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임진강일기

찰라 2012. 1. 3. 21:17

눈이 펑펑 내리는 임진강을 걷다!

 

 

하늘에 휘날리는 수많송이 눈꽃 만다라

주상절리 적벽에 비경 이루고

임진강을 하얀 도화지로 색칠하여

남과 북을 연결하는 평화의 길 열어주네 

평화의 누리길이여, 신의주까지 이어져다오

 

 

1월 3일. 지난 연말에 이사를 와서 임진강 동이리 마을에 3일째 머무는 날이다. 오전부터 날씨가 꾸무럭하더니 오후 2시 경부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눈은 얼어붙은 임진강을 금세 하얀 도화지로 색칠을 하고, 앙상한 나뭇가지를 멋진 하얀 눈꽃으로 만들어 버린다. 과연 눈은 세상을 변화 시키는 마법사다.

 

 

▲임진강 주상절리에 내리는 눈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절묘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눈꽃을 머리에 인 갈대와  하얀 도화지로 변한 임진강, 그리고 적벽 주상절리가 휘날리는 눈과 절묘한 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고개를 들어 금굴산을 바라보니 함박눈에 가린 나뭇가지가 그 나뭇가지 아래 들어선 별장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묘한 실루엣을 연출한다. 어느 겨울 북유럽 최북단 노르웨이 나르빅을 여행할 때 보았던 풍경처럼 절묘하게 보인다. 바람도 불지 않아 이런 추세라면 눈이 꽤 쌓일 것 같다.

 

 

▲북유럽 노르웨이 북극을 연상케 하는 풍경

 

 

이럴 때는 집안에 있으면 바보다.

 

 

여보, 이제 나이도 좀 생각하세요?

하하, 산책가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오?

산책도 산책 나름이지요. 아이고, 당신은 참 못 말려.

걱정일랑 말아요. 아직 눈길을 걷는 데는 자신이 있으니.

 

 

 

▲눈발에 흰모자를 쓴 옹기 항아리와 중공군사병처럼 유리창 비추이는 찰라의 모습

 

 

나는 미끄럽다고 불안해하는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등산화 끈을 조여 맸다. 옷을 두껍게 입고 카메라 털모자도 썼다. 아내가 챙겨주는 벙어리장갑을 끼고 똑딱이 카메라를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니 영화에서 보았던 중공군 사병처럼 보여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마당에는 눈이 벌써 발목이 빠질 정도로 쌓여 있다. 하늘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만다라가 춤을 추며 낙하를 한다. 환희의 만다라다. 눈은 장독대에 모자를 씌우고, 소나무를 눈 덮인 크리스마스 추리로 만들고 있다.

 

 

▲수천만송이 만다라가 되어 떨어지는 함박눈

 

 

▲눈 덮인 크리스마스 츄리로 변하는 소나무들

 

 

마당을 지나 대문을 나서니 언덕진 골목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나는 미끄러운 언덕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음, 눈이 얼기 전에 빨리 쓸어야겠군. 나는 산책을 다녀와서 눈을 쓸기로 하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적막한 시골길에 뚜벅뚜벅 발자국을 찍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눈이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없는 눈길을 걷는 느낌은 걸어본 사람만 안다.

 

 

▲금세 하얀 눈이 쌓인 대문 밖 언덕길. 눈이 얼기전에 쓸어야 자동차가 올라 올 수 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은 적막하다

 

 

하얀 도화지로 변한 강 가까이에 다다르니 수많은 갈대들이 눈을 잔뜩 머금고 고개를 수그리며 도열해 있다. 브라운 색 갈대 잎에 쭉 뻗어 올린 줄기, 그 줄기 끝에 달린 갈대꽃은 흰 눈을 이고 다시 갈대꽃으로 피어나는 것 같다.

 

 

 

갈대 숲 사이로 비친 새하얀 임진강과 적벽의 주상절리(株狀節理)가 휘날리는 눈송이와 어울려 절묘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잎이 져버린 마른 풀의 꽃받침에 피어난 눈송이는 목화송이 같기도 하고 하얀 국화송이 같기도 하다. 아아, 아름답다! 자연의 조화는 참으로 위대하다.

 

▲함박눈이 휘날리는 임진강 주상절리

 

 

▲마른 풀잎에 핀 눈꽃

 

 

나는 한 송이 눈꽃이 되어 눈 덮인 임진강을 유유자적 날아 다녔다. 우화등선(羽化登仙-몸에 사람이 날개가 돋아서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는 말)이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겸재(조선시대 화가)는 배를 타고 유유자적하며 우화등선(羽化登船)이란 수묵화를 남겼지만, 나는 한 송이 눈꽃이 되어 하늘을 날며 똑딱이 카메라로 임진강의 절경을 찍어내고 있다.

 

 

▲주상절리에서 떨어져 나온 돌밭이 눈을 덮고 잠들 자세를 취하고 있다.

 

 

눈이 내리는 임진강은 금방 어두워진다. 주상절리에서 떨어져 나온 돌밭을 걷다보니 이마에 김이 무럭무럭 올라온다. 풍화작용으로 둥글 몽실 해진 돌들은 눈을 머리에 이고 고요히 잠이 들 자세를 취하고 있다.

