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2. 5. 31. 23:00

   새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

 

여름으로 이어지는 5월 하순이면 자연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약동한다. 이른 봄에 부화해 오물거리던 애벌레들은 어느새 컸고, 새로 꾸민 둥지에서 품었던 알에서 갓 부화한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면 어미 새들은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와야 한다. 풀숲과 나뭇잎 사이, 호수와 갯벌에도 내일을 기약하는 생명들의 약동을 본다.


먼저 부화한 어린 저어새들이 어미의 보호가 미치는 곳까지 움직이며 날갯짓을 배울 무렵, 커다란 논과 이어지는 방죽에 막 변태한 두꺼비들은 오밀조밀 모여 적잖은 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기만 기다린다. 비가 내리는 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어린 두꺼비들이 방죽 옆 아스팔트를 넘어 숲으로 필사적으로 풀쩍이며 이동할 것이다. 이때 자동차 바퀴들이 일생일대 천적이 된다.


어느 정도 두툼해진 잎사귀를 갉을 수 있는 애벌레는 머지않아 번데기로 변해 외관이 화려한 나비나 수수한 나방이 되겠지만, 거의 자란 애벌레는 아직 둥지 떠나기 전인 어린 새들에게 더 없이 실한 먹이다. 애벌레의 공격을 운 좋게 피한 잎사귀는 완전히 단단해져 탄소동화작용에 전념하겠지만 가을되면 낙엽이 되어 떨어질 테지. 한낮 봄볕이 점점 뜨거워지면 굵은 봄비가 온다. 비가 굵어지면 땅속 맹꽁이들이 슬슬 채비를 할 것이다. 장마 시작할 때 알을 낳아야 여름 땡볕에 고인 물이 마르기 전까지 맹꽁이는 성체로 변태할 수 있다.


맹꽁이가 본격적으로 울기 전부터 포도와 같은 과일나무에 흔히 중국매미라 하는 주홍날개꽃매미들이 농부를 괴롭힐 것이다. 2006년 언저리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주홍날개꽃매미는 해마다 개체를 불렸는데, 요즘 줄어드는 추세라고 생태학자는 말한다. 나무줄기에 허옇게 버짐 피듯 붙여 놓은 알집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지런히 제거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런 노고가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천적이 자연에 생긴 까닭이다. 주홍날개꽃매미의 알에 기생하는 벌 종류가 생겼다는 건데, 성체를 잡아먹는 종류도 머지않아 나타나리라 기대한다. 중국에 주홍날개꽃매미를 잡아먹는 도마뱀이나 새가 있다면 우리 자연에도 있을 터.


황소 울음소리로 짝을 찾는 북미 원산 황소개구리가 요즘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건, 천적이 생긴 까닭이다. 황소개구리가 고유 생태계의 작은 동물을 마구 먹기 어렵도록 백로와 같이 습지를 성큼성큼 새들이 커다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걷어먹고, 수달이나 너구리들이 성체를 너끈히 잡아먹으면서 자연에서 개체수가 조절되기 시작했다. 황소개구리처럼 주홍날개꽃매미의 천적이 등장해 조절해줄 게 틀림없다. 처음 낯설거나 섬뜩해 피했지만 차차 익숙해지면서 통제될 것이다. 생태계에 생물다양성이 보전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인천에 논밭이 남았고 멀지 않은 곳에 자연스런 산이 보전되었을 때, 밖으로 나가면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농약 치던 논밭이 매립돼 아스팔트나 콘크리트에 뒤덮인 요즘은 통 눈에 띄지 않는다. 논에 흔했던 참개구리를 보려면 이제 논에 물이 고이는 시골을 찾아가야 할 판인데, 거기도 생물은 다양하지 않다. 단순한 품종을 농작물을 다량 파종한 경작지에 살충제와 제초가가 마구 살포되니, 개구리 소리를 들으려면 유기농을 고집하는 섬 지방으로 가야 한다.


생물다양성을 가장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습지다. 바닷가의 갯벌이 그렇고 강과 가까운 늪이 그렇다. 우포늪에 가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새 생명들로 충만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주민과 지방단체가 마음으로 보전하는 늪은 우리나라에 그리 많다. 하구의 습지와 드넓은 갯벌도 하구언과 매립으로 틀어 막혀 질식되거나 점점 위축된다. 이제 4대강도 생물다양성을 잃었다. 가장자리에 오래 쌓였던 모래와 자갈을 잃은 만큼, 사라진 강은 흐르지 못하고 쌓이기만 하는 모래더미와 더불어 썩어갈 것이다. 한데 완만하게 둑으로 이어지던 가장자리를 잃고 느닷없이 깊어진 강물은 부실한 대형 보를 붕괴시킬지 모른다. 관련 전문가들이 그런 재해를 벌써부터 걱정하는데, 정작 그 피해는 주변 생태계와 농민에게 집중될 것이다.


