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9. 1. 30. 18:49


멘붕의 뜻을 겨우 알았는데, 점입가경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청소년 사이의 언어가 기상천외하니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어른과 대화할 때 사용하지 않을 테니 지례 걱정하지 않기로 했는데, “예타란 줄임말이 언론에서 등장했다.


예타? 뚱딴지같아도 재치가 없으므로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예비 타당성이다. 새만금 일원이 동북아의 경제허브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새만금 국제공항에 대한 예비 타당성을 조사하지 말아달라고 전라북도 14개 시 군 단체장들이 결의문을 채택했다는 보도였다. 부정적 결과를 확신하기에 결의문까지 썼겠지만, 결의문에 이름 올린 이들은 새만금 국제공항이 타당하다고 확신했을까? 밑 빠진 독처럼 막대한 국고를 수 십 년을 퍼부어도 여전히 허허벌판인 새만금에 막대한 세금을 더욱 들이부어 공항을 만들면 동북아의 거부들이 절로 모여든다는 겐가?


‘GTX’는 어떤 영어의 약자인가? “Great Train eXpress”란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인지 알지 못하는데, 우리말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라고 칭한다. 40미터 지하에서 시간 당 10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내에 이어줄 수도권의 3개 노선이라는데, 그게 얼마나 근사한지 “Great”로 자찬했다. 그래서 그런가? 정확한 노선과 정차역도 분명치 않건만, 주변 아파트와 땅값이 벌써부터 들썩인다고 한다. 누구에게 그레잇이 될지 짐작이 간다.


GTX A노선에 대한 예타는 긍정적이었을까? 지난해 1227, 고양시 킨텍스에서 착공식이 열렸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와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서울 삼성동으로 향하는 노선의 단체장과 국회의원, 사업 관계자와 시민이 모인 행사장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은 만성적인 교통난을 겪었을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길바랐고 경기도지사는 서울 접근 시간 때문에 균형발전이 가로막힌 수도권이 발전의 선도가 될 것으로 자평했다고 언론이 전했다. 한데, 해를 넘기지 않고 착공식을 서두른 이유가 궁금하다. 수도권에 모든 걸 내준 지방은 벌써 지리멸렬인데, 수도권의 균형 발전부터 꾀하면 만사형통이라는 걸까?


이상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환영하는데 정작 주민들은 졸속이라 비판하며 노선 변경을 요구한다. 공사할 때 발생할 소음과 진동, 그로 인한 지반침하나 건물 붕괴를 염려하는 행동은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소상하게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한 반발도 아니다. 과정에서 주민들이 소외되었다는 방증이다. 이해당사자 위주의 경제성 검토에서 그칠 수 없다. 지역과 주민의 경제성은 물론, 과학적 안전성까지 주민들과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 GTX로 이후 필연적으로 변화할 지역 문화까지 두루 검토해야 옳지만 생략한 게 분명했다.


수도권 포함 전국 48개 환경단체의 모임인 한국환경회의는 정치적 성과를 뽐내기 위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망각한 졸속 착공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업 계약 방식과 실시 설계, 환경영향평가 절차 모두 4대강 사업과 똑같다.”GTX 사업 자체를 비판했다. “법 근거한 심의와 협의 절차를 무시해 공공 이익이 훼손되고, 국민들에게 부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는데, 인천 연수구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등을 돌렸다. 주민의 이동이 잦은 간선도로 곳곳에 “GTX B, 연수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명에 적극 동참합시다. GTX 예타면제 추진위원회라는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에 대한 예타 면제? 코믹하다. 인구 300만이 넘고 최첨단 인천공항을 보유하는 인천은 송도와 청라, 그리고 영종도에 초고층 아파트단지들이 근사한 국제도시를 거느린다. 그런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 동북아무역센터를 번듯하게 세웠어도 경제허브를 꿈꾸지 못한다. 세계 최고의 공항과 초호화 건물에 돈 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어도 가당하다 생각하지 않는 경제허브를 새만금이 담당하겠다는 호언에 매혹돼 예타를 면제할 담당자는 없으리라. 주변의 공항이 하나 같이 텅텅 비는데 공항타령이라니. 전라북도의 요구에 어이없어하는 환경단체는 해수유통으로 새만금을 본래의 갯벌로 복원하길 당부했다.



