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3. 12. 28. 16:51


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폭 국가인 일본에 원자력 발전소가 집중된 데에는 장기 집권해온 자민당 정권의 역할이 컸듯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 밀집된 원자력 발전소 역시 집권당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그동안 언론과 원자력 발전 당국은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이나 비경제성이 시민사회에 알려지는 걸 막았고, 신설이나 수명 연장의 부당성을 외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봉쇄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에서는 민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의견을 낼 기회마저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다음에 폭발할 원자력발전소는 어느 국가에 있을까?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김익중 교수는 망설임 없이 한국을 가장 위험한 국가로 지적한다. 어떤 이론을 복잡하게 내세우든 관계없이, 경험상 발전 시설이 많을수록, 사용 기간이 길수록 폭발 사고의 순서와 일치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프랑스가 더 위험해야 마땅하지만, 한국을 손꼽는 데는 관리와 운영의 비합리성 문제가 있다.


원자력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최대 350만 주민이 거주하지만, 한국은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려 든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직후, 가동하던 54기를 전부 중단했지만, 그 밖의 노후 시설에 대해서는 원자로 폐쇄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또한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나 신설 계획 또한 신설을 공식 폐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현재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원전의 재가동을 시도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신설 계획을 진행하려는 목적에서 관련 위원회를 가동하려고 한다.


열도 해안을 따라 배치된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들이 지진대와 무관하지 않지만 큰 논란이나 거센 저항 없이 건설되고 중단 없이 가동된 이유는 관련 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의 노골적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도 비슷하다. 지진 위험성이 낮다는 핑계로 발전 시설을 거주 지역 가깝게 밀집시켰다. 경주에서는 방사성물질 처분장 부지에 바위가 부서지고 바위틈으로 지하수가 흘러넘쳐도 공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양국 모두 원자력발전의 위험성보다 경제성이 과대평가되어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도입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차질 없는 국가 발전을 내세우는 한국의 원자력 발전 산업계는 시설을 추가하고 노후 시설의 수명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는 물론 독립 과학자의 의견을 거의 청취하지 않았다. 합당한 정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을 고려해 마련한 원자력 관련 법조차 외면할 때가 많았다. 원자력 발전을 이끄는 전문가와 관료, 언론이 깨지지 않는 동맹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핵동맹을 특정 대학의 원자력 공학자들이 주도하며 정치가와 기업가는 물론 금융계와 종교계까지 아우르고 있어 시민사회의 의견은 스며들 기회가 차단되었다.


한편, 산업화가 빚은 환경오염으로 먼저 고통스러웠던 일본은 한국보다 시민사회운동의 역사가 길고 뿌리가 깊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의 시민사회운동은 재생 가능 에너지 시설의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태양이나 바람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발전 비용을 독일처럼 정부에서 지원할 때 민간에서의 활용 비중은 커질 것이다. 독일은 민간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할 때 전력회사에서 공급하는 전기 가격보다 높은 생산 원가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발전 비용 차액을 지원한 덕분에 가정과 교회의 지붕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산등성이나 해안에 풍력발전 시설을 세울 수 있었다. 목장 지대에서는 가축 분뇨로 전기를 생산해 지역 공동체가 나누어 쓰고 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발전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마을 공동체는 더욱 가까워졌다.


독일의 경험을 적극 수용한 일본은 변하고 있다. 민간의 재생 가능한 전기 생산은 현재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어떤가. 2002년 도입되었던 발전 비용 차액제도가 2012년 폐지되면서 민간 차원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에 대한 관심은 옅어졌다. 민간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대신 발전사업체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 비율을 늘리도록 의무화했지만, 그 성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돌이키기 어려운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한, 자국의 원자력발전 시설을 모두 폐로하거나 점차 줄이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바람에 해산물을 먹거나 수출하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전문가들은 갑상선 암과 백혈병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원자력 발전 시설의 자국 내 확산이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발전 시설의 수출에 관심이 높다. 이들은 재난에서 교훈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납품할 원자력발전소 부품의 성적을 위조해온 기업의 비리가 밝혀졌는데도 한국정부는 아직 안전 관리와 감시 업무를 독립시키지 않았다. 후쿠시마 이상의 폭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빗나가길 희망한다면, 한국 정부는 원자력 안전 관리감시 기구에 소비자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인사 참여를 독려하면서 핵동맹의 영향권을 배제해야 한다. 나아가 감시기구의 지위를 원자력 발전 당국보다 격상해야 한다. 무엇보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부활시켜 민간 차원의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비율을 높이고 설계 수명을 마찬 원자력발전소의 폐쇄를 단행해야 한다.(<르몽드 세계사 3>, 40-41쪽, 휴머니스트, 2013.12.16)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3. 4. 6. 11:07