자연은 지위에 억매는 사람과 달리 유연하다. 아직 복원력이 남았다. 인간이 비키면 금방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 비무장지대는 물론이고, 휴식년제를 맞는 등산로와 계곡이 그렇다. 근교의 습지를 메마르게 하는 약수터를 잠시 쉬게 해도 찾아오는 생물은 부쩍 늘어날 것이다. 갯벌과 습지의 매립과 개발을 멈추고 4대강의 대형 보를 터서 물을 흐르게 하면 금방 회복될 것이다. 지리산 용담계곡을 다시 막아 부산시민의 상수원으로 수몰시키지 않아도 될 것이다. 도시 곳곳에 녹지와 습지를 만들고 녹지축으로 연결하면 공원에서 많은 자연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배정된 예산이 있으므로 공원의 나무에 살충제를 뿌리는 행위는 애벌레의 내성을 키우는 동시에 새들을 쫓아내므로, 자제해야 한다.


     지난 522일은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다. 생물다양성이 위축되는 곳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서 유엔이 생물다양성의 날을 지정하게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곧 여름이 오면 논과 주변 습지에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본격적으로 짝짓기에 나설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집사에 불과한 환경부도 인정한 보호대상종인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와 달리, 개발 예정지에 자주 나타난다는 이유로 보호대상종에서 해제하려는 맹꽁이는 터전을 지킬 수 있을까. 새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에 자연의 친구들을 걱정하게 된다. (인천in, 2012.5.29)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0. 5. 5. 14:20

 

나이 들어갈수록 느낌이 강해지는 게 있다. 이맘 때 자연이 보여주는 색이 참 좋다는 것이다. 그 이름만으로 가슴을 벅차게 한다고 어느 문장가가 이야기한 신록. 내일을 기약하는 색이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이였던 시절. 이맘 때였다. 영동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뒷좌석 제 할머니 옆에서 시끄럽게 장난하는 녀석들을 진정시킬 겸, 산록을 물들이는 신록을 바라보라고 권했더니 시큰둥했다. 파릇파릇 가녀리게 솟아나오는 자연의 신록을 우리의 신록은 아름답게 보려 하지 않았던 거다. 오히려 아이들의 할머니가 새삼 감탄하며 감상에 젖었다. 다음 세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능력을 잃은 개체는 앞으로 번식에 참여할 개체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가진다고 생물학은 이야기한다. 청소년 시기를 서둘러 빠져나가는 아이들은 그때 제 할머니가 신록을 특히 아름답게 보았던 이유를 아직도 모를지 모른다.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 길었다. 4월 중순이면 만개했던 벚꽃이 어정쩡하게 꽃잎을 벌렸다 호되게 냉해를 입었다. 오후에 잠깐 따뜻한 햇살을 받던 목련의 꽃잎은 만개하기도 전에 누렇게 변색되고 말았다. 냉해만이 아니다. 예년보다 늦게나마 따뜻해지려다 금세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꽃이 지기도 전에 잎눈을 엉거주춤 펼쳐 암술과 수술이 만날 시기가 그만큼 줄었을 뿐 아니라 가루수정에 나서야 하는 꿀벌이 좀처럼 날아다니지 않았다. 게다가 진달래와 개나리에서 벚꽃에서 목련으로 이어지던 봄꽃이 한꺼번에 뒤죽박죽 피는 바람에 추위가 진정되었던 몇 시간 잠시 벌통을 나왔던 꿀벌은 꿀을 얼마 챙기지 못했을 것이다.

 

저고리 안에 입던 조끼를 4월이 다 지나도록 장롱 안에 넣지 못할 정도로 계속된 추위가 훈훈한 바람이 불자 물러서는가 싶더니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불과 1주일 만이다. 아직 얇은 저고리는 준비하지 않았는데, 아침마다 일부러 서너 정거장 걸었던 몸은 땀으로 흠뻑 젖고 말았다. 어느새 무거워진 저고리를 벗어야 했다. 봄이 짧아졌다는 건 삼라만상의 생물들이 내일을 기약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5월에 접어들었으니 아무리 쌀쌀해지더라도 영하로 돌아가지 않을 터. 두툼한 옷은 안심하고 장롱에 넣으면 되고, 덕분에 난방비도 줄어들겠지만 가을이 진정 걱정이다. 당장 의식주 중에서 식에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우리나라만 봄이 짧아진 걸까.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경제학자들이 불안해할 정도로 늘어난 외화로 식량을 수입하면 걱정을 덜 수 있을 테니까. 한데 이번 봄철의 추위는 우리만의 사정이 아닌 듯하다. 제트기류가 북극에 묶어두었던 한랭전선이 우리나라의 봄만 냉각시킨 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 뿐 아니라 이웃 나라의 들녘까지 제철에 씨앗을 뿌리는 데 실패했다면 지구촌의 가을이 풍성할 리 없다. 아무리 큰돈을 쥐어준다 해도 자신이 굶주리면서 제 밥을 덜어주는 이는 드물다. 제 나라의 식량 사정이 어두우면 남의 나라의 어려움에 마음 쓸 여유가 없다. 그래서 올 가을이 걱정인 거다.

