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문방송 기사

    참좋은날 2015. 12. 19. 15:45

    [y포토에세이] 위법망구 대정진 ‘無門關 수행’

    • 이지용기자
    • 2013-06-08 08:20:02
    •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12인의 청정결사 3년의 독방 묵언… 시간의 빗장을 걸다

    스님이 3년 동안 기거할 5㎡ 정도의 무문관 내부. 방의 문이 잠기면 이곳은 깊은 침묵 속에 빠져든다.
    한번 들어가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곳이 있다. 단단한 자물쇠로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곳, 무문관(無門關)이다.

    3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외부세상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폐관(閉關) 수행을 하는 곳으로, 치열한 수행의 상징이다. 말을 하지 않아야 하고 식사도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종식(一種食)을 한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 한 끼 공양(식사)이 오가는 공양구(供養口, 밥구멍)를 통해 필담으로 이뤄진다.

    일반 선원(禪院)은 동안거와 하안거 각 3개월씩, 큰 선방에서 스님들이 함께 좌선하며 함께 노동을 한다. 그래도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다.

    무문관 안에서 포행중인 스님.
    무문관 수행은 눕지 않고 좌선만 하는 ‘장좌불와’, 잠자지 않고 하루 20시간 이상 참선 수행하는 ‘용맹정진’과 함께 가장 어려운 수행방법 중 하나다.

    지난달 23일 경주시 감포읍 ‘무일선원 무문관’에 한국불교대학 대(大)관음사 회주 우학 스님 등 비구 6명과 비구니 6명, 총 12명의 수행자가 3년(4월23일∼2016년 2월22일) 무문관 수행을 하기 위해 모였다. 이번 무문관 수행에 동참한 스님의 법랍(法臘, 속인이 출가하여 승려가 된 해부터 세는 나이)은 10∼30년이다.

    무문관에 들어가기 전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회주 우학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선원 뒷산을 산행하고 있다.
    무문관에 들어가기 전 무문관 뒷산 산행에 나선 스님들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도반(道伴·함께 도를 닦는 벗)과의 마지막 만남의 시간을 보냈다. 옆방에 있어도 얼굴을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굴은 평온하게 보였지만 굳은 결의가 전해졌다.

    무일선원 무문관으로 들어가는 스님들.
    산행 후 간단한 차 한잔을 나눈 스님들은 하나 둘 무문관으로 들어갔다. 우학 스님은 문 앞에서 “3년 동안 수행 잘 하시라”는 당부의 말을 한 뒤 차례로 문에 자물쇠를 채웠다. 무문관 주변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을 둘러 놓았다.

    회주 우학스님(왼쪽)이 수행에 들어가는 한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우학 스님은 자신이 3년 동안 지낼 방을 잠시 공개했다. 5㎡ 정도의 방에는 좌복(방석), 이불, 다기, 커피포트 등이 있고, 방 옆엔 샤워기와 변기가 설치된 욕실이 있다. 방 뒷문에는 삼면을 높이 3m 정도의 나무로 막아둔 6.6㎡ 정도의 포행(布行·좌선(坐禪) 중 졸음이나 피로한 심신을 풀기 위해 천천히 걷는 것)공간이 있다. 3년을 지내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과 소박한 살림살이다. 하루라도 휴대폰, 텔레비전, 컴퓨터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한 현대인에게는 무문관은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밖에서 자물쇠로 잠근 무문관 문(위). 무문관 문 옆 공양구로 하루 한 끼의 식사가 제공된다.
    그렇다면 무일선원 무문관의 일상은 어떨까. 묵언(默言)을 해야 하고 술, 담배 등을 할 수 없다. 오전 11시10분에 오신채(五辛菜·마늘과 파·부추·달래·양파)와 육류 등을 사용하지 않은 공양이 제공되고 다음날 오전 9시에 수거해 간다. 모든 의사소통은 쪽지로 한다. 하루 일과는 오전 3시 기상, 오전 10∼11시 예불, 오후 4∼5시 설거지·청소 및 운동, 밤 10시 취침으로 되어 있다. 정해진 일과 외에는 혼자 참선을 하며 보낸다. 다른 책은 못보고 조사어록은 볼 수 있다.

    무문관에 들어가는 스님들은 말을 아꼈다. 3년 무문관 청정결사(淸淨結社)를 주도한 우학 스님은 “3년 동안 12명의 스님이 무문관에서 정진하겠다고 결사한 것은 한국불교 역사상 드문 일이다. 부처님의 6년 설산 고행 정신을 본받아 좌복 위에서 죽을 각오로 깨달음을 구하는 수행을 하겠다. 중간에 문을 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낮의 어수선함이 사라지고 별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밤, 무일선원 무문관에는 무거운 침묵과 깊은 정적이 흐른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리며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무문관으로 들어간 12명의 수행자들은 3년 후 어떤 모습으로 문을 나올까?

    글·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밤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무문관.
    무문관은…

    중국 남송의 선승인 무문 혜개(無門 慧開)가 지은 책 이름이다. 깨달음의 절대경지를 무(無)라 하고, 이 무자(無字)를 탐구한 책이다.

    무문관 수행이 알려진 것은 1965년 도봉산 천축사에서 처음 시작되면서부터다. 한국불교대학 대(大)관음사 무일선원 무문관을 비롯해 계룡산 갑사 대자암 무문관, 백담사 무금선원 무문관 등이 유명하다.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