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탐방기/강원 제주

맛객 2009. 1. 13. 14:47

 

막국수 본류의 맛을 찾아서....

 

동장군이 고추까지 꽁 얼릴 기세다. 하지만 반갑다. 겨울은 맵도록 추워야 맛이잖나. 이렇게 기온이 급강하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메밀로 만든 냉면과 막국수가 그것이다. 추울수록 더욱 당기는 이유가 뭘까. 어린 시절 겨울은 지금보다 훨씬 길었다. 추운날도 길었고, 먹을거리와 유흥거리도 없던 때이니 밤도 길었다. 그렇게 긴긴 겨울밤, 궁금한 입맛을 달래주던 음식에 대한 기억 때문은 아닐까.

 

막국수하면 춘천부터 떠오른다. 그렇다고 메밀의 본고장은 아니다. 춘천은 교통이 발달된 덕에 메밀의 집산지로서 자연스레 메밀음식이 발달한 것 뿐이다. 이는 영덕대게가 브랜드가 된 과정과 비슷하다. 영덕은 구룡포나 울진에서 가져온 대게의 집산지로서 명성이 났을 뿐, 산지는 아닌 것이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다보니, 강원도 대표작물중 하나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래 메밀은 따뜻한 남쪽지방 작물이다. 다만 남쪽에서 재배가 성하지 않는 이유는, 더 좋은 작물이 많았기에 굳이 메밀까지 파종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척박했던 제주나 진주에서는 메밀작황이 많이 이뤄졌고, 메밀음식 또한 발달을 해왔다. 대표적인 게 평양냉면과 견줄 정도로 유명했던 진주냉면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잊혀 진 음식이 되었지만.
 
담백한 냉면 한 그릇도 좋지만 오늘은 막국수 이야기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막국수는 서민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음식이다. 그런데 꼭 서민들만 즐기지는 않았다. 궁중음식에서도 메밀을 위주로 썼는데, 병을 미리 막고 장수를 보장하는 데 효능이 좋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메밀이 현대에 와서  특히 각광받는 건,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막국수를 자주 먹어 나쁠 건 없다는 얘기이다.

 

막국수를 먹을 때마다 의문 한 가지가 있다. 고명으로 흔하게 올라가는 김가루, 대체 언제부터 막국수에 들어가기 시작했을까. 김이 동해바다 산물이라면 또 몰라. 강원도와 완도는 거리상 멀어도 너무 먼 거리 아닌가. 좋다! 백번 양보해서 원래 김가루가 들어갔다고 치자. 문제는 막국수에 들어간 건 조미김이다. 시사하는 게 있다. 조미김의 내력은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 추론해보자면 이렇다.

 

1. 막국수에는 원래 김가루가 들어가지 않았다.

2. 원래부터 들어갔다면 막국수가 오래된 음식이 아니다.
3. 조미김이 나오면서 들어가기 시작했다면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여기서 또 다시 의문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누가 왜 김가루를 넣기 시작했을까? 참 공사다망한 질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까칠한 메밀국수에 까칠한 김과는 미각의 일치가 되지 않기에 품는 생각이다. 미각적인 용도가 아니라면 메밀과 김은 어떤 음식궁합이라도 있다던가. 아 복잡하다. 이쯤에서 정리를 해야지 날 샐지도 모르겠다.

 

그래, 추측이자 막무가내 결론은 이렇다. 막국수에 김가루가 들어가는 이유는.....

 

 

장삿속!


....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본다. 사실 그렇잖은가. 현지인들이 먹는 상태 그대로 국수에 양념과 김치만 얹어서 내놓는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잡다한 게 들어가서 뭔가 있는 것으로 위장을 해야 팔린다. 해서 본질의 맛이 아닌 가공의 맛이 판치는 세상. 이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진짜 맛을 하나씩 잃어가고 있다.

 

발전으로 착각들 하시는 게 더 큰 불행이겠지만.

 

 


 

어떠신지... 막국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바뀌진 않았는지.

오호라~ 그동안 내가 먹은 막국수가 막국수의 전부가 아녔단 말이지. 그럼 막국수의 본류는 대체 어떤거야? 라고 궁금증이 꿈틀거린다면  계속 봐 주시길.

 

쥐랄! 난 김가루 막국수가 최고예여~ 룰루~~ ^0^* 라고 생각하신 분. 막국수 양념은 새콤달콤해야 맛나염~ 이라고 울부짓는 분들은 여기서 돌아가시길 권한다.

 

자 그럼 막국수 그 본류를 찾아서 떠나 보자고요~

 

 

■ 토속의 맛을 간직한 화천의 막국수

 

 

화천 읍내에서 맛있는 집 물으면 아마 이 집을 추천해 줄것이다. 정확한 내력은 모르겠지만 꽤 깊다는 것쯤은 맛집블로그 짬밥으로 알 수 있다. 이집의 막국수가 아직 변질되지 않은 건, 용케도 맛집블로거들의 카메라를 피한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그러니까 외지인보다는 현지인들 입맛에 맞춰져 있다는 말쌈이올시다.

