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時事-萬物相]

뚝섬 2019. 7. 19. 08:26

요시다 쇼인과 토착 왜구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은 일본의 무사 정권인 막부의 요인 암살을 시도하다 좌절돼 서른에 처형당할 때까지 아흔 넘는 제자를 길러냈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이다. 막부 타도의 선봉 다카스기 신사쿠,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 일본 육군의 아버지 야마가타 아리토모,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한·일 병합 당시 총리 가쓰라 다로 등이다. 그의 교육은 일본의 부국강병에는 기여했지만, 조선 침략 이데올로기의 원형을 제공했다.

 

'정부 관계자'라는 사람이 그제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요시다 쇼인을 입에 올렸다. 그는 "요시다 쇼인과 다카스기 신사쿠가 살아있다면 한·일 간 미래 지향적 협력에 대한 나의 평가에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마음을 풀어보려고 아베가 가장 존경한다는 인물들을 거론했는지는 몰라도 역사적 맥락을 전혀 무시한 말이다. 그들은 일본이 열강의 침략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조선을 식민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정한론(征韓論)'이다. 그들이 살아있다면 아베 총리에게 "백기 들고 항복할 때까지 한국을 더 혼내라"고 했을 것이다. 요시다의 유적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다고 하자 우리 정부는 기를 쓰고 막으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졸업한 고쿠시칸(國士館)대학은 일본 우익 세력이 세웠다. 학교 설립 이념에는 '요시다 쇼인의 정신을 모범으로 삼아 심신을 단련하고…'라고 돼 있다. 교가에도 요시다 쇼인이 등장하고, 학교 상징인 빨간 단풍잎도 그의 일편단심을 연상해 채택했다고 한다. 친일 청산을 부르짖는 대통령의 딸이 이런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정부 관계자가 '삿초(薩長) 동맹' 운운한 것도 귀를 의심하게 한다. 앙숙 관계이던 사쓰마(薩摩)번과 조슈(長州)번이 동맹을 맺어 막부를 타도하고 메이지 유신을 일궈낸 것처럼, 한·일 양국도 손을 잡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동맹은 공통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한·미·일 정상회담 때 아베 총리 면전에서 "일본은 우리 동맹이 아니다"라고 면박을 준 사람이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정부의 허술한 대응을 걱정하는 소리만 해도 '친일파' 딱지를 붙이고 있다. 요즘은 '토착 왜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정부 관계자의 요시다 쇼인, 삿초 동맹 관련 발언보다 더 굴욕적이고 토착 왜구 같은 발언이 어디 있을까. "알고 보니 토착 왜구는 정권 내부에 있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는가.

 

-정권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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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만든 원치 않는 싸움, 그래도 싸움은 이겨야 한다

 

동학군 희생 2만명, 일본군 전사는 1명… 2만 대 1의 싸움을 되풀이하자는 건가
국가 운명을 지켜낼 전략이 있기는 하나

 

일본발() 외부 공습 앞에서도 내부 비판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일본이 비겁하게도 우리의 급소를 찔러오고 있다. 19세기 말 '정한론(征韓論)'을 방불케 하는 공격이 시작됐다. 그것은 반도체 소재 몇 개를 수입하느냐 마느냐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 안보,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가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국면이 펼쳐졌다. 그런데 정부의 상황 인식은 놀랄 만큼 안이하고 대책은 엉뚱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냉철한 국익 논리 대신 감정적 민족주의에 불을 지피는 정략적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전쟁은 시작됐는데 이런 정부를 믿고 있어도 되는지 덜컥 겁이 나는 것이다.

