며 자신이 먹는 음식의 원천을 깨닫게 한다.


지난 104일로 16일간 경기장을 북적이게 한 아시안게임은 끝이 났지만 18일부터 1주일 동안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바통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신축된 경기장들이 1주일 더 활용되겠지만 이후 뚜렷한 계획이 세워졌는지 시민들은 알지 못한다. 서구의 주경기장도 물론이지만 선학동 체육관도 농경지에 세워졌다. 앞으로 신축 경기장은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농경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물경 80억 달러의 예산으로 세운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선수촌은 벌써 폐허를 방불케 한다고 해외언론은 전한다. 겨울에도 따뜻한 곳에 급하게 만든 동계올림픽 경기장이라도 대회를 마치고 찾아오는 이용자가 많다면 시설이 유지될 텐데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천연가스를 팔아 챙긴 돈으로 호화스럽게 치룬 국제경기는 끝나자마자 후유증에 시달리는데, 4년 뒤 평창은 후유증 없는 대회를 계획할 수 있을까?


평소 한산하던 평창 알펜시아는 생물다양성협약 제12차 당사국 총회가 열리자 북적거린다. 평창 알펜시아가 동계올림픽 이후 다시 활기를 찾을지 알 수 없지만, 소치보다 훨씬 추운 곳이니 희망을 버리지 않을 텐데, 인천은 아무리 생각해도 막연하다. 문학경기장도 숭의축구전용경기장 설립 이후 텅텅 비는데 선학동 하키경기장은 말해 무얼 하랴. 농경지로 환원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까?


축구와 하키 인구를 늘리려면 문화를 여가를 위한 시간과 돈이 충분해야겠지만, 먹고살기 위해 버둥대야하는 시민에게 남의 일이다. 회색도시에 지쳐가는 시민에게 번듯한 경기장은 위안이 되지 않는다. 솔직히 따져보자. 예산과 이용자가 없어 방치해야 한다면 차라리 예전 농경지로 차차 환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텃밭을 원하는 시민이 점점 늘어가는 이때, 민원의 향배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시민의 가슴을 무지개가 가끔씩 설레게 하도록. (기호일보, 2014.10.17.)

 
 
 

도시·인천

디딤돌 2013. 8. 21. 08:04


에어컨이 혼수품으로 등극한지 오래되었지만 아무리 더워도 선뜻 켜기 어렵다. 아이가 더위에 지쳐도 차가운 물과 선풍기로 모면하려는 엄마의 행동은 국가적 전력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희생이 아니다. 생산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전기를 마구 낭비해도 누진세가 부과되지 않는 산업체와 달리 가장 비싼 전기요금을 감당하면서 누진까지 감내해야 하므로 꾹 참는 거 뿐이다. 그렇다고 시원한 그늘로 피신하기도 어렵다. 회색도시는 돈 쓰지 않는 자에게 조용하고 시원한 여름을 보장하지 않는다.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이 여름날, 무서운 햇볕을 가로지르는 일은 위험하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 차가운 과일을 깎아 먹거나 시원한 물로 몸을 씻는 편이 나은데, 요즘은 그도 조심해야 한다. 누가 어떻게 재배해 유통시킨 과일인지, 믿을 만한 물인지 신경쓰게 된다. 수확 후 오래 운송하면서 많은 농약을 뿌리는 수입과일이라면 피하 게 좋다. 지구온난화 여파로 위도와 고도를 높이는 국내산 과일이라도 농약 성분은 남아 있지 않은지 따지게 된다. 녹조가 끈적끈적한 낙동강에서 받는 지역이라면 수돗물은 끓이고 정수해도 흔쾌하지 않을 듯싶은데, 한강은 아니 그럴까.


엡스타인이라는 미국의 환경의학 교수가 사람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이 50퍼센트에 이른다고 주장했다는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사실 암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젊은이가 암 수술한 뒤 회복중이거나 악화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만, 노인의 암을 주목하는 이 드문데, 암이 전에 없이 늘어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암의 원인인 발암물질의 양이 점점 늘어나고 독성이 강해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발암물질은 대부분 자연 물질이 아니다. 물론 발암물질에 노출된다고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면역력이 높으면 잘 견뎌내는데, 면역력마저 요즘 약해진 걸까.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백 년 전에 폐렴, 독감, 결핵, 세균성 질환, 심장 질환이 많았고, 암은 8번째였다고 한다. 사망자의 4퍼센트에 불과했다는데, 자동차 사고가 빈발하는 요즘, 암이 압도적 사망원인 1위로 등극했다. 아무래도 자연에 없는 물질, 예를 들어 석유화학제품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텐데, 석유화학물질은 생태계 순환에 동참하지 않는다. 더운 날 차가운 물과 음식을 많이 먹으면 탈이 난다. 갑자기 낮아지는 체온을 정상으로 맞추려 몸이 뜨거워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하긴 더운 날 그늘에 앉아 삼계탕 같이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몸이 시원해지는 걸 느낀다. ‘이열치열이라지만, 더운 날 선뜻 뜨거운 음식을 찾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몸을 강제로 식히는 차가운 음식에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든 첨가물이 많다.