  지난 311일은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4기의 반응로가 연쇄 폭발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환경단체가 핵발전과 핵폐기물의 치명적 위험성을 알렸고 몇 생활협동조합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나누는 행사를 축제처럼 펼쳤다. 때를 같이해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의 소식을 전하는 사진집 한 권이 발간되었다.

 

후쿠시마의 동물


미국의 저널리스크 앨런 와이즈먼은 인간 없는 세상에서 사람이 갑자기 떠나면 그 자리를 고양이가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폭발 19일 뒤 사람이 모두 사라진 지역을 방문한 사진작가는 아직 고양이가 맹수가 못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사람 품에서 사료에 의존하든, 길거리에서 음식 쓰레기를 뒤지든, 안정된 먹이가 없다면 야성이 남은 고양이도 방사능이 뒤덮인 공간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걸 일깨웠다.


330일부터 3개월 동안 17차례, 사람들이 허둥지둥 떠난 지역에 자원봉사자들과 들어간 사진작가는 고양이 56마리, 13마리, 13마리를 구조했다. 그러면서 굶주려 죽어간 동물의 실상을 취재한 사진작가는 죽음의 땅에 남겨진 동물들의 참상을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로 적나라하게 전했다. 그이는 다가오는 고양이나 개, 그리고 닭은 일부 구조할 수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비쩍 마른 돼지와 소, 그리고 말은 가져간 사료를 던져주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중단해야 했다. 뒤에 들어간 당국에서 살처분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땅값이 구소련의 체르노빌보다 비싸서 그랬을까. 일반적으로 폭발 지점에서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의 주민을 내보냈던 체르노빌과 달리 일본은 반경 20킬로미터 이내의 주민을 소개하는데 그쳤다. 방사능이 탈출 반경 내에 머무를 리 없어도 당국이 정한 위험 공간의 방사능 준위는 당연히 밖보다 높을 터. 안전해졌다는 근거도 없는데 떠난 주민들이 당국의 허가를 일부러 받아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애지중지하던 집안의 반려동물을 두고 나온 이는 발을 동동 굴렸을 텐데, 축사의 가축은 얼마나 처참했을까.


누군가 문을 연 축사의 가축은 사정이 더러 나았다. 용케 풀밭을 차지한 소는 운이 좋았다. 전자상가 주차장을 낯설게 서성이는 소도 있었지만 목이 말라 수로에 들어갔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기진맥진한 젖소도 있었다. 그 녀석들은 머지않아 수로에 머리 처박고 죽은 동료처럼 퉁퉁 불어 썩어갈 게 틀림없다. 죽어 널브러진 무리 사이에 가녀린 숨을 고르던 젖소들은 사람을 보자마자 왜 이제 나타나느냐, 어서 사료를 달라고 울부짖으며 모여들었지만 사진작가나 자원봉사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목줄이 묶인 마당의 개들은 거의 죽었다. 줄이 풀린 개들은 깡말랐지만 건네는 사료보다 쓰다듬는 손길에 더 목말라했다.


거친 사료를 허겁지겁 먹다 토하고, 다시 먹다 토하길 반복하는 개와 고양이들은 구조되어 죽음의 땅을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핵발전소 인근에서 기준치의 수천에서 수백 배 방사능에 오염된 개와 고양이는 데리고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임신한 동물도 많았을 텐데, 이미 2년이 경과한 요즘, 어떻게 되었을까. 후쿠시마 인근에서 귀 없는 토끼들이 발견되었는데, 살아남았더라도 정상적 삶은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높다. 살처분하려 들어간 총구나 독약에 무참하게 희생되었을지 모른다. 차라리 그 편이 더 나을지 모른다.