사진: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 새만금 간척지는 해수면보다 최소 1.5미터 아래 조성된다.


전국 17개 광역단체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신청한 예비 타당성 면제 사업은 현재 38개라고 한다. 모두 거액의 국가예산을 요구할 텐데, 많기도 하다. 올해 초 면제 여부를 결정한다던데, 최근 대통령이 예타 면제 대상에서 수도권은 제외하겠다고 언급한 모양이다. 인천시가 당황하고 있다는 소문이 횡행한다. 비수도권에 반사 행운이? 새만금 국제공항을 추진하는 사람들, 아니 관련 자본들이 갑자기 표정을 관리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GTX로 서울까지 빠르게 연결되면 연수구가 왜 발전한다는 거지? “발전!”하면 무조건 환호해야 한다고 우기는 누군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지면이 좁은 여기에서 따지지 말자! 휘황찬란한 송도신도시를 포함하는 연수구는 발전할 만큼 발전했다. 낙후되었다고 목소리 높이는 지방마다 송도신도시를 모델로 여기지 않던가. 인천에 일자리가 있는 주민이라면 내심 GTX에 별 관심이 없다. 정체가 궁금한 ‘GTX 예타 면제 추진위원회는 무슨 이유로 발전 운운하며 주민들을 유혹하는가? 직장이 서울인 주민이라면 출퇴근 시간 30분 정도 줄이는 교통수단이 미덥겠지. 그런다고 연수구가 발전되는가? 아하! 아파트 가격과 지방세가 오른다고?


타 지역보다 역외소비가 많은 인천시는 인처너카드를 만들었다. 인천에서 번 돈을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신용카드를 발급했건만 시민의 반응이 시큰둥하다고 언론은 전한다. 이런 상황에 GTX가 개통되면 역외소비가 줄어들까? KTX 개통 이후 전통 있는 지방 종합대학교들의 아우성이 커진다. 지역 학생마저 외면한다는 건데, 그런 현상은 공연장과 대형병원으로 이어진다.


GTX는 다를까? 서울시민들이 GTX로 인천에 와서 큰돈 쓸 것으로 판단하는 건 설마 아니겠지? 타지의 큰손을 끌어들이려면 인천은 상응할 면모를 먼저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인천다워야 한다. 서울이 소비를 독점하는 건 지역의 자족성 부족 때문이다. 주택업자의 계획과 광고로 주민을 늘렸다고 소비가 저절로 늘어나지 않는다. 자긍심을 높이는 자족성을 확보해야 한다. 바로 정주성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논의하는 38개 예타 면제 대상 사업에 남동발전주식회사 영흥화력발전본부의 먼지제거시설 개선의 건도 있을까? 인천시 300, 수도권 2000만 인구를 향해 초미세먼지를 내뿜는 대규모 석탄화력발전 6기 중 1호기와 2호기의 먼지제거 설비는 초기 모델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마구 배출하는 설비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라는 요구가 인천 시민사회에 빗발치는데, 경제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에서 난색을 표명한다고 영흥발전본부는 볼멘소리를 한다. 지방 화력발전의 설비 개선이 먼저라고 정부가 주장했다던데, 이해하기 어렵다. 예산이 없다면 모를까, 경제성 이유로 수천만 시민의 건강을 무시하다니.


개발에 앞선 경제적 판단은 중요하지만 예비 타당성의 판단기준은 훨씬 포괄적이어야 한다. 교량으로 육지와 연결하면 섬 지역은 한순간에 고유문화를 잃을 수 있다. 지역 문화와 정서는 물론이고 건강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옳지만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 다음세대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생태적 변화도 예측해야 하는데, 예비 타당성의 면제를 요구하는 민원은 그 요건을 얼마나 충족하는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예타의 필요충분조건을 엄수하는가? (작은책, 2019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