담뱃잎은 자연물질이지만 대량생산되는 요즘 담배는 다르다. 수많은 자연, 또는 화학물질이 잔뜩 들어가 있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나도 전혀 썩지 않는 햄버거와 피자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제품인 과자나 음료, 화학물질인 렙으로 덮어 배달되는 음식은 아니 그럴까. 우리는 한평생 일인 당 320킬로그램의 화학물질을 섭취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썩지 않게 만드는 농약이나 신선한 듯 보이게 하는 색소만이 아니다. 음식을 부드럽거나 쫀득쫀득하게 하거나 눈과 코를 자극하는 화학물질들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성장호르몬도 빼놓을 수 없다. 소와 돼지, 닭과 오리와 같은 공장식 축산만이 아니다. 양식 물고기도 마찬가지인데, 앞으로 합법화된다면 개고기는 아니 그럴 것인가.


옷을 자주 갈아입는 요즘, 옷 한 벌 당 1500개에 달하는 초미세플라스틱이 세탁기를 빠져나간다고 한 연구자는 밝혔다. 요즘 우리가 입는 많은 옷은 석유화학물질이다. 도시마다 배출하는 생활하수 속의 초미세플라스틱은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들면서 어패류의 몸에 들어가고, 그 플라스틱은 결국 사람의 몸으로 스며들 것이다. 한데 초미세플라스틱에서 멈추지 않는다. 2011311일 이후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은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먹이사슬을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농축되는 방사성물질은 몸속으로 들어가 머물 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방사능을 몸에 직접 쏘이기 때문인데, 대표적 방사성물질인 세슘과 스트론튬은 반감기가 30년이다. 먹성 좋은 방어나 참치에 농축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플루토늄은 자그마치 24천년이다.


최근 국무총리가 포함된 정부 고위관리들이 물회 시식장면을 연출했다. 감동한 자 누구일까. 일본산 해산물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은 일본 수상이 흐뭇해할 그 희생적 시식 장면을 보고 어리둥절해야 했다. 우리 소비자를 걱정해야 할 이 땅의 고위관료가 아니었나. 그 모습을 본 시민들은 후쿠시마 해역에서 잡은 물고기였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며 역겨워했는데, 이 여름에 우리는 어떤 물회를 먹어야 하나. 양식 물고기를 택할까? 양식 물고기도 공장식 축산인 소와 돼지와 닭과 오리처럼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주요 사료로 먹인다. 앞으로 개 사육과 도축을 법으로 견인할 경우, 다시 말해 법으로 한국은 개 식용 국가라는 걸 국제사회에 선포하게 된다면, 사육과 도축업자들은 경쟁적으로 개마저 공장식으로 키울 게 틀림없다.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송곳니 뽑아 밀집해 사육하며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이겠지.


밥맛 잃기 쉬운 이 여름, 무얼 먹어야 하나. 둘러봐도 당기는 게 없다. 턱턱 숨이 막히니 일도 버겁다. 집 말고 돈 들이지 않고 쉴 공간이 이 도시에 없으니 눅눅한 선풍기 바람 받으며 오수를 즐길 수밖에 없다. 일은 잠 안 오는 밤으로 미뤄야겠다. 여름이 특히 뜨거운 스페인의 오랜 문화, ‘시에스타가 부러워진다. 맞다. 움직이기 어렵게 무더우면 쉬는 게 순리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여름철이면 축 늘어진다. 수업시간을 줄여서라도 여름방학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 학생은 물론 교사도 더운 날은 더욱 지친다. 움직이면 몸이 뜨거워지니 학생들은 허겁지겁 차가운 음식을 찾을 것이다. 몸에 맞지 않은 음식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나이 들어 고생할 수 있다.


자칫 몸을 망칠 수 있는 이 여름에 충분히 쉬지 못한다면 음식이라도 잘 먹어야 한다. 조상이 살아온 이 땅에 먹을 게 없을 리 없다. 차가운 음식은 멀리하고 화학물질 첨가물이 많은 패스트푸드를 외면하며 일본 해역을 지나간 해산물과 유전자조작 사료를 먹인 공장식 축산물을 피할 음식은 많다. 조상처럼 자연스런 음식을 찾는 거다. 더울수록 농약 뿌리면 간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땀 흘리며 김을 매 재배한 유기농산물로 식구 또는 친지와 음식을 직접 차려 나누는 일이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농촌의 유기농 생산자에게 고맙고 미안해해야 한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식구의 건강을 도모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은가.


여름을 건강하게 견디려면 근원적으로 녹지와 농토와 습지를 많이 조성해 이웃과 땀을 흘린 뒤 쾌적한 그늘에서 맘 편히 쉴 수 있는 도시를 가꾸는 일이 중요할 텐데,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에어컨에 기대기보다 적당한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자. 그편이 자연스럽다. 운동을 하며 마음 나눌 이웃이 곁에 있다면 몸과 맘 뿐 아니라 사회의 면역력도 높아진다. 여름은 더워야 정상이다. 여름이 더우면 가을이 풍성하다. 입추가 지났으니 머지않아 귀뚜라미가 바통을 이을 터. 어느새 새벽바람이 시원해졌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속출하지만 계절이 아직 멀쩡하게 흐르니 고맙지 아니한가. 자연스러움으로 도시의 여름을 배웅하자. (지금여기, 2013.8.19.: “불볕더위의 도시에서 생존하려면?”으로 제목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