 

본성 잃은 울타리 안의 동물


모든 생명체들은 태어났으므로 행복한 걸까. 그리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태어나자마자 계란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닐봉투 속에 켜켜이 담겨 죽는 수평아리도 그런 주장에 동의할까. 부리가 잘린 채 좁디좁은 철사우리에 갇혀 허구헛날 계란만 낳아야 하는 암컷은 먹이를 끊임없이 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할까. 사료 되도록 적게 먹으면서도 빨리 살쪄 삼계탕 뚝배기에 일제히 들어가야 하는 용도로 육종된 닭은 어떨까. 인부의 억센 손아귀에 목덜미가 잡힌 채 사료를 꾸역꾸역 먹다 간이 터질 만큼 커지면 도살되는 푸아그라용 오리와 거위도 동의할까.


하루에 최소 두 번 우유를 짜내지 않으면 염증에 시달리게 되는 커다란 유방을 가진 젖소는 몸에 맞지 않는 옥수수를 시종 먹어야 한다. 산성인 사람과 달리 풀을 뜯는 소의 거대한 4개 위장은 중성이어야 한다. 그래야 미생물이 섬유소를 효과적으로 분해한다. 미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옥수수만 계속 먹으면 거품이 생겨 위가 부풀고, 폐를 위축시켜 소가 질식사할 수 있다. 그래서 용의주도한 축산과학은 위에서 몸 밖으로 구멍을 내어 거품을 빼낸다. 몸에 구멍이 생긴 젖소는 후쿠시마에서 굶주려 죽는 방사능 젖소에 비해 행복할까.


운이 좋으면 태어나지마자 어미젖을 잠시 맛볼 수 있는 돼지는 어떤가. 어미젖을 강제로 떼어내자마자, 또는 어미젖을 먹지 못한 채 어금니가 뽑히는 새끼 돼지를 보자. 수퇘지는 마취를 하지 않은 인부의 손에 잡힌 고환이 떨어져나간다. 그렇게 축사에 들어선 돼지들은 하염없이 사료와 물 먹고 배설하며 쑥쑥 자란다. 그러다 축사가 비좁아질 만큼 크면 일제히 도살된다. 그때 생후 10개월 전후, 사람 나이로 10살도 되지 않지만 그 만큼 살게 해주었으므로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할까. 고기를 위해 사육되는 닭과 오리, 그리고 소의 운명도 상황은 돼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비참한 사육 환경에 개도 포함될 수 있다.


고기나 우유, 계란을 위해 축사에서 사육하는 가축의 사정만 비참한 건 아니다. 날카로워야 정상인 발톱이 뭉툭하게 잘린 개는 외출할 때 옷은 물론이고 양말에 신발까지 신어야 한다. 우아한 걸까? 거실이나 침대에서 안기고 애교를 떨어 마트에서 수입 사료를 주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는 개와 고양이는 찬란한 삶을 사는 걸까.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에 남은 반려동물보다 나을 것으로 사람은 생각하겠지만 그럴까. 다시 생각해보자. 같은 종류의 동물을 만날 기회도 없이 집안에 갇혀 아양이 강요되는 반려동물에게 수의사가 많이 처방하는 약은 압도적으로 우울증치료제라고 한다.


하루 종일 끌어안고 부빌 정도로 예쁜 반려동물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을까. 앙증맞게 육종된 동물은 같은 품종끼리 교배해 새끼를 낳게 할 환경을 가정에서 만들기 어렵다. 타고난 본성을 잃어 면역력도 출산능력도 약화되어 전문가 아니라면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런 품종들은 집중 출산하게 하는 전문 농장에서 태어난다. 어미는 새끼들만 죽어라고 낳다가 정말 지쳐서 죽지만, 농장은 그저 새끼들만 죽어라고 낳으라고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데, 그러느라 전기를 과하게 사용하다 간혹 불이 나기도 한다. 가끔 타죽기도 하는 반려동물의 어미는 제 새끼들이 사람 품에서 애지중지 자라므로 행복해 할까.

 

사람에게 이어지는 동물의 업보


현재 어떤 생활협동조합도 개고기를 취급하지 않는다. 개를 고기용으로 육종해 위생적으로 키웠다 해도, 법으로 도축을 허가할지라도, 취급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반려 또는 애완의 목적으로 키워왔던 개를 고기용으로 매장에 버젓이 올리는 일이야 생활협동조합에서 시도하지 않겠지만, 돼지고기와 쇠고기, 닭고기와 오리고기, 계란과 메추리알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판매할 게 틀림없다. 일부 독특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조합원들이 돼지와 닭을 애완용으로 키우더라도 변함이 없을 텐데, 생활협동조합에서 파는 고기들은 비참한 사육환경에서 얻은 고기가 아니라 확신할 수 있을까.


