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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암 2014. 3. 25. 07:08

盲棋 1인자 中 바오윈 "날 이기면 1억8000만원 주겠다"
안달훈 도전장 "반드시 이길 것"… 8월 말쯤 대국 성사될 듯

두 눈을 완전히 가리고 바둑을 둔다. 진행자가 좌표로 불러주는 상대의 착점을 따라 200수 안팎을 완결하는 '암흑바둑'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대국 방식이다. 1995년 바둑TV 개국 특집 프로에서 목진석 九단이 121수째까지 견뎌낸 바둑이 최초의 시도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분야 1인자는 바오윈(鮑云·33)이란 중국 아마추어 기사다. 명문 칭화대 컴퓨터과 출신으로 전국 아마 대회 4강까지 오른 바 있으며 현재는 바둑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프로를 상대로 장장 345수에 이르는 암흑바둑 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눈을 안 가린 상대 4명과 다면기(多面棋)를 펼치는 등 이 방면 '전설'로 자리 잡았다.

암흑대국 광경. 안대로 눈을 가린 바오윈이 선택한 곳을 좌표로 밝히자 진행자가 기반(棋盤)에 착점하고 있다. 상대의 다음 수는 다시 바오윈에게 좌표로 전달된다.(사진 왼쪽) 바오윈과 한국 안달훈(오른쪽) 프로와의 ‘암흑대국’이 무르익고 있다
암흑대국 광경. 안대로 눈을 가린 바오윈이 선택한 곳을 좌표로 밝히자 진행자가 기반(棋盤)에 착점하고 있다. 상대의 다음 수는 다시 바오윈에게 좌표로 전달된다.(사진 왼쪽) 바오윈과 한국 안달훈(오른쪽) 프로와의 ‘암흑대국’이 무르익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바오윈은 작년 봄 다음과 같은 글을 블로그에 올려 또 한 번 화제를 뿌렸다. "나 외에도 이런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나와 동등한 조건(호선 암흑바둑)으로 싸울 도전자를 찾는다. 내가 패할 경우 100만위안(약 1억8000만원)을 지급하겠다." 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프로들조차 바오윈과의 암흑 대결을 꺼린 것이다.

도전자는 뜻밖에도 1년 후 한국에서 나타났다. 제9회 천원전 준우승(2004년), 제6회 삼성화재배 8강(2001년) 등 한때 국내외서 이름을 떨쳤던 안달훈(34) 九단이 지난달 출전 의사를 밝힌 것이다. "평소 재미있는 경기 방식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바오윈의 제안을 전해 듣고 승부욕이 발동했다."

안달훈은 "주변의 프로, 아마들과 함께 암흑바둑을 10여판 연습해 봤다"고 말한다. 수수(手數)가 300수에 육박하는 경우도 몇 차례 나왔다. 안달훈은 "예상했던 대로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바오윈의 생각처럼 세상천지에 그 혼자만 갖고 있는 능력 역시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안달훈의 도전 소식을 전해 들은 바오윈은 "도전자가 등장했다니 반갑다. 바로 준비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맹기(盲棋) 관련 단체의 인가, 약속한 상금의 외환 처리 문제 등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 중국 바둑계에 정통한 한 국내 인사는 바오윈이 "장소는 선전(深川) 또는 홍콩, 시기는 8월 말쯤이 될 것 같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암흑바둑은 기존 대국에선 볼 수 없었던 이색 이벤트란 점에서 성사될 경우 제법 큰 화제가 될 전망. 다양한 변칙 룰로 인간 한계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온 바둑계는 학술적으로도 역사적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달훈 九단은 "공식 통보를 받는 대로 본격 훈련을 시작하겠다. 꼭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홍렬 | 바둑전문기자 입력 : 2014.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