 

벌써부터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 소식이 들린다. 봄이 짧아진 건 분명 기상이변이고 이런 기상이변의 원인은 분명 사람이 제공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기온이 일방적으로 더워지는 현상으로 일관하는 건 아니다. 평균 기온은 서서히 올라가지만 그 과정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한다. 전에 없던 기상이변이 일상적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건 기온변화를 완충하던 자연을 인간이 위축시킨데 있다고 관련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숲을 파괴해 사막으로 만들었던 것뿐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을 직선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댐과 보로 멈칫거리게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갯벌을 매립해 콘크리트로 거듭 덮는 인천도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했다.

 

꿀벌은 생태계의 안정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사람은 꿀벌이 없다면 4년도 버틸 수 없다고 아인슈타인이 계산했다던데, 최근 우리 주변에 꿀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냉해를 입은 과수원은 이번 가을을 포기했다던데, 우리의 대책은 무엇이어야 할까. 5월이 아직 푸를 때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 (인천신문, 2010.5.11)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4. 6. 01:26

 

은쟁반을 구르는 옥구슬은 어떤 소리를 내기에 그리 상찬하는 걸까. 은쟁반도 옥구슬도 본 적 없으니 짐작할 수 없지만, 그런 표현이 필요한 상황까지 모르는 건 아니다. 동물의 거친 외마디는 아니고, 남자도 해당 사항 없다. 아주 어리거나 나이든 여성은 아닐 게고, 젊디젊어도 굵거나 허스키한 목소리의 소유자는 자존심을 눌러야 할 터. 아무래도 고우면서 밝고 활기찬 목소리가 상황에 잘 어울릴 텐데, 그렇다면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어떤 걸까. 은쟁반에 구르는 옥구슬 소리와 비슷할까.

 

흔히 높은 음역으로 곱게 올라가 빠르고 경쾌한 곡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여성 가수에게 상찬하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 꾀꼬리는 자연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우는지 궁금한데, 대부분의 사람은 꾀꼬리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까치나 참새와 달리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인가. 그럴지 모른다. 오죽하면 숨바꼭질하던 술래가 “못 찾겠다, 꾀꼬리!” 하겠는가. 하지만 울음소리는 우리 곁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은 늦은 봄부터 농익은 여름까지, 가까운 시골과 숲에 가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삣 삐요코 삐요, 삣 삐요코 삐요” 전문가의 귀에 그렇게 들리는가. 한 도감은 “히요 호호 호이요”라고 운단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모음으로 꾀꼬리의 울음소리를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테지만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어떤 이는 “호 호이호 호 호이호”란다. 아무튼, “꾀꼴 꾀꼴”은 아니다. 옛 가사에서 꾀꼬리를 곳고리새라 했다니 “곳골곳골” 운다고 본 걸까. 옛말로 ‘곳골-곳고리’는 “꽃처럼 고운 모습”이라는 설이 있나본데, 그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꾀꼬리의 자태는 꽤나 고왔나보다.

 

꿈속에서 꾀꼬리를 잡거나 품으로 꾀꼬리가 날아온다면? 머지않아 아름다운 여성을 얻거나 부와 권력과 명예를 움켜쥘 거란다. 임산부의 방으로 꾀꼬리가 날아들면 장차 군인으로 성공할 아이가 태어난다는데, 꾀꼬리가 아름다운 여성을 상징하기 때문인지 하나같이 남성이 만족할 해몽이다. 파란 하늘로 꾀꼬리가 날아간다면? 그것 참! 그런 해몽도 좋다. 어려웠던 일이 술술 풀린단다. 숲에서 꾀꼬리를 잡는다면? 젊은 남성이여, 가슴을 부풀려도 좋겠다. 예쁜 사랑을 얻는단다. 꿈에서도 상찬하는 꾀꼬리. 얼마나 예쁘기에 그럴까.

