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4. 1. 16. 11:06

 

19661020.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영웅 아베베가 방한했다. ‘9.28 서울수복기념 제3회 국제 마라돈 대회참석을 위해 온 아베베는 1960년 로마올림픽과 1964년 도쿄올림픽을 연속 제패해 명성이 드높던 한국전쟁 참전 군인이었다. 인천역에서 서울시청까지 42.195킬로미터를 시종일관 1위로 달린 그를 주안의 경인국도에서 보았다. 그때가 10살이었다. 검은 고무신을 신은 우리들도 함께 한참을 달렸다. 이듬해 5월 개도 고무신을 물고 다녔던 제6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197262. 지금은 세계 최대 비정형 건축물이라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바뀐 당시 서울운동장에서 1200골 이상 넣은 브라질의 축구 영웅 펠레 소속 팀이 우리 국가대표와 친선경기를 가졌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유럽 명문 팀의 경기에 익숙해진 요즘과 달리 축구 명가의 현란한 발놀림을 흑백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 심판의 일방적 휘슬에도 펠레가 한 골을 넣은 펠레 소속팀이 32로 승리를 챙겼다. 이듬해 10, 유신헌법이 제정되고 박정희 정권은 영구 집권의 기반을 틀어쥐었다.


오는 64일은 전국은 일제히 지방선거를 치른다. 벌써부터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지방의원의 정당공천 여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유권자 대부분은 언론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누구인지, 어느 정당 소속인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언론도 몇 군데의 광역단체장이 아니라면 거의 주목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의 됨됨이를 언론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저 언론은 스포츠 중계하듯 누가 유리한지 조사한 여론을 늘어놓을 따름이다.


청와대 일정과 연예계 일화 다음으로 요즘의 우리 언론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단연 스포츠다. 4년 전 밴쿠버에서 선전한 우리 선수들이 다음 달 7일부터 17일 동안 러시아 소치에서 얼마나 많은 메달을 딸 것인지 벌써부터 부푼 소식을 전하기 바쁘다. 모르긴 해도 그때 상당히 많은 시민들이 소치 소식에 눈과 귀를 기울일 것이며 메달, 특히 금메달 소식에 텔레비전 앞에서 환호할 것이다. 22회 동계올림픽이 종료된다고 스포츠 뉴스가 종료될 리 없다. 613일부터 한 달 동안 브라질에서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린다. 절치부심할 정치권이 유권자 눈 밖에서 타협과 거래로 독과점을 궁리할 여유는 충분하리라.


연예계 뉴스가 시민들의 눈과 귀를 자극할 때, 우연이 일치였을까? 정권은 어떤 일을 벌였다는 의혹이 번번이 일었다. 연예인 소식은 1회성으로 그치지만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은 경기 기간이 길다. 지방선거로 정치적인 국면의 전환을 모색하려는 이들은 그 기간을 잘 활용하고 싶을 테고, 그걸 경계하려는 이들도 긴장해야 한다. 경기 기간만이 아니다. 그 전과 후에도 언론은 눈과 귀를 스포츠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올해 9월에는 인천에서 제17회 아시안게임도 펼쳐진다. 정치권과 권력에게 모종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이 올해 유난히 길다.


까마귀 날아오르자 과수원의 배가 꼭 떨어진다면, 그 경우를 모두 우연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까마귀가 배를 좋아한다면 특히 그렇다. 시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십상인 연예계 소식과 더불어 우리 선수들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은 국제경기는 무시할 수 없는 이면의 관전 포인트를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 포인트를 번번이 놓친다. 동계올림픽 일정이 다가올수록 더욱 불안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금여기, 2014.1.15)

또 놀러올꼐용

 
 
 

도시·인천

디딤돌 2011. 12. 7. 07:08

 

올 가을 마지막 추수를 마친 선학동의 농지가 매립되었다. 머지않아 그곳에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위한 하키와 볼링경기장이 세워지고, 그보다 훨씬 넣은 면적은 서울의 올림픽공원 비슷한 체육공원으로 변모할지 모른다. 천덕꾸러기 농지에서 근사한 체육공원으로 괄목상대하는 걸까. 많은 이는 좋아졌다고 말할 것인데, 진정 좋아진 거로 치부해도 되나. 후손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하나 더 짓는 건 아닐까.

