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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라 2008. 8. 8. 09:32

말복-개고기 이야기 

 

 

 

말복 날이다.

불볕더위가 한동안 지속되리라는 기상청 예보다.

오늘, 견공 나리들이 얼마나 시련을 당하실지 불을 보듯 뻔 한 날이다.

그러나 애견가들이 들으면 미치고 펄쩍 뛸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복날 보신탕을 즐겨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니 말릴 일도, 말릴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보신탕을 잘 먹지 못한다. 그렇다고 개고기를 먹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우리나라 오랜 풍습이고 보신탕 애호가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어찌 반대를 하랴. 중국인들은 날아다니는  헬리콥터를 재외하고는 매미, 책상다리까지 삶아서 먹는다는데…

 

그리고... 프랑스음식중에서 나는 달팽이요리를 제일 싫어한다. 어쩐지 느끼하고 달팽이가 연상이 되어 달팽이 요리란 이름만 들어도 토할 것만 같다. 음식은 문화와 토양에 따라 다 다른 법. 그러니 누가 무얼 먹고 않 먹고 하는 문제는 시비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하여튼 나는 개고기를 잘 먹지 못한다. 몇 번 먹으려고 노력을 해 보았는데, 그걸 먹기만 하면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니 아마 개고기 알레르기 체질인 모양이다. 거기다가 개고기를 먹으려고 하면 어렸을 때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상기된다.

 

"애야, 넌 개고기 같은 고기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

"엄니 왜요?"

"내 태몽 꿈에 개고기는 먹지 말라고 하더구나."

 

어머님 말씀때문일까? 하여간 이래저래 나에게는 개고기가 맞지 않는다. 그나저나 오늘은 복날이니 개고기에 얽힌 이야기나 한 토막 해보자.

 

 

그 집, 그 맛을 잊지 못한다는 프랑스인

 

 

 

프랑스인 바이어가 우리나라에 왔다.

마침 그 날이 복날인데 점심 대접을 해야 했다.

 

"한국 음식 중 무슨 음식이 가장 먹고 싶소?"

"아주, 토속적인 한국음식 먹고 싶어요."

"정말이오?"

"예, 난 그 나라 토속 음식 체험이 취미거든요."

"아하, 그래요."

 

해서 그날 밤 프랑스인 바이어를 서울근교 어느 허름한 보신탕집으로 데리고 갔다. 다 쓰러져 가는 초막 집인데 옆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초승달이 나뭇가지 사이로 고고히 떠 있다.

 

"오우 원더풀! 분위기 한 번 죽여주네여!"

"음식 맛도 기가 막히지요."

 

이윽고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푹 삶은 보신탕이 배달되고, 거기에 쇠주까지 한 병 나왔다.

 

 

"자아 이게 오리지널 코리언 트래지셔널 푸드라오. 이건 코리언 트래지셔널 리쿼구요."

 

"오우, 베리 딜리셔스! 이렇게 맛난 음식 처음 먹어봐요!"

 

"이걸 먹으면 더위를 잊고 정력에도 그만이라우."

 

"오우, 파워! 나 파워음식 좋아해요. 요사이 파워가 떨어지는데."

 

그는 정력에 좋다고 하니 원더풀과 딜리셔스를 연발하며 수육에다가 탕까지 깨끗이 다 비운다. 소주도 한 병 더 시켜서 거나하게 취할 정도로 마셨다. 그리고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갔다.

 

다음 날 수출계약서를 들고 호텔로 찾아갔다. 그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얼굴에 개기름이 쫘악 흐르고 원기가 왕성해 보인다.

 

"잘 주무셨소?"

"예, 베리 웰 슬리프. 기분 짱이오!"

 

물론 수출 계약서는 커피 한잔을 하며 기분 좋게 사인을 받았다.

그가 가는 날 공항까지 배웅을 나갔다. 그리고 공항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잠시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그가 말한다.

 

"어제 먹은 고기 이름이 무엇이지요?"

"정말 알고 싶소?"

"예~ 담에 오면 또 먹고 싶어서 그래요."

"흐음~"

 

이걸 말을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망설이다가 옜다 모르겠다. 솔직히 털어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수출계약도 이미 성립이 되었겠다.

 

"똥 개라우"

"왓?"

"도그."

"리얼리?"

"예."

"웩웩웩!"

 

순간 그는 먹은 커피까지 토해내고 있었다.

앗, 불사! 괜히 이야기를 했나.

 

"소리. 미스터."

"노우, 땡큐"

 

 

 

프랑스 행 승객은 탑승하라는 페이징이 울린다.

그가 평정을 찾고 냅킨으로 입술이 묻은 커피를 닦고 일어섰다.

 

그를 보내고 난후 1년 뒤 그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금년 1년 동안의 수출계약을 다시 해야 할 시기였다. 나는 그를 픽업하기 위하여 공항으로 갔다. 그를 보니 반가웠지만 내심으로는 걱정도 된다.

 

"반갑소. 미스터."

"나이스 투 미트 어게인!"

 

그가 악수를 하며 씩 웃었다. 1년 전의 개고기 사건이 뇌리를 스친다. 수출계약에 차질이 있는 건 아닐까? 야만인이라고 비토를 놓지 않을까? 호텔로 그를 안내하고 저녁식사 때가 되어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무얼 먹을 거냐고.

 

"그 때 그 집....."

"왓!"

"코리언 트래지셔널 푸드 앤드 리커"

"리얼리?"

"예~"

 

그는 사실 간부로 승진이 되어 한국에 올 시간이 없었는데, 초막집의 분위기와 개고기 맛이 그리워 다시 한국을 찾았단다. 물론 수출계약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그는 다 쓰러져 가는 움막에서 개고기를 먹는 맛으로 매년 한국행을 결행했다.

 

(말복날에 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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챨라님! 누군가가 개고기라는 걸 말하지 않고 소고기라고 하며 주면 잘 드실겁니다.
우리의 위장은 신경성이거든요. 그래서 밥 먹을 때는 개도 때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좋은 글이이었습니다.
음식 문화 차이에서 오는 세게의 이상한 요리를 총 망라한 책을 한번 구상하시면 어떻실지? 우리가 맛을 보았을 때 이상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전혀 색다른 요리가 아니데, 우리는 이상 하다고 합니다. 태국 여행에서 시장구경을 하는데 유충들을 볶아서 팔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