생활협동조합에서 일본에서 수입한 고기를 팔 리 없다. 후쿠시마 인근 가축의 고기는 당연히 없다. 후쿠시마 해역을 회유하는 해산물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텐데, 우리 바다가 후쿠시마 앞바다와 이어졌듯 하늘도 이어졌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나 콩이 아니라 우리 땅의 목초를 먹이더라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반경 20킬로미터 이내보다 현저히 선량이 낮을지언정 고기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생활협동조합은 파는 고기의 방사능 수치를 엄밀 측정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한데 그 이상이어야 한다.


생활협동조합에서 취급하는 고기는 어느 정도의 사육환경에서 얼마나 자란 동물의 몸에서 얻었을까. 어린 나이에 도축한 가축이라면 먹는 이에게 행복을 전할 거 같지 않다. 그런 가축은 도축되면서, 다시 말해 죽으면서 원통해할 테고, 그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고기에 포함돼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그 방면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사람 덕분에 태어났더라도, 그러므로 행복해 해야 한다고 우기고 싶더라도, 사람이나 가축이나 반려동물이나, 타고난 생명을 어느 이상 구가한 뒤라야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산물도 마찬가지다. 알을 낳지도 않은 어린 생선은 취급하지 않는 게 생활협동조합다운 일이다.


가축의 업보는 그 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이어진다. “내가 먹는 거 바로 나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연스러워야 건강하다. (푸른두레생협, 20134월호)

 
 
 

자원·에너지

디딤돌 2012. 5. 25. 09:50

   후쿠시마 핵발전 4호기와 우리나라

 

미국에 다녀와 미국의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발표한 현 정부는 울진에 핵발전소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결정을 내린 관료가 현 정권과 다른 의지를 가진 정권을 만났다면 다른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누가 보아도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동의하지 않을 게 분명하지 않던가. 유권자나 다음세대까지 갈 것도 없다. 이어질 정권조차 현 정권의 조치를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의 연결성은 보장하는 게 옳지만, 대중의 지지는커녕 대다수의 합리적 반대를 권력으로 무력화하고 강행한 독선이었다면 철회되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2011311일 활성 지진대 위에 지은 일본 후쿠시마의 핵발전 시설 4개소는 건설 당시 계산에 넣지 않은 지진과 그에 따른 거대한 쓰나미로 돌이킬 수 없게 파손되었다. 그 여파로 얼마 지나지 않아 치명적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한결같이 설계수명을 넘기고 연장 운전하던 노후 시설이었는데, 그 중 4호기는 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추고 있었다. 지진으로 파괴된 압력용기의 틈으로 냉각수가 빠져나가자 치솟는 핵연료의 온도를 견딜 수 없는 핵발전 시설 4개소는 모두 막대한 방사성 물질을 내뿜는 수소폭발로 이어졌는데, 그 후 1년 이상 지난 지금,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들은 안전해졌을까. 우리나라까지 더는 방사성 물질을 보내지 않을까.


내부에 설치한 연료봉 속의 핵연료가 분열하면서 고온 고압으로 물을 끓이는 정치가 압력옹기다. 두께 20센티미터 이상의 강철로 만든 그 압력용기에 금이 생기면 냉각수가 빠져나갈 텐데, 냉각수를 연료봉 높이 이상 보충하지 못하면 수천 도의 온도로 치솟는 핵연료는 지르코늄 합금으로 형성된 연료봉을 녹이며 수소를 배출하게 만든다. 작고 가벼운 수소가 압력용기를 빠져나가더라도 제거되지 않으면 발전소 외벽 안쪽에 고일 테고, 농축되면 결국 폭발한다. 후쿠시마의 1호기에서 3호기가 그랬다.


지금도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1호기에서 3호기의 깨진 압력용기에서 냉각수는 여전히 샌다. 하지만 다시 보충하는데 성공했으므로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본 정부가 주장하니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녹아내려 덩어리로 뭉친 핵연료에서 방사능이 워낙 거세게 분출되는 까닭에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만일 어떤 이유로든 냉각수 보충이 원활하지 않기 되면 다시 수소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체르노빌처럼 폭발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히로시마나 나가사키보다 강력한 핵폭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점검 중이라 압력용기 안에 핵연료가 없던 4호기도 수소폭발했는데, 이젠 안전해졌을까.


