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2. 10. 27. 13:16

    돈 거래로 기후변화를 막겠다?

 

장안의 화재가 GCF에서 맴돈다. ‘녹색기후기금이라 말해도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데 지씨에프라니, 많은 이들은 아리송해하지만 언론과 거리의 현수막들이 축하하자고 환호작약하니 그저 기뻐할 노릇인가 보다 하고 반긴다. 쌍수를 들며 반기는 곳도 있다. 분양이 지지부진했던 송도신도시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중개하는 부동산 사무실이다. 그 사무실을 노크하는 이 대부분은 송도신도시로 이사할 생각이 없다.


2009년 코펜하겐의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설립을 결정해 이듬해 멕시코 칸쿤에서 승인된 녹색기후기금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개발해 부자가 된 국가들이 여전히 가난한 저개발국가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겠다는 국제금융기구라는데, 과연 그 기구 덕분에 세계의 기후변화는 완화되거나 멈출 수 있을까. 지금까지 숱하게 열렸고 앞으로도 열릴 세계 정상들의 회담에서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진력 날 정도로 약속했지만 이제껏 한 차례도 성과가 없었는데, 돈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수 있을까. 저개발국가의 알량한 온실가스 배출보다 개발된 국가의 막대한 배출을 더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와 언론은 GCF 유치로 평창 동계올림픽 100배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홍보한다. 장차 8천 억 달러의 기금이 운용되고 수천 명의 상주인원이 송도신도시에 운집할 것이며 한 해 백회가 넘는 회의가 개최될 테니 그로 인한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라고 종용한다. 경제 침체로 억눌렸던 가슴을 한껏 부풀려도 좋다고 귀띔한다. 한데 아니라고 찬물을 끼얹는 반응도 일각에서 나온다. 해마다 1천 억 달러의 기금을 모으자고 했던 국가들이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는 게 아닌가. 당장 상주인원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인데 우리는 최고급 빌딩 15개 층을 무상 제공할 뿐 아니라 운영비를 해마다 천만 달러까지 내준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대하는 경제 효과는 더 기다려야 짐작할 수 있겠다.


현재까지 확정된 24개 이사국이 명실상부한 환경 분야 세계은행에 부응할 만큼의 녹색기후기금을 출연한다는데, 그 돈은 이사국들의 예산에서 염출하거나 유엔 청정개발체제 프로젝트에서 조달할 민간의 자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그밖에 개인 투자자의 온정적 투자를 받거나 항공세와 금융거래세, 그리고 탄소세로 마련할 모양이다. 한데 자발적이다. 자발적이라, 지금까지 국가든 개인이든, 자신의 처지가 어려워도 선뜻 거금을 내는 투자자를 본 적이 없는데, 녹색기후기금은 예외적일 수 있을까. CDM이라 이야기하는 유엔 청정개발체제 프로젝트는 저개발국가의 청정개발을 지원해 부자 나라가 자국에 할당된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채우자는 취지인데, 그 방법으로 지금도 넘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까.


녹색기후기금에서 관장할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어떤가. 다음세대의 생존을 걱정하는 기후학자 중에 이미 걷잡을 수 없게 오른 지구를 식히려면 1990년 배출량 기준으로 90퍼센트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많다. 물론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려면 온실가스를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하는지 과학적 합의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출 총량을 정할 수 없다. 2010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 7위이며 증가율이 3위인 우리나라는 영흥도의 화력발전소 증설을 위해 인천의 배출 총량을 늘리겠다고 한다. 감시가 가능한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도 개발 국가에서 지키지 않는데, 국가 또는 기업 사이의 탄소 배출권은 합리적으로 거래될 수 있을까. 숱한 경험을 보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돈이 오가면 투기 세력이 개입한다. 온갖 편법이 동원될 것이다.


지금부터 대략 한 세대 전, 지금보다 인구가 현저히 적었을 때, 미국의 인구학자는 출산권 거래제를 주장해 주목받은 적 있다. 간단히 말하면, 지구가 부양할 수 있는 인구를 산정한 뒤 가구 별로 나누어 출산권을 사고 팔자는 제안이었다. 아이가 더 필요한 가정은 그렇지 않은 가정의 출산권을 구입해 해결하면 세계 인구의 증가를 억제할 수 있을 거라는 논리였는데, 시행되지 않았다. 돈 많은 이만 아이를 더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사실 그 제도를 실행해도 실효성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규정을 어기고 더 낳은 생명은 어쩔 것인가. 편법에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어느 규정이든 강제력을 잃는다.


GCF든 녹색기후기금이든, 인천 송도신도시에 둥지를 칠 그 국제기구가 우리 경제나 지구촌의 기후변화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인가.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자칫 속빈강정으로 유명무실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갯벌을 막대하게 매립한 곳이 녹색기후기금의 사무국이 들어설 송도신도시다. 현재 송도신도시에는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초고층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섰고, 아스팔트를 누비는 대형차들이 즐비하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려 했다면 송도신도시는 사실 적합한 지역일 수 없다. 주로 외국인일 금융업 종사자의 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녹색기후기금이라면 애초 설치 목적에 부응할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하기 위해 적지 않는 돈을 쓴 우리는 이제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은 그해, 10년 이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억제할 행동에 나서지 못하면 100년 안에 지구 생태계는 괴멸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진정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려면 돈 거래나 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후손의 생존을 염려하지 않고 함부로 온실가스를 배출한 이제까지의 삶을 반성하고, 온실가스 배출 없이 행복했던 시절의 삶으로 돌아가야 옳다. 그를 위한 논의가 빠진 녹색기후기금은 개발을 전제로 한다. 세계은행이 그래왔듯, 투전판에 가깝다. 투전판 같은 돈 거래에서 우리는 내일의 희망을 건질 수 없다. (지금여기, 2012.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