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6. 6. 23. 15:55
 

대형 급식 사고가 또 터졌다. 장마철에 특히 잘 발생하는 식중독이 예사롭지 못한 규모로 발생한 것이다. 수도권 일원 20여 개 학교의 1200여 학생을 설사와 복통으로 동시에 병원신세를 지게 한 이번의 식중독은 계절적 요인을 넘어선다. 작년 2천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 국내 굴지의 식자재 유통업체에서 같은 사고를 반복한다는 데 그 구조적인 원인을 물어야 한다.

 

많은 이는 결국 오고야말 손님이 찾은 것으로 이해한다. 전국 87개 학교 7만여 명의 급식을 담당하는 CJ푸드시스템은 대기업인 만큼 장마철에 대비할 위생시설을 갖추었을 테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이윤을 늘이기 위해 안전이나 신선도보다 변질을 막으려 위해한 첨가물을 넣어 보관하고 영양보다 말초적 입맛을 자극하는 급식을 지속하는 한, 뜻하지 않은 손님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CJ푸드시스템은 “2002년 10월부터 2004년 4월까지 1년6개월에 걸쳐 발생한 총 5건의 대형 급식사고와 관련이 있다”고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주장하는데, 어디 그 급식회사 뿐이랴. 이번엔 규모가 커서 언론이 주목했지, 위탁급식에 의존하는 학교마다 식중독 위험은 상존하고, 실제 적지 않은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성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업체에 급식을 편의적으로 의존하는 한, 지불하는 급식비의 크기와 관계없이 초대하지 않은 식중독은 학교를 거듭 두드릴 것이다.

 

여전히 뒤늦게 68개 학교 7만여 명에게 급식중단을 명령한 관계당국은 정밀조사 결과 식중독이 확인되면 CJ푸드시스템의 영업허가 취소와 영업장 폐쇄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위탁업체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는 학생을 둔 학부모는 왠지 미덥지 못하다. 2년 전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로 환경단체와 합의하고 그를 위한 위원회까지 약속한 업체의 잇따른 사고가 우연하지 않은데, 업체의 엄살에 유달리 약했던 전례를 미루어, 이번 관계당국의 엄포가 얼마나 유효할지 회의적인 까닭이다.

 

학교 급식은 교육이어야 한다. 밥상에 둘러앉은 사람들과 먹어치우면 그만인 성가신 행사로 그치면 안 된다. 매사에 그렇듯 먹는 일, 곧 ‘식사’에도 예절이 있다. 그렇다고 식사 예절이 서양식일 필요는 없다. 여기는 칼 쥐고 고기 잘라먹는 문화가 아니다. 밥과 국과 반찬을 수저로 떠먹는 문화에 맞는 예절을 갖춰야 한다. 함께 밥 먹는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말과 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밥 한 공기에 포함된 사계절의 기운과 농민의 땀방울을 느끼고, 차려준 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연과 농민들의 노고가 없다면 우리는 생명을 이어갈 수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밥상에 차려지는 음식에는 정성이 깃들어야 하고, 식재료는 최대한 안전하고 신선해야 한다. 농수산물에 농약이나 방부제, 기생충 알이나 비닐과 같은 이물질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가공식품의 경우 방부제나 유해 첨가물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철저히 검사해야 한다. 그러자면 밥상 차리는 사람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식중독은 국내 최고의 급식업체에서 비롯되었다. 불특정다수에게 똑같은 식단을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업체는 차리는 음식을 누가 먹는지 일일이 챙길 리, 기억할 리 없다. 돈 받는 만큼 적량의 음식을 적시에 배달할 따름이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의 편식이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이웃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급식이 교육이 아니므로 학교는 학생들의 편식과 과식을 지도하지 않는다. 잔반처리가 골치 아파 아이들이 선호하는 가공식품을 식판에 자주 올릴 따름이라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좁은 식당에 전교생이 이용하거나 음식을 가져와 학급에서 점심을 먹는 과정에서 시간은 모자란데, 학생들은 떠들며 돌아다닌다. 아이들 통제하기에 지친 선생님들은 급식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 급식을 교육으로 맞이하기 어렵다. 다음 수업을 위해 빨리 먹으라고 다그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생들은 푸념한다.

 

CJ푸드시스템의 갑작스런 급식중단으로 도시락을 한동안 싸주어야 할 학부모는 모처럼 정성 기울일 기회를 가졌다. 귀찮더라도 자라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로 개성 있는 솜씨를 발휘하리라. 다시 예전처럼 도시락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이들의 식단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먹는 밥을 건강하게 차려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면 선생과 학부모는 관계당국과 함께 참여해 흔쾌히 건전한 급식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윤보다 책임과 양심이 우선인 급식을 교육으로 승화되기 위해서. (시민의신문, 2006년 7월 3일?)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도시락을 쌌으면 좋겠답니다.
그러고 싶어도 식사시간에 홀로 외따로 떨어져 밥 먹을 생각을 하니 차마 못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저녁도 급식입니다.
중학교 어떤 엄마는 부럽다 합니다.
자식 기르면서 밥 해 먹이기 부담스러워 하는 모성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엄마가 귀찮아 하는 것, 돈 받고 해나르는 사람들이 정성을 다할 리 만무합니다.
교육과 고른 영양이 배제된, 단지 엄마 손 편케 해주는 급식은 그야말로 독약일 따름입니다.
이번 사고도 정부의 늑장대처가 화를 키웠다는군요. 그래서 4번째 문단 첫 구절을 바꾸었답니다. 고1이 된 제 큰 아이는 운 좋게 풀무학교가 가서 안전하고 신선한 채식 위주의 밥을 선생님과 선배 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또 생산에도 참여합니다. 둘째도 풀무에 보내고 싶은데, 어찌될런지 모르겠네요. 늘 힘이 되는 글을 붙여주셔서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거 본의아니게 제 자랑을 늘어놓고 말았네요. 학교에서 먹도라도 저녁만큼은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공부가 건강보다 우선은 아닐 테니까요.
<불타는 필름...>을 다운로드 받아 자세히 보면서 황우석 건에 대해서는 접근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거 해서는 안될 것이다'라는 지적이 한 군데도 안나왔습니다. 여성의 난자 채취에에 관한 인권문제 제기는 좋은데 여성장애인의 인터뷰는 이 분야 연구를 인정한다는 전제를 깔고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더군요. 이재수 감독과 이 문제에 대해 조용히 동요풀님과 같이 얘기할 기회를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