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16. 10. 2. 19:23


공연히 암에 걸리고 싶은 사람은 드물다. 암을 피하려면 발암물질을 미리 파악하고 피하는 게 좋다, 보건기관은 완벽하지 않아도 현재까지 연구로 밝혀진 발암물질이 무엇이고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준다. 생명계에 없었던 화학물질이나 방사능, 중금속, 그리고 피로와 스트레스가 중요한 발암물질이라고 지적한 보건기관은 초미세먼지도 위험하다고 목록에 추가했다.


생물종은 어떻게 탄생할까? 그 어려운 건 전문학자도 밝히기 어려울 텐데, 수많은 개체가 동시에 새로운 종으로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화 초기 생김새가 비슷했을 텐데, 어떻게 다양해졌을까? 침팬지와 분명히 다르게 생긴 사람은 다양하다. 생김생김도 개성도 다양하다. 출발은 단순했어도 다양해진 이유를 학자들은 오랜 세월 돌연변이가 축적되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돌연변이는 왜 생긴 걸까? 역시 어려운데, 관련학자는 발암과 비슷한 원인이라고 추측한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예전에 발생했으므로 화학물질은 원인이 아닐 테고 피로나 스트레스는 미약했겠지. 아무래도 방사능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겠다. 태초 강력했던 방사성 물질은 무거운 관계로 지구 가운데로 들어갔고, 지각이 차폐한 상태에서 서서히 줄어들던 방사능이 상당히 감소한 이후 생명이 탄생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지금도 자연에서 방사능은 검출되고 돌연변이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명체는 발생한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장치를 보유한다. 발암물질에 의한 암도 비슷할 텐데 정상으로 되돌리는 장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암이 발생하고 돌연변이도 마찬가지겠지. 암이 생긴 개체는 누리던 생명을 단축하게 되고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다음세대에 전에 없던 모습을 가진 후손이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난 개체는 기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개체는 극히 드물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게 하려면 대단히 긴 세월이 필요하다. 한데, 환경이 바뀌면 돌연변이된 개체가 적응에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다. 사람을 비롯해 대부분의 생물종은 탄생하면서 사라질 때까지 수많은 돌연변이를 축적해왔고 환경변화를 겪었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다양한 생김생김을 가졌고 유전자도 다양해졌다.


안정된 생태계에 들어온 낯선 개체는 적응하기 어렵다. 외래종이 그렇다. 외래종은 대부분 교란된 생태계에 들어와 개체수를 늘린다. 돌연변이된 개체는 암이 생긴 개체와 비슷하게 안정된 생태계에서 생존경쟁에서 밀려나는 게 보통이다. 자연에 의한 돌연변이는 환경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인위적인 돌연변이 개체는 어떨까?


유전자 조작은 인위적인 돌연변이로 해석할 수 있다. 유전자가 조작된 농산물은 안정된 생태계에 적응하기 어렵기에 사람이 환경을 통제해야 한다. 그래야 기대만큼의 수확을 얻을 텐데, 그런 농작물을 먹는 이는 괜찮을까? 수많은 돌연변이 유전자, 과거보다 훨씬 많은 발암물질이 축적된 오늘 인과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없을 뿐,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나중에 문제가 드러난다면? 재앙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자연에 돌연변이가 있으므로 유전자 조작은 안전하다는 주장이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들린다. 그런 소문은 대개 대부분 유전자 조작을 연구하는 사람이 유포하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실제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가능하지 없다. 자연 방사능이 안전한가? 핵무기나 폭발한 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능보다 그 선량이 작을 뿐 안전하지 않다. 연구자에 의한 유전자 조작은 자연의 돌연변이보다 발생빈도가 낮을지 모르나 기존 환경에 건강하게 적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등산하다보면 아찔한 경사지를 지나가야 할 적이 많다. 누가 일부러 가파르게 파놓지 않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자연에 낭떠러지가 있으므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도 안전하다는 주장은 가당치 않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일이 사람에 의해 재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현하는 이는 자연보다 안전하도록 심사숙고해야 한다. 수심 깊은 실내 수영장도 바다 이상 조심해야 한다. 조심하기 어려운 재현은 하지 않는 게 낫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그렇다.


농산물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곳은 대부분 다국적기업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농산물이 가진 다양한 유전자를 단순하게 만든다. 수확이 많게 유전자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을 법한데 주로 자기 회사가 판매하는 특정 제초제에 이겨내도록 만든다. 그래야 종자와 제초제를 동시에 판매할 수 있지 않은가. 몬산토라는 다국적기업이 그렇다. 요즘 우리나라의 농촌진흥청에서 주식인 쌀의 유전자를 조작했고 슬그머니 시험재배하고 있다.


기업이 돌연변이로 만든 농작물의 씨앗은 유전자가 매우 단순해 환경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그런 씨앗으로 재배한 농작물이 먹는 이에게 문제를 당장 드러내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없다. 변화된 환경에서 소출이 심각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자가 조작된 농산물은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며 재배해야 한다. 그러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온실처럼.


에너지로 환경을 일정하게 만드는 온실은 한계가 분명하다. 충격으로 파손될 수 있고, 외부 환경이 크게 바뀌면 소용이 없어진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올 여름의 폭염을 에어컨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농작물과 가축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식물은 그렇지 못했다. 수많은 동식물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람도 더욱 심화되는 폭염과 혹한은 결국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어떨까?


화석연료 낭비에 이은 지구온난화는 곳곳에 가혹한 기상이변을 부른다. 올 여름의 폭염이 내년에 이어지지 않을까?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고 환경운동가와 기후학자들이 아무리 호소해도 자연을 획일화하고 농작물의 유전자를 획일화하는 개발은 멈추지 않는다. 요즘 기후변화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대한 부메랑이다.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현상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도 등장한다. 나중에 보면 그들 중 상당수가 석유회사의 지원을 받은 걸로 드러나기도 한다. 석유회사의 이익을 위해 기상이변을 감당하기 싫다면 같은 맥락으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피해야 한다. 자연의 치명적 암이 되기 전에. (작은책, 2016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