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탐방기/전라권

맛객 2009. 10. 7. 13:41

 

 

 

△ 사철쑥국을 챙길 수 있는 충남집, 전북 정읍시에 소재하고 있다

 

 

“어서 오시요!”

안으로 들어서자 0.1초도 지체 없이 반긴다. 그리고 또 다시 1초 만에 나를 자기편으로 끌어않는 멘트를 작렬시킨다.

“자네 멋지네! 달덩이처럼 예쁘게 생겼네.”

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내 어깨를 턱 잡는다. 헉! 세상에 이런 살가움이 또 있나? 이 순간 처음으로 방문한 식당에 대한 낯설음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 충남집의 대모이자 주방을 관장하는 서금옥(78세) 할머니

 

 

전북 정읍시 수성동 금오호텔 앞 '충남집' 주인 서금옥 할머니는 올해 일흔여섯이 되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젊은 사람 못지않은 기가 창창했다. 얼굴에는 보통 할머니의 인자함 내지는 심술덕지 대신 개구장이 같은 장난스러움이 자글자글했다. 인생을 감사하면서 즐겁게 사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여유스러움이다. 한편으로는 35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여섯남매를 성장시킨 억척스런 강인함도 혼재했다. 하지만 그 강인함은 세월에 용해되었기에 관조의 미학으로 다가왔다.

 

 

 

△ 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할머니의 유일한 불만은 바로 이 사진이다.

GQ 라는 잡지사에서 2시간 넘게 촬영해가더니 하필 메인사진으로 고른 사진이 이거냐고 직접 잡지까지 보여주신다.

이 사진 보고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이 사진을 찍은 작가나 선택한 편집자의 참 대단한 안목에 박수를... ㅎㅎ

 

 

 

△ 위의 사진을 클로즈업. 다시 봐도 재밌다 ㅋㅋ

 

 

 

자리에 앉자 벽면에 걸려있는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2년전 전라도닷컴에서 봤었던 그 기사다. 당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36년에 하루 문 닫은 집’ 이라는 타이틀이었다. 궁금해졌다. 36년동안 단 한번 문 닫아야 했던 그 사연이.

 

“이 자리서 36년을 했네. 딱 하루 쉬었어. 시집간 딸이 갑자기 아프다고 허잖애. 정신 없이 챙겨서 달려 갔는디 아 고것이 삐식 웃드라고. 지 에미 병날까봐 거짓말을 한 거여. 그래서 딱 한본(번) 식당 문을 닫았네.” (전라도닷컴에서 인용)

 

비가 오나 눈이오나 1년 열두달을 하루같이 장사를 한 것도 대단하지만 10여년 전부터는 24시간 문을 열어 놓고 계신다. 자식들도 이미 장성하였기에 돈 욕심에 그러지는 않을 터.

 

“어찌케 쉬겄는가. 왔는디 문이 닫혔으믄 얼매나 실망허겄어. 우리 집 불이 켜져 있으문 좋아서 난리여. 마누래가 후라시 들고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매니로 좋다네. 나를 껴안고 얼굴을 비비고…. 자기들끼리 ‘허허 거 봐라 아직도 있잖애. 맞제 맞제 내 말이 맞제’ 허고. 딱딱 투가리 긁는 소리 나문 나도 신이 나. ‘엄니 어찌문 맛이 그대로요’ 헌디 아 기분이 안 좋겄는가?” (전라도닷컴에서 인용)

 

영락없이 도시에 나간 자식 손주 기다리는 할머니의 심정 그대로다. 그렇기에 이 집의 맛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이들 역시 음식을 맛보러 가지는 않는다. 할머니를 뵈러. 구수한 재담과 살가움을 맛보러 가는 것이다.

 

 

 

 

충남집에서는 원래 막걸리와 시래기국을 내 놓았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쑥국을 내놓았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그때부터 충남집의 대표메뉴는 쑥국이 차지하게 되었다.

 

 

 

△ 충남집의 사철쑥국

 

 

쑥국을 주문하자 맨질맨질 빛이 나는 타일조리대위의 가스화덕에 뚝배기를 올려 금세 끓여낸다. 시골에서 주구장창 먹어왔던 그 맛이다.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고 쑥을 넣어 끓인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다. 고향 봄날의 맛! 그래서인지 뚝배기에서 피어나는 김조차 봄날의 아지랑이를 연상시킨다.

 

 

 

 

 

사실, 전날부터 국밥순례를 하는 중이라 물리도록 국밥만 먹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집의 쑥국은 한번 더 리필까지 해서 싹싹 비워냈다. 아무리 맛있다 한들 장삿속으로만 만들어 낸 음식이었다면 이리 탐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찬 하나 하나 모두 내 손으로 매만지고 만들어낸 정성이 담김 음식이라. 나 또한 맛깔나게 먹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3년묵은 묵은지를 쑥국밥에 척 걸쳐서 먹는 그 맛이란...