분열을 멈추지 않는 핵연료 때문에 깨진 압력용기 안에서 끓어 넘치는 수증기는 방사성 물질을 여전히 분출한다. 어렵사리 냉각수를 보충하게 된 이후 근근이 폭발을 막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지진이 발생해 냉각수 보충이 차단된다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까진 압력용기에서 빠져나가는 냉각수를 다시 그 압력용기에 넣는 방식으로 안전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동경전력은 순환되면서 방사성 물질을 고농도로 농축하는 냉각수가 늘어나는데 골머리를 않는다. 필터로 방사능 수치를 낮추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오염된 냉각수를 바다로 내보내려 할 텐데, 그 여파는 우리가 먹는 해산물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작년 311일 이후 며칠 동안 냉각수가 빠져나간 압력용기를 향해 바닷물을 막대하게 퍼부었고, 그 물은 그대로 바다로 나갔다. 그로 인해 우리가 수입하는 일본산 해산물에 방사상 물질이 무시할 수 없는 농도로 들어가 있는데,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남은 셈이다.


4호기는 30년 넘게 사용했던 핵연료를 수조에 보관하고 있었다. 한데 지진으로 그 수조가 깨지며 기울어졌고 여전히 핵분열을 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냉각을 위해 순환시키던 수조의 물이 바닥을 드러내자 연료봉 속의 사용 후 핵연료의 온도가 급히 상승하게 되었다. 반감기가 수십에서 수백 년인 방사성 물질 뿐 아니라, 24천년인 플루토늄이 상당량 포함된 사용 후 핵연료는 발전 중인 핵연료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분열하기에 몹시 뜨겁다. 따라서 반드시 냉각시켜야 안전한데, 그런 냉각수가 사라지면서 사용 후 핵연료는 연료봉을 녹였고 결국 새어나온 수소가 폭발해 발전소 외벽을 너덜너덜하게 뜯어내고 말았다. 폭발한 4기의 핵발전 시설 중 가장 처참했을 만큼 폭발력이 강했고, 분출된 방사성 물질도 많았을 게다.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는 서너 뭉치의 연료봉이 담긴 압력용기와 달리 수십 뭉치의 사용 후 연료봉과 막대한 무게의 냉각수를 담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대단히 많은 양의 냉각수를 순환시켜야 보관된 사용 후 핵연료의 온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데,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4호기의 수조는 현재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색평론124호에서 일본의 전문가는 몹시 비관적이다. 강력한 방사능으로 전자부품이 망가져 접근할 수 없는 까닭에 로봇 대신 사람이 다가가 수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가까스로 처리했다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건데, 진도 6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수조는 무너져 냉각수를 쏟아낼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진도 6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높아서 기정사실로 여겨야 할 정도라고 한다.


수조가 무너져 30년 동안 보관한 사용 후 핵연료가 발전소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면 작년 311일 이후 후쿠시마에서 분출된 방사성 물질의 10배 이상 대기로 방출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후쿠시마 일원은 이후 영원히 버림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전문가는 더 끔찍한 사고를 상정한다. 연료봉을 녹이며 들어붙을 핵연료가 임계질량을 넘기면 이제껏 실험조차 하지 못한 규모의 핵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그런 폭발이 발생할 경우, 방사성 물질로 뒤덮일 일본은 죽음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우울해하는 전문가는 수습된 듯 선언하는 일본 정부를 행해 농담할 때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파멸이 목전에 있다고 개탄한다. 활성 지진대에 핵발전소를 지은 일본의 내일은 시방 불안한데, 일본의 사정에서 그칠 것인가.


     일본과 거리가 가까운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대의 서쪽에 있으므로 마냥 안심해도 좋을까. 일본 해역에서 거침없이 수입하는 해산물에 방사성 물질 오염이 심상치 않는 마당이다. 후쿠시마에서 핵발전 4호기가 다시 폭발한다면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로 지금까지 고통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이상으로 치명적 피해가 몰려올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공기와 물, 땅과 음식,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없게 될 터인데, 30년 설계수명을 다한 고리1호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한 우리는 일본보다 더 안전하다고 감언이설로 주민들을 조롱하며 울진에 핵발전소를 추가하려고 한다. 한국은 파멸되지 않을 것인가. (지금여기, 201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