 

 

 

막국수집에 가서 막국수만 먹고오는 사람 있나? 빈대떡 한 접시에 4천원. 일단 꼬습다. 빈대떡이 꼬순건 당연하고 기본인데도 꼬습다고 말하는 이유 아직도 모르시나? 꼬습지 아니한데도 많다는 얘기다.

 

 

 

식감이 잘 전달 되는지...

 

 

 

이 집의 빈대떡이 궁극의 빈대떡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각자 맛의 기준이 다들 다를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 한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신선한 녹두의 풍미가 솔솔~ 풍긴다. 당연한 얘기만 빈대떡은 녹두맛이 잘 우러나야 가장 맛있는 녹두전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집의 녹두전... 빈대떡을 높이산다.

 

뭐 기름에 쩔은 광장시장의 누구네 빈대떡이 맛있다고 한다면.... 에헤헤험!!  그것 드시고.

 

 

 

동치미... 동치미 국물은 흰색이 아닌데 왜 고깃집 동치미 국물은 흰색이냐고~~

겨울이 깊어진만큼 동치미 역시 더욱 진국이 되었을 것 같은데.... 막국수에 넣어서 먹는다.

 

 

 

 

음... 이렇게 보니 조금 초라하군. 그 흔하디 흔한 김가루도 없단 말야? 

국수, 양념, 오이, 달걀, 고기볶음, 참깨의 구성이다. 가격은 5천원.

 

 

 

 

꾸미지 않았다. 토속적이다. 나는 이게 좋은데 그대는 어떨런지 모르겠다.

 

 

 

 

 

 

 

요즘 입맛들에게 고기볶음 고명은 생경할지도 모르겠다. 가장 전통적인 고명이 몇종류 있는데 고기볶음은 그 중에 하나이다.

 

 

 

일단 비벼서 몇 젓가락 시식을 해보고. 동치미국물 살짝 첨가해서 마저 먹는다.

 

간혹 막국수 포스트를 보면 비비지도 않고 동치미국물부터 붇는데 미각의 정석에서 이탈했다고나 할까... 뭐 입맛은 자기꺼니 어떻게 먹든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이왕 먹는 거 맛있게 먹으려면, 먼저 비벼서 양념이 국수에 골고루 스며들게 한 후에 동치미를 부어야 한다.

 

앞서 힌트를 준대로 감미롭지도 않고 산미가 풍부하지도 않다. 때문에 첫맛은 이게뭐야?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시적인 새콤달콤과 거리가 멀기에 더욱 토속적인 맛이 아닌가 싶다. 토속적인 맛은 쉽게 물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넘치는 게 막국수 포스트지만 아마 이런 사진은 처음 본 사람 많을 것이다. 막국수를 다 먹고 난 다음 면수를 붇고있다. 막국수가 찬 성질이기 때문에 뜨거운 국물을 마셔 속을 데워주면 건강에도 좋다. 그러나 건강을 떠나서 저 국물맛이 아주 좋다.

 

지금 이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가장 먹고 싶은 건 빈대떡도 막국수도 아닌 바로 저 국물이다. 나야 맛타령이지만 우리 선인들이 어디 맛으로 먹었겠는가. 양념 하나라도 버리지 않으려는 검소함에서 비롯된 행위일 터.

 

어쩌면 막국수의 참맛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박하고 검소한 맛! 풍요로운 시대에 막국수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막국수가 화려해지면 그건 더 이상 막국수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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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님의 글 솜씨....아무나 따라올 수 없는 경지입니다....
쉽게 간과해버리고 얼렁뚱땅 넘어가버릴 수 있는 맛까지 잡으셨군요...
맛집을 소개하는 보통 블러거들과의 차이가 여지없이 느껴집니다.
맛객님의 입 맛.....그리고 그 전달성.........................................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멋쪄부러~~

사실이 아님을 사실로 오해시킬만한 찬사군요. 부끄럽게 하지 마소서..
음 일본에서 냉메일 소바를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관계로, 영어를 못하는 주인과 어거지로 의사소통하여 먹게 되었는데.

냉메밀 소바를 다 먹고 나니 남은 소스에다가 뜨거운 메밀 삶은 국물을 부어 주더군요.
(아마도 역시 면수 이겠지요?)
소스도 다 마시라고 바디 랭귀지를 하면서 말입니다.
메밀의 향과 소스에 있던 가쯔오부시의 향, 그리고 간간하게 간도 되면서...