 

할머니의 재담을 들으며 식사를 하는 와중에 옆 테이블의 손님이 셈을 치른다.

“잘 먹고 갑니다.”

“어이 사랑해~ 가세!”

 

사랑해라는 인사는 내가 충남집을 나설 때도 받았었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의 건강 비결은 다른데 있지 않아 보인다. 늘 긍정적 마인드로 감사하고 사랑하며 사는 게 제일가는 건강비결이지 싶다. 할머니 스스로도 손님들이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가 세상 그 어떤 즐거움보다 크다고 말씀 하신다. 시간이 많았다면 할머니의 구수한 재담을 안주삼아 막걸리라도 마시면 좋으련만 다음을 기약했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모주 한잔은 맛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주에서 마신 그 어떤 모주보다 뛰어났으니, 세상에 제일가는 모주라 해도 좋을 맛이다. 그대 혹, 충남집에 가거든 필히 모주 한잔 맛보기를 권한다.

 

 

 

△ 맛객이 인정한 충남집의 인삼모주

 

 

쑥국을 배불리 먹었지만 속은 참으로 편안했다. 이게 꼭 쑥의 따뜻한 성질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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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것은.......
<정>아닐까요?
아마도 그럴지도....
정읍 할머니집이라는 상호로 같은 메뉴를 취급하던 음식점이 전주 삼천동에 있었는데 아쉽게도 몇 년 전에 문을 닫았는데 원조가 충남집이었군요. 쑥국과 모주 맛 좋았지요. 넉넉한 인심과 함께..
음식이란 참 묘하지요.
마음이 푸근해지고 비록 글을 읽는 동안의 짧은 시간이지만 지친 삶에 작은 위안입니다.
이런 맛에 제가 글을 쓴답니다.
쑥국 사진을 일부러 흑백으로 처리하셨나요??
혹시..... 음식사진은 컬러사진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정읍에도 가봐야 할 곳이 많군요~
잘 보고 갑니다~
일부러 흑백처리 하였습니다. 아니 사진 찍을때부터 흑백모드로 찍었답니다.

이런 음식은 시각이 아니라 마음으로 접해야 더욱 진국이지 않겠습니까.
예~~
오늘도 역시 한수 배우고 갑니다~
할머니 모델이 포즈와 표정이 기가 막히네요 ㅎㅎ
저런 정겨움이 음식의 맛도 좌우하지 않을까요....

외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몸에 좋다고 쑥국 많이 끓여주셨는데....
갈수록 접하기 힘든 정서를 만끽할 수 있는 충남집입니다.
저도 쑥국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데... 그런데 쑥이 언제나죠?? 촌놈이라도 잘모르겠네요.. 생각없이 살다보니 잊혀져가는게 참 많습니다.. 아~~쑥국먹고잡다..
올 겨울이오면 울 할머니가 끓어주시던 동태청국장을 먹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들었는데..
저기 들려서 쑥국에 밥한공기 말아먹으면 할머니 생각이 더 날것 같은데..
참 정겨운 집이군요. 꼭 한번 들리고 싶어요..
병석에 계신 할머니가 훌훌 털어내시고 청국장 한번더 끓여주시고 무시떡(무우떡) 해주시면
눈물날텐데 잘보고 갑니다..매번
빛고을에서 시발 까마구
광주에서 정읍까진 40분이면 가는데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집이네요.
맛객님을 사람들이 머라고 씹어도 영원한 촌놈 스타일인 맛객님이 난 엄청 좋습니다!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알라뷰 쪽쪽쪽입니다 ㅋㅋ
언제부터인지,도시민이 부르는 허름한 집을 찾는것이 습관이 되어갑니다.우리네 인생도 욕심없이, 장맛이 기본인 음식처럼 담백하게 사는게 편안한 삶이라 여깁니다.모주가 정말로 먹고 싶네요.기회고 오면 전국에 있는 알려주신 집을 유람하고...
광주에 가 있는 시간이 하루만 더 길었더라도
바로 이곳을 찾아갔을텐데......아쉽군요.
언제 지나는 길에 들러야겠어여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듯해요...쑥국 잘먹고갑니다..
지금 밥 먹으면서 보고있는데....어흑...가슴이 메이면서 밥이 안 넘어가네요. 그 할머니 목소리는 굵직하고 걸걸했을것 같아요. 할머니...내내 건강하시길...
와우~~ 내가사는 정읍....
이곳 쑥국 정말 맛있어요~~ 할머니도 너무 좋으시고....
저두 가끔 찾아가는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