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에게 필요한 문화인의 산행(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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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 자유게시판

2010. 5. 10.

 

 

 

 

< 문화인의 산행 >

 

 

 야생 꽃이 만발한 계곡과 깎아지른 듯 한 벼랑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회색 시멘트 상자 속에 갇혀 사는 우리에겐 꽃밭 그것이요, 무릉도원의 정취 그것입니다. 언제 찾아도 푸른 생명력이 싱싱한 소나무 숲을 지나 계곡으로 열린 물줄기를 보면 새 생명의 윤기를 느낍니다. 어느덧 산에는 가을 단풍이 지고 상고대와 눈꽃이 피는 등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중이죠.

산은 그냥 수목과 돌로 이루어진 무심한 자연이 아니라 피곤에 지친 도시인에게는 어머니의 품 입니다. 어떤 어머니가 이렇게 내 영혼이 쉬어갈 공간을 마련해 우리를 기다리겠습니까? 고마운 마음으로 산에 들고 그 정기를 마음껏 받은 후에 나와야 할 것입니다. 즉 산을 행락이나 소위 화전놀이의 터로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할 것입니다.

 

(위의 사진은 작년 6월 울진 응봉산 에서 찍은 것입니다. 어떤 분이 등산화가 아 닌 축구화를 신고 정상에 올라와 기타를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에 오는 사람들의 태도는 모처럼의 포근한 정서와 해방감을 앗아감은 물론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하무인으로 떠들고 먹고 소란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산은 운동 장소나 마음껏 자기 발산을 하는 장소가 아님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산 자체가 침묵을 가르쳐 주기 때문입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예로부터 산을 합일과 귀의(歸依)의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우리가 돌아갈 품이요, 고향집처럼 생각한 것입니다. 산 모양 또한 어찌 깨끗하고 순수한 진리의 몸이 아니랴 하였습니다. 해방감은 좋으나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복장이나 가무음곡은 삼가야 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산의 정서나 상징성과 정반대인 고기 굽고, 요리하고 현장에서 살생하는 등의 무례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산에 오는 날과 그 순간은 일상의 틀을 깨고 정숙․자숙함이 자기를 위해서도 좋을 듯싶습니다. 산에까지 오디오를 끌고 와 소음을 발생시키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산은 모든 공중이 이용하고 깨끗이 보전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 모든 산행객들이나 관광객들은 조용히 감상하고 사색을 즐기는 편입니다. 음식장수는 찾을 수도 없고 먹자판을 벌이는 단체도 없습니다. 국내로 돌아와 보면 상황이 많이 달라집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 등산인구가 천만시대를 도래했는데 제대로 된 산행을 준수하는 이는 극히 드물고, 심지어 국립공원에서까지 대간종주의 이유나, 혹은 휴식년제나 비지정탐방로로 가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국법을 어기고 과태료50만원을 내는 것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 현 상황입니다. 오히려 무용담으로 다른 이에게 회자되기도 합니다.

혼자만 그 곳을 찾은 것이 아닙니다. 또 혼자만 그 곳을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후세의 자손들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물려주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듯 우리가 문화인으로서 산행을 즐기려면 우리의 산행 습관이나 관행도 고쳤으면 합니다. 옆 사람을 좀 의식하고 예의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산행을 즐기라는 말입니다. 옆 사람을 괴롭게 하고 피해를 주는 것은 곧 자기에게도 돌아옵니다. 다른 옆 사람이 나를 해롭게 괴롭힐 행위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옆에 있는 이는 나와 조화를 이룰 대상으로 생각을 합시다. 산이 좋아서 산에 오른다면 산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교양인은 무생물에게도 예의를 지키는 법입니다. 길가에 뒹구는 돌 하나도 분석하고 그 위치에 이른 과정을 조명해 보면 수많은 질서가 그 안에 숨 쉬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야생에 핀 꽃이나 초목을 보십시오. 소리 없이 진실 되게 자기 직분을 다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생물과 무생물로 둘로 나누어 보는 눈과 감각을 버려야 합니다.

산은 침묵의 고향이기에 우리는 좋아합니다. 산의 생명과 영원은 그 침묵 속에 있습니다. 생명의 뿌리는 침묵을 흡수해서 자라고 뻗어납니다. 그래서 산행은 침묵을 배우는 수련의 발길이라고 해도 좋은 것입니다. 문화인이라면 산에 들어 말을 잃고 생각을 잊어버린 채 그 순수한 침묵 속에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P.S. 산은 우리 몸에 정말 좋다. 단단한 화강암에서 나오는 화기와 계곡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기가 이상적으로 버무려져 있는

곳이 산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몸 안의 탁기는 다 나가고, 싱싱한 생기가 충전된다. 그 충전이 한 달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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