마치 누룽지 끓인 숭늉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막국수를 먹고난 후에 마시는 국물도 비슷한 감성을 전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맛이란... 그리고 요리에 대한 겸손한 자세로군요.
너무 너무 맛있게 먹고 갑니다
개인적으로 국수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데
올리신 사진보구 저녁엔 국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당...
만두국 포스트 올리고 들어와서 이 포스팅 오늘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요.
제 만두국 포스트에 써둔글이 생각났거든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맛 블로거들이 김가루와 깨에 민감하다는 대목때문이죠? ㅋㅋㅋ
참고로 김가루는 식은밥에 비벼먹으면 상당히 맛있습니다. 반찬은 잘 발효된 김치면 되구요.
막국수..
그나마 조미 안된 생김 살짝 구워서 부셔주면 괜찮은데, 식용유 번들번들한 조미김 한 주먹 뿌려져 있으면 별로입니다.
거기에 참기름까지 왕창 쳐주면 담백이 아니라 니글니글...ㅎㅎ;;

막국수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 맛깔나게 풀어내셔서 잘 읽고 갑니다..^^
음식에 대한 추억이 많은 사람은 참 행복한 인생인 것 같습니다... 너무 가슴에 무치는 말이네요..
동해에도 김이 났읍니다. 저 어릴때 정동진 김이 맛있었죠. 대단위 양식이 안되니 밀려난 것입니다. 막국수에 예전부터 올라갔을 수도...
암튼 저 막국수 너무 좋아하는데 먹고싶어요.
냉면과 달리 막국수는 식당마다 나오는 것도 조금씩 다르고, 정체모를 국물과..동치미..등등...먹을 때마다 참 생소했어요. 이제야 대충 막국수에 대한 감이 오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또 유익하게 읽었어요.
춘천 닭갈비도 쥑입니다........!!ㅋㅋ
저와 생각이 똑같네요.. 맛객님!!!! 김쪼가리 들어간 막국수는 사이비막국수임다..^^ 그런집 치고 맛있게 만드는 집 한번도 못봤구요..^^
매일아침 구운김을 손으로 일일이 부셔서 준비하는 막국수집 딸내미로썬 가슴아픈 글이고, 또 가슴아픈 댓글들이 많네요.
그분들의 말에 의하면 저희 집은 가짜에 뿌리도 없는 뭐 그런 음식을 파는게 되겠군요.
맛객님 우리 사무실에 오셨을때 봤는데...막국수 애길보니 예전 저 어릴때 동네아저씨들이 눈이 하얗게 내리는 밤에 막국수를 내려 고명도 없이 동치미에 저도 같이 말아먹었는데 그맛을 아직도 잊지못합니다..
고기볶음이 전통적인 고명일수는 있지만...막국수에는 넣지않습니다. 삶은 계란 역시 80년대 말...90년대 초에 넣기시작한거죠
그저 잘게썬 김치와 오이 등을 얻졌을뿐이지요. 육수는 입맛에 따라 국수 삶은 물과 동치미 국물을 사용했습니다....하지만 그 맛이 그립네여 ^^
봄내가로 이사온지 어언 2년차... 춘천의 막국수, 닭갈비...사실 밍밍한 맛의 막국수와 전국어디나 비슷했던 닭갈비였기에.. 별로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었더랬슴돠.. 근데.. 춘천사람들은 막국수와 닭갈비 무지하게 먹대요..ㅋㅋ
하여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곳에서 산지 1년쯤 지났을 때 알았습니다. 춘천사람들이 가는 식당과 외지사람들이 유명하다고 가는 식당이 다르다는 것을...ㅋ 왠지 모르지만 그런게 있더군요.. 그래서 함 추천 드립니다...
맛객님 춘천에 오실일 있으시면.. 막국수는 시골막국수(신북읍 율문리), 닭갈비는 우성닭갈비(후평동)에서 함 좌셔 보시죠~ ^^
아~~참!! 막국수를 맛있게 드시려면 반드시.. 반드시 설탕을 좀 넣으셔야 합니다.. 넣을 때와 안 넣었을 때의 맛차이가 분명하답니다.
담아갈게요 ㅎㅎ
가보고 싶네요,, 담아갑니다~~
고향 생각이 나네요..춘천은 닭갈비와 막국수가 맛나죠..어릴적 부터 먹어왔지만 질리지가 않아요..춘천가면 꼭 드셔보세요..소양댐 가다보면, 샘밭쪽에 오른쪽으로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구요..명동에는 닭갈비골목이 있어요^^.....
누구신지 모르지만 맛을 지대로 알고 계신분이네요..ㅜㅡ 외할머니, 어머니, 저 그리고 이제태어난지 얼마않되는 우리 딸래미까지.. 이집 막국수만 먹는답니다.. 아 또 먹고 싶다 할머니댁에나 다녀와야겠네요 ^^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화천 장슬때먹던 밀전병이라고 해야 아시려나? 밀전에 무채 넣어 말아서 먹는거 있습니다. 그것도 맛있답니다~지금은 시장이 너무나 좋아져서 옛날맛은 아니났지만 그래도 옛생각 하며 먹어서일까요 전 아직도 맛있더라구요 화천막국수 집도 어릴때보다는 아주 조금이지만 틀려졌어요ㅜㅡ 그래도 아직도 맛있답니다~ 다들 시원하게 한그릇 드셔보세요~
정주영회장님이 다녔다던 강릉해변 막국수가 인천에 분점이 생겼는데 거기에 애 김가루가 들어가는지 공장에서 만든 김가루 트랜스 지방 때문에 먹고 싶지 않았지만 다음에 가면 빼달라고 정중히 부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