 

봄철에 천천히 산록을 오르며 풀꽃들을 유심히 보라. 애기똥풀을 포함해 유난히 노랗다. 벌을 불러모으는 색이 그렇다는 건데, 꾀꼬리가 딱 그렇다. 엷게 붉은 부리 뒤에서 눈을 지나 뒷머리까지 안대처럼 두른 띠가 검고 날개깃과 꼬리의 일부가 검지만 나머지는 선명하게 노랗다. 이마에서 정수리, 턱에서 가슴과 옆구리를 지나 배까지, 등에서 허리 아래까지 샛노란 자태를 뽐내는데, 키 큰 나무 아래의 굵은 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니 25센티미터의 몸집이라도 쉽사리 눈에 띄지 않을 따름이다.

 

이른 여름부터 아카시 꽃이 흐드러질 무렵, 햇살 눈부신 산기슭과 어두운 숲 속을 바삐 들고나는 꾀꼬리는 과연 한 송이 꽃인데, 그 소리는? 예쁘다는 언어는 적당치 않다. 아름답다 하면 그리 어긋나지 않지만, 어딘가 설명이 부족하다. 꾀꼬리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애간장을 녹이는 트로트 가수라기보다 고음과 저음을 시원시원하게 넘나드는 성악가 풍이라고 할까. 소프라노보다 메조소프라노에 가까운데, 5월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한 줄기 바람이 귀 곁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꾀꼬리의 소리는 아름답지만 결코 애절하지 않다. 싱그럽기 그지없다.

 

박목월은 ‘윤사월’에서 꾀꼬리를 노래한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윤사월이면 5월이다. 지금 대학생의 부모가 대학생일 무렵, 서울의 유명한 여자대학마다 메이퀸 선발대회를 열었다. 이른바 ‘5월의 여왕’이다. 메이퀸으로 선발되는 여학생을 보려 구름 떼처럼 몰려든 남학생으로 그 대학은 북새통을 이뤘는데, 메이퀸과 짝이 되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박목월은 ‘윤사월’에서 5월을 맞은 애절한 여인의 싱숭생숭한 마음을 보았다. 산속의 눈먼 여인이 겨우 문설주에 몸을 기대며 꾀꼬리 울음소리를 듣는다는 게 아닌가. 마음이 찡해진다. 4월 말이면 남방의 아시아에서 우리 산하로 찾아오는 꾀꼬리에게 5월은 데이트로 정신이 없을 때가 아니던가.

 

텔레비전 대하드라마로 새삼 시청자의 뇌리에 각인된 고구려의 두 번째 왕, 유리가 읊조렸다는 ‘황조가’를 들어보자. “펄펄 나는 꾀꼬리는/ 암수 서로 놀건마는/ 외로운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하며 애달픈데, 질투 끝에 본가인 한나라로 떠나고 만 부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라고 전문가는 해석한다. 짝을 정한 만큼, 너덧 개의 알을 긴 풀을 이어 만든 밥주발 모양의 둥지에 낳기 전에 나뭇잎 뒤에서 서로 희롱하고 있을 터였을 게다. 꾀꼬리의 금실은 유별스럽지 않던가. 그 모습을 본 유리왕이 잠시 처량해졌던 때가 5월이었을 게 틀림없는데, 중간고사를 마친 대학교의 싱그러운 축제도 그 언저리에 열린다.

 

조선 헌종 때의 정학유는 ‘농가월령가’에서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나니 날씨도 좋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한다.” 하며 꾀꼬리가 소리할 때 농사도 한창 바빠야 한다고 노래했다. 삼라만상의 생명이 움트고 올라오는 5월이 아닌가. 자식 키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식인인 정학유는 뽕잎을 따서 누에를 치는 동안에 면화, 수수, 녹두, 참깨를 이랑에 심고, 꺾은 갈대와 베어낸 풀을 섞어 거름하면서 무논에 서래질 해야 겨우내 양식이 모자라지 않는다는 노동요를 지은 것인데, 둥지를 거미줄로 나뭇가지에 단단히 붙이는 꾀꼬리도 그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요즘 농촌에는 살충제와 제초제가 흥건하다. 잡아먹을 곤충과 거미줄이 점점 드물어진다던데, 지구온난화도 무관하지 않겠지.

 

국민가수 조용필이 못 찾겠다고 아무리 노래해도 5월을 싱그럽게 열어주려고 우리 곁을 여전히 찾아오는 꾀꼬리. 작년 태어난 형제자매들이 이듬해 태어난 아우들을 부모와 함께 돌보기도 한다는 꾀꼬리 가족의 금실을 내년 이후에도 계속 엿보고 싶다. (전원생활, 2009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