애초 이토록 커질 문제가 아니었다. 강제징용자 판결 후 후속 조치를 위한 외교적 성의를 보였으면 수습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정부는 '3권 분립'만 내세우며 손 놓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며 8개월을 방관하더니 이제 와서야 '1+1 해법'이니 '외교적 해결' 운운하고 있다. 무방비 상태로 보복 맞은 걸 천하가 다 아는데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청와대 정책실장)며 허세까지 부린다. 무능과 무책임도 모자라, 가볍고 경박하다. 이런 정부에 국가 운명을 맡겨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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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습 공격은 국제 분업의 룰을 깬 비열한 반칙이자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반도체 소재에 이은 '화이트 국가' 제외는 일본이 장기 전면전을 감행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1100여 종 핵심 물자의 수출 규제는 한·일 협력 체제를 깨겠다는 경제적 단교(斷交)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적성국이 아니고선 이렇게까지 적대적인 조치는 취하지 못한다. 일본의 공격엔 진검(眞劍)의 살기가 담겨 있다. 50여년 우방 관계를 배신하고 한·일 관계를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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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복은 불편한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일본보다 우리가 더 많이 일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일본산 소재·장비가 핵심 산업의 숨통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일본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겠지만 우리만큼은 아니다. 산업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교력과 군사력, 금융의 힘에서 소프트파워까지 우리의 역량은 일본에 미치지 못한다. 객관적으로 절대 열세인 '비대칭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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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약한 나라가 사는 법은 머리를 쓰는 것뿐이다. 과거 우리는 머리 잘 쓰는 전략 국가로 통했다. 아무것 없던 벌거숭이 나라가 전략을 잘 세운 덕에 이만큼 부강해졌다. 이승만의 한·미 동맹, 박정희의 경제개발이란 장대한 전략적 선택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남보다 머리 더 쓰고 더 열심히 지혜를 짜내 국력의 열세를 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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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정부에 일본을 이겨낼 어떤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태가 불거지자 미국에 달려가기 바빴다. "다 파악했었다"고 하길래 무슨 대비책이라도 세운 줄 알았더니 밖에다 SOS 치는 게 고작이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 매달린 것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온다. 국가 체면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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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고 쉽게 우리 손을 들어줄 리 없다. 미국에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한국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크다. 트럼프는 한국을 지칭해 "미국을 싫어하는 나라"라고까지 했다. '트럼프의 푸들'이 되겠다는 아베와 '중재자론'을 내건 한국 중 누구 편을 들지 가늠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념에 빠져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전략적 가치를 자해한 이 정부의 불찰이다. 그러나 잘못은 정부가 해도 대가를 치르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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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이순신의 12척 배' 정신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막다른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미리 수를 쓰고 대비하는 게 책임 있는 리더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동학 혁명'을 끄집어 냈다. 1894년 우금치 전투의 전사자는 동학군이 26000, 일본군은 단 1명이었다. 2만 대 1의 무모한 싸움을 벌이자는 건가. 대책도 없이 기업과 국민을 전쟁터에 몰아넣는다면 그것은 정부라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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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이길 전략은 안 보이고 국내용 프로파간다만 무성하다. 냉정하게 상황을 관리해야 할 청와대가 앞장서 '관제(官製) 민족주의'에 불을 때고 있다. 비판 여론을 향해 '토착 왜구'란 해괴한 공격을 서슴지 않으며 친일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기회 만난 듯 또다시 친일·반일로 편 가르는 정권에 반문하고 싶다. 국익 망칠 정책 오류를 비판하면 친일이 되나. 누가 나라를 팔아먹는 일본 앞잡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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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도발을 방치한 정부의 무능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가 전쟁에 휘말리게 됐다. 원치 않는 싸움이지만 시작된 이상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한다. 여기에 힘 보태지 않을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의병 정신'을 외치는 정권에 묻는다. 일본의 도발을 이겨낼 복안은 무언가. 이 엄중한 위기 앞에서 국가 운명을 지켜낼 전략을 갖고 있기는 하나.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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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발에 맞서는 싸움에 與野 당파는 있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18일 청와대 회동을 갖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 보복이며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데 정부와 여야가 의식을 같이한다"는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공동발표문은 "일본 정부는 경제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외교적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한편 "여야 당 대표는 정부에도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주문했으며 대통령은 이에 공감하며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양국 관계를 파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경제 보복에 나선 데 대해 한목소리로 성토하며 초당적인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만도 뜻깊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우리 주력 산업의 핵심 소재 부품의 지나친 일본 의존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산업 차원의 장기대책'을 강조한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 경제에 일본의 보복 조치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면서 '외교 협상을 통한 빠른 해결'을 주문하는 등 입장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은 세계경제의 공동 번영을 이끌어 왔고 자신들이 가장 큰 수혜를 누려온 국제분업 체계를 흔들면서까지 무역을 이웃나라에 대한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작년 10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일본은 보복 가능성을 흘려 왔다. 또 아베 총리는 자신이 주재한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회피한 직후 이번 조치를 내놨다. 그만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얘기다. 2, 3의 후속 조치까지 예비해 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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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면서 경제의 버팀목이나 다름없는 반도체 산업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이번 일을 일본 부품 산업에 일방적으로 기대고 있는 구조를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상당한 세월이 소요될 산업구조 개편을 해법으로 삼기엔 당장 발등에 떨어진 위기가 화급하다. 일본의 부당한 무역 보복에 대해 당당하게 항의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구하는 것과는 별도로 일본이 우리 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조치를 실행에 옮길 수 없도록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외교적 해결의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날 야당 대표들이 건의한 한·일 정상회 담, 대일 특사 및 한·일 관계 원로로 구성된 범국가대책회의를 포함해 모든 가능한 대안을 검토해서 이른 시일 내에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일본의 도발에 맞서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데 있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가적 명운이 걸린 위기를 앞에 두고도 국내 정치에서 유불리를 따지며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조선일보(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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