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2. 1. 4. 09:00

 

지긋지긋했던 2011년이 가고 2011년 흑룡의 해를 맞았다. 1999년에서 2000년이 될 때, 세계는 날짜 변경선을 따라 축포를 올리며 열광을 했지만, 사실 그때 별 감흥이 없었다. 시간이 매듭이 없는데, 사람이 정한 시간 단위가 바뀐다고 세상이 뭐 달라지겠나 생각했을 뿐이었지만 이번엔 뭔가 다른 기분이다. 2012년은 2011년의 과오를 분명히 씻어낼 것이라는 어떤 희망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혹독했던 지난겨울 서두른 ‘4대강 사업만이 아니다. 작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세계 여러 국가에 경각심을 불어넣어 핵발전소 폐쇄로 이어졌건만 우리는 아니었다. 지하수가 줄줄 세는 암반에 핵폐기물 처분장을 강행하는 만행은 중단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일본이 주춤할 때가 곧 기회라는 듯, 핵발전소 추가 도입을 결정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열릴 올해, 유권자는 2011년의 과오를 충분히 응징할 수 있다.

 

2012년이 상서로운 건, 법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국회의원을 뽑고, 뒤틀어진 산하를 바로잡을 대통령을 선출할 기회가 온다는 데 크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를 상징하는 용의 해, 그 중에서 흑룡의 해라고 하니 기대가 더 크다. 흑룡답게 많은 비를 뿌려 이 땅의 악습을 씻어내고, 꽉 막히거나 뒤틀어진 자연을 원상복원 하리라는 데 있다. 물론 상징적인 동물인 용에 무얼 기대한다는 건 과학적이지 않다. 합리적도 아니다. 하지만 요사이 내리는 비는 예년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작년도 대단했으니 올해에 기대가 된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강제로 뒤로 역행하게 한 악습도 선거 뒤 새로 올라간 흑룡이 정리하지 않겠나.

 

2012년은 임진년(壬辰年). 북쪽을 뜻하는 은 검은색을 의미한다고 한다는데, 검은 건 깊은 물의 색도 그렇다. 머물던 깊은 물이 뜨거워지면 흑룡은 하늘로 오르고, 장대비가 이내 퍼붓듯 내릴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물이 뜨거워지면 수증기의 발생은 늘어난다. 늦은 여름까지 제주도 연안에 남아 극성을 부리는 북태평양고기압과 더불어, 늦여름부터 강수량이 막대해지는 남중국은 연실 물풍선들을 대기에 올린다. 그 물풍선들은 때마침 부는 편서풍을 따라 한반도로 향하다 시베리아 인근의 대륙에서 확장하는 고기압을 만나 터진다. 국지성호우가 빈발하는 거다. 작년 서울 우면산에 산사태가 일어나게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도시든 농촌이든, 산촌이든 어촌이든, 가리지 않는 물풍선은 대형 보 관리자들이 근무하는 ‘4대강 사업구간이라고 피할 수 없다. 10미터가 넘는 16개의 대형 보들은 대략 1억 톤의 강물을 가로막을 예정이란다. 그래서 수면이 오른 인근 농촌은 지하수가 벌써부터 올라와 농사를 포기할 정도다. 흐르지 않는 강물은 쌓인 모래와 더불어 썩어갈 테니 농업용수의 가치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상류 지역에 국지성호우가 퍼붓듯 내린다면? 느닷없이 강력하게 몰리는 수압을 견디지 못한 대형 보는 그만 무너질 수 있다. 단위 시간에 내리는 강우량의 양에 따라 다를 테지만, 작년 이상으로 퍼붓는다면, 관리자들도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높다. 상류의 대형 보가 무너지면? 고인 강물을 미처 빼내지 못한 하류의 대형 보는 당연히 무너질 것이다. 도미노처럼.

 

농경사회를 지배하는 용은 낙타의 머리, 사슴 뿔, 쇠귀와 뱀 목, 잉어 비늘과 매 발톱, 그리고 호랑이 주먹을 가졌다. 신령한 동물의 조합이다. 신령한 동물은 백성을 해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4대강 주변의 농민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당장은 위험천만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처해야 한다. 삽으로 대비할 수 없으므로 농민은 지방정부에 요구하면서 4대강 사업의 문제를 호의적인 언론과 ‘SNS’라는 매체에 익숙한 시민단체에 위험성을 부단히 알려야 한다. 그렇게 출마하려는 선량 후보들을 4월 안에 압박해야 한다. 홍수는 보통 4월 이후에 발생하므로 4대강 주변의 농민들은 예비후보들이 난립하는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작년의 위세 이상이라면 흑룡이 퍼붓는 강우량은 현 정부가 저지른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할 텐데, 대통령 선거가 있는 12, 유권자들은 어떤 지도자에 용포를 입히려 할까. 굳이 힌트를 주지 않아도 상식에 준하는 유권자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행동할 터. 문제는 4대강 사업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핵발전소의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현 정부의 의지대로 핵발전소가 추가된다면 어찌될지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후손에게 죄짓지 않는다.

 

지금까지 핵발전소가 폭발한 국가는 안전상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그 구조와 속성상 안전을 확신하며 운영할 수 없는 핵발전소의 특성처럼, 핵발전소가 많은 국가 순서대로 사고가 발생했고, 그 지역은 버림받았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핵발전을 차차 상쇄할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의 발굴은 우리보다 햇빛과 바람의 세기가 낮은 독일만의 대안일 수 없지 않은가. (지금여기, 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