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6. 6. 30. 17:30


덥다. 에어컨이 자연스러운 계절이 돌아왔다. 누진세 겁나는 가정은 머뭇거리더라도 전기료를 원가 이하로 납부하는 산업체는 에어컨을 벌써부터 펑펑 가동하지 않을까? 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가동이 대부분 멈춘 상황에도 전력은 전에 없이 남아돌건만 핵발전소를 추가하려고 지역 주민들 괴롭히는 정부는 전기료 인하를 구상한다. 신혼산림으로 등록된 지 오래인 에어컨을 아끼지 말라고 속삭이는 겐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에도 전력이 모자라지 않았던 일본은 여름이 우리 이상 무덥다. 에어컨을 모를 때 더위를 슬기롭게 견뎠던 사람들은 장만해놓은 에어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일본도 마찬가지일 텐데, 화석연료 과소비가 만든 지구온난화는 에어컨을 부르고 에어컨은 발전소의 가동을 부추긴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소보다 많은 온배수를 내놓는 핵발전소는 주변 지역을 무덥게 만들겠지.


후쿠시마 사건 이후 자국 핵발전소의 가동을 즉각 중단한 일본은 슬금슬금 재가동을 서두르는데, 후쿠시마 앞바다의 방사능 오염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방사능에 치명적으로 오염된 지하수가 여전히 태평양으로 하루 수천 톤 흘러들기 때문이다. 압력용기라고 말하는 핵발전소의 보일러 안에서 맹렬하게 핵분열하던 막대한 핵연료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상황을 전혀 통제할 수 없다.


지진과 쓰나미 충격으로 전기가 차단된 후쿠시마의 핵발전소들은 핵분열하며 물을 끓이던 핵연료들을 공기에 노출시켜야 했다. 수증기로 증발한 만큼의 물을 보충할 수 없었던 까닭인데, 보통 크기의 담배 필터보다 작은 지르코늄 합금관 속의 무수한 핵연료들은 허공에서 섭씨 6천도 이상 달아오르며 합금관을 태웠고 쇳물처럼 녹아 커다랗게 들러붙으며 20센티미터가 넘는 강철 압력용기를 간단하게 뚫었을 것으로 전문가는 판단한다. 압력용기를 뚫은 핵연료 덩어리는 1미터가 넘는 콘크리트마저 뚫었고 그 아래 땅을 연실 녹이며 시방 지하수와 만나고 있으리라.


분열 중인 핵연료를 안전하게 담을 기술과 그릇은 현재 어디에도 없다. 앞으로도 없을 텐데, 떡처럼 들러붙은 핵연료로 오염된 지하수는 발전소 측에서 아무리 끌어올려 정화해도 적지 않은 양이 흘러나가는데, 그 지하수에 포함된 온갖 방사성 물질은 5년 동안 태평양으로 확산되었다. 그 중 지옥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플루토늄은 쇠보다 무거운 만큼 후쿠시마 연근해의 바닥에 고농도로 흩어질 테고, 해양생물의 먹이사슬을 거칠수록 축적되었을 게 틀림없다.


방사성 물질마다 방사선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다르다. 1그램으로 60만 명을 폐암으로 사망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방사선을 내뿜는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24천년이 넘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플루토늄을 비롯해 방사성 물질을 5년 이상 태평양으로 막대하게 확산시켰고, 수많은 어패류와 고래에 암을 안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증거를 제시하며 주장하는데,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자국민에게 태평양 참치를 자제하라 당부한다. 먹이사슬의 거의 마지막 어류인 만큼 방사성 물질이 고농도이기 때문이다.


광활한 태평양을 바라보던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앞으로 수만 년 이상 방사성 물질을 내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짐작한다. 우리 동해를 마주보는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태평양보다 훨씬 좁고 수심이 낮은 동해는 어떻게 될까?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가로막힌 동해는 확산이 더딜 수밖에 없다. 동해안에서 잡는 해산물은 후쿠시마 앞바다보다 안전할 수 없다.


우리 동해안에 20기 가까운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그 중 고리핵발전소 1호기는 머지않아 가동을 마치겠지만 드러난 여러 정황을 미루어 안전을 당장 확신하지 못한다. 경주시의 월성핵발전소의 상황도 긍정적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프랑스와 달리 운영과 통제가 철저히 분리되지 않은 까닭에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데, 통제가 부족한 상황은 어김없이 부정부패와 비리를 낳는다.


중국 동해안과 한반도에 둘러싸인 황해는 동해보다 수심이 낮고 좁을 뿐 아니라 확산이 거의 어렵다. 최대 10미터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하루 두 차례 밀고 써는 서해안은 갯벌이 드넓게 형성돼 있다. 갯벌은 다채로운 어패류의 오랜 산란장이요 터전이다. 덕분에 우리는 풍요로운 해산물을 끊임없이 맛볼 수 있었다. 육상에서 가장 높은 영양분을 생산하는 논보다 10배 이상의 해산물을 사시사철 제공해주던 우리 서해안이 오염된다면?


일본 도쿄는 허용기준치의 5배 가깝게 방사능으로 아직도 오염돼 있다. 2020년 올림픽이 개최될 때에도 사정이 비슷할 텐데, 도쿄는 후쿠시마와 200킬로미터 떨어졌지만 서울은 전라북도 영광과 180킬로미터 떨어졌을 뿐이다. 설계수명이 끝나가는 영광의 한빛핵발전소가 수명을 연장했던 후쿠시마의 예처럼 폭발한다면 황해와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중국도 걱정을 안긴다. 10억에 가까운 인구가 집중된 중국 동해안에 모여드는 핵발전소는 아직 젊다. 하지만 중국은 핵발전소 관리와 통제가 분명하지 않다. 환경단체의 감시 활동마저 없다. 우리나라보다 핵발전소의 수가 아직 적지만 현재 짓고 있거나 예정된 발전소를 감안할 때 머지않아 우리를 훌쩍 넘을 텐데 중국 동해안의 핵발전소는 우리를 항구적으로 위협한다.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바람이 불어오고 구름이 몰려오지 않던가.


우리 서해안의 갯벌은 예로부터 천혜의 식량 공급원이다. 만에 하나, 황해 연안의 핵발전소가 폭발한다면 서해안의 갯벌은 후쿠시마보다 치명적인 독극물로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막대한 해산물을 포기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서해안에서 온배수를 얻는 석탄화력발전소도 오염을 피하지 못할 텐데, 우리는 전기 사용량을 조금도 줄이지 못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자국 핵발전소 17기 중 9기를 끈 독일은 202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햇빛이나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겠다는데, 독일보다 햇빛이 강한 우리나라는 재생 가능한 전기를 외면할 뿐 아니라 전기 소비의 효율화에 도무지 관심이 없다. 핵발전소에서 넘치도록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일 텐데, 핵발전소는 더욱 늘어날 태세다. 덥다. 숨이 턱턱 막힌다. (작은책, 2016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