 

우리 국회가 한미FTA 협약을 상식에서 어긋난 방식으로 통과시킨 뒤, 청와대 수장은 존립이 불가능할 지경으로 손실을 입을 농민을 향해 수출해 돈 벌라고 다독였다. 우리나라에서 농작물을 수출한다고? 대통령은 우리 농촌에서 식량을 자급 이상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걸까. 우리의 식량 자급은 쌀을 빼면 달랑 5퍼센트 쌀을 포함해도 26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상식조차 없는 건 아닐까. 우리가 받는 밥상에 올라오는 식량의 4분의3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수출이라니. 갑자기 후손에게 미안해졌다. 국가의 진정한 독립은 식량 자급에서 비롯된다던 한 세대 전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과 달라도 한참 다르지 않은가.

 

철근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그 사이에 잔디와 조경용 나무를 심어놓으면 눈이 잠시 즐거울 수 있지만, 생명체인 우린 먹어야 산다. 인구가 모여 사는 도시에 자동차와 건물과 공장이 늘어날수록 맑은 공기가 중요해진다. 근교의 농지는 시민에게 신선한 식량과 맑은 공기를 제공하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많은 유서 깊은 도시들은 주변의 농지를 보전할 뿐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텃밭을 임대해준다. 주말에 식구나 친지하고 텃밭으로 가서 농사를 짓거나 화초를 키우는 즐거움은 자신이 사는 도시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진다고 그들은 말한다.

 

인천에 하키를 즐기는 인구가 몇이나 될까. 아니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얼마 되지 않는 하키 인구를 위해 굳이 새 경기장을 지어야 할까. 넓은 운동장을 가진 인천의 대학에 비용을 지원해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그런 선택이 예산도 절감하고 대학도 지원하는 일석이조가 아니었을까. 인천에 최신 시설을 갖춘 사설 볼링장이 꽤 많을 텐데, 굳이 거액의 세금으로 볼링 경기장을 더 지어야 하는 걸까. 임대해서 활용하는 방법을 찾으면 안 되는 것이었나. 체육공원은 인천의 여기저기에 더러 있고 그리 붐비지 않는다. 예산이 부족해 해마다 지속하던 사업마저 규모를 줄여야한다면서 불요불급한 체육공원을 농지를 매립해 기필코 조성해야 하나.

 

인천시와 연수구는 원하는 시민에게 상자텃밭을 제공한다. 작은 상자에 흙을 넣고 고추나 상추와 같은 푸성귀를 재배하려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해마다 지원 규모를 늘리겠다고 한다. 바람직하긴 한데, ‘상자텃밭은 한계가 분명하다. 지속적으로 농사를 이어가기 어렵다. 그래서 상자텃밭에 익숙해지면 사람들은 작은 텃밭을 가꿔보고 싶어진다. 선학동의 농지는 텃밭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뜻에 동의하는 지주와 협의해 구입하거나 장기 임대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 텃밭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제 손으로 가족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채소를 가꾸고 싶은 시민은 인천을 떠나야 한다.

 

콘크리트와 잔디의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방치하면 금방 지저분해지고 시민들은 이내 외면하지만 자연은 다르다.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수확하는 들판도 항상 아름답다. 선학동에 농지 역시 생긴 이래 최근까지 그랬을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도시 열섬화로 전에 없이 뜨거워지는 도시에서 시민에게 필요한 건 화려하게 꾸민 철근콘크리트가 아니다. 식량 자급률이 처참할 지경인 국가에서 농지 파괴는 무책임의 극치다. 온난화로 해외의 거대한 농지가 사막화될 위기에 있다는데, 우리는 늦기 전에 식량 자급을 최대한 도모해야 한다. 그럼에도 있는 지역의 오랜 농지를 일회용 놀이를 위해 매립한다면, 고통스러울 후손은 선조의 무책임을 용인하기 어려울 게 분명하다.

 

서구에 지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의 신축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정부에 맡기려 애쓰는 인천의 재정 상황에서, 대안을 생각하면 어떨까. 예산과 제도의 경직성 때문에 기왕 매립한 선학동 농지에 하키와 볼링 경기장을 지을 수밖에 없더라도, 경기를 마친 뒤의 대책을 세우자는 거다. 우리나라에 그리 많지 않은 하키 인구를 위한 경기장은 성남시 하나로 충분하다는데 동의한다면, 굳이 사설 볼링장의 영업을 시에서 방해할 의지가 없다면, 아시안게임이 마무리된 뒤 다시 농지로 환원하는 방안을 진작 마련하면 좋겠다. 쌀은 거의 자급하므로, 인천시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텃밭으로 개과천선토록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선학동의 농지는 더욱 아름다워질 텐데. (인천in, 2011.12.6)

졸업하고 오랫만에 들러서 글 읽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박용실? 한동안 통 만나지 못했네. 연락해주게. 011-9720-5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