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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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간절하게 참 철없이_안도현

명자꽃 안도현 그해 봄 우리집 마당가에 핀 명자꽃은 별스럽게도 붉 었습니다 옆집에 살던 명자 누나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였습 니다 나는 누나의 아랫입술이 다른 여자애들보다 도톰한 것 을 생각하고는 혼자 뒷방 담요 위에서 명자나무 이파리 처럼 파랗게 뒤척이며 명자꽃을 생각하고 또 문득 누나에게도 낯설었을 초경 (初經)이며 누나의 속옷이 받아낸 붉디붉은 꽃잎까지 속 속들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꽃잎에 입술을 대보았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 랐습니다 내 짝사랑의 어리석은 입술이 칼날처럼 서럽고 차가운 줄을 처음 알게 된 그해는 4월도 반이나 넘긴 중순에 눈이 내렸습니다 하늘 속의 눈송이가 내려와서 혀를 날름거리며 달아나 는 일이 애당초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명자 누나의 아버지는 일찍 늙은 명자나무처럼 등짝이..

댓글 BOOKS 2020.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