 

 

▲평화누리길 리본과 이정표

 

 

전쟁과 슬픔으로 얼룩진 임진강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화롭다. <평화누리길>이란 청분홍 리본이 하얀 눈 속에서 오늘 따라 더욱 돋보인다. 임진강에 더 이상 슬픔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빗자루를 들고 대문 앞 눈을 쓸었다. 아무도 찾아 올 리 없지만 그래도 나는 눈을 쓸었다. 사람이 아니 오면 고라니라도 찾아오겠지……

 

 

(2012.1.3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임진강에서 글/사진 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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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노후에 상상하였던 일이 찰라님의 사진과 글로 나타내어 너무 기쁩니다.
몇년전 꽁꽁얼은 임진강에서 늦둥이와 장모님을 썰매에 태우고 오전내내 끌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임진강에서 썰매를 타고 추울때 라면을 끓여 먹었던 기억들....
따뜻한 날씨에 어린 늦둥이가 새록새록 잠든 모습을 보았을때 너무 행복감에 젖엇던 기억들...
장모님께서 "내가 살아 생전 시위가 끌어주는 썰매를 언제 타보겠는가"?.하셨던 말씀...
찰라님께서 자녀가 결혼하여 손자나 손녀를 보았을때 사모님께서 안고있을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을 생각하세요ㅎㅎㅎ
싦의 활력소가 될것입니다.
찰라님? 임진강이 꽁꽁 얼었을때 블로그에 올려주세요.
늦둥이를 데리고 썰매를 태워주러 올라 가겠습니다...
사모님을 위해서 썰매 한번 태워 주세요 아마 죽을때 까지 좋은 추억이 될것입니다.
아~~창고에 썰매가 5개가 있을것입니다...
서울에서 어제 내렸던 눈과 임진강에서 내리는 눈은 많은 차이가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임진강의 눈을 보니 너무 즐겁고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하루도 찰라님의 글을 읽고서 즐거운 하루가 될것 같아요....
DMZ인근이라 그런지 눈도 매우 청정하게 보입니다. 눈꽃 만다라 되어 하늘을 수놓고, 임진강을 새하얀 도화지로 만들어 그림을 그리게 해주고... 나는 강아지처럼 추운 줄도 모르고 임진강변을 거닐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임진강에서 썰매를 타기엔 이른것 같습니다. 강에서 쩡쩡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아직 얼음속에는 물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청정남님 멋진 노후 보내시라고 찰라가 먼저 길을 들여 놓겠습니다. 어제는 도로에 수도가 동파되어 수도국에 연락하여 수리를 했습니다. 청보리밭 비포장 도로에 얼음이 어찌나 두겁게 열리던지... 오늘은 안방과 거실에 하루종일 쿡 티브이 설치했습니다. 디지털 방송이라 화면도 깨끗하고 좋습니다. 여긴 매일 영하 10도 밑돌아 머지않아 임진강이 꽁꽁 얼것 같군요. 얼음이 두꺼워지면 썰매티며 사진 올려 줄게요. 그 때 늦둥이 되리고 오세요. 함께 신나게 얼음이나 지치게 ㅋㅋㅋ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찰라님?...
선배에게 와인박스 일단2개는 얻어다 사무실에 갖다 놓았습니다.
다른 와인집에도 부탁을 드렸습니다.언제 한꺼번에 모아서 올려 갈께요.
서울에서는 와인 박스가 쓰레기로 둔갑되지만 조금만 신경써서 재 활용만 된다면
좋은 책꽂이가 되기에 아마 운치가 있을것입니다.
너무 풍족하여 책장을 사는것 보다는 재 활용만 한다면 환경도 나아지고 지구상의 나무들이 덜 수난을 당할텐데....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와인박스 가볍고 운치가 있고, 옮기기 좋고 책장으로는 그만이더군요. 벽돌로 만들어 쓰기도 했는데 벽돌보다 훨 좋아요. 우드라 냄새도 좋고... 감사합니다. 급할게 없으니 천천히 구해도 됩니다. 우선 구례에서 가져온 튼튼한 단감 박스로 임시책장 쓰고 있어요 ^^
찰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평화누리길 카페지기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보고 반가워서 찾아왔습니다.^^
임진강 주상절리, 눈이 오니 또 색다른 풍경이네요. 봄,여름,가을에는 가봤지만 겨울에는 못가봤네요.
카페에 퍼날라도 되겠죠? 올해 평화누리길위에서 꼭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하 , 그러셨군요. 작년 12월 31일 이사를 와서 매일 동이리 주상절리 부근 평화누리길을 서성거립니다. 네 열심히 퍼가세요. 임진강 겨울풍경이 고즈넉하고 고요해서 참 좋군요.봄이 되면 김포에서부터 답사를 해볼까 합니다. 많은 응원 바랍니다. 평화누리길이 DMZ를 허물고, 신의주-베이징, 몽골, 뻬제르부르크까지 이어지기를 희망하며... ㅋㅋ 욕심이 너무 많나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네여,,
제가요,,부산출신이라,, 한국에 살면서도 눈을 보는게 흔하지 않았고,, 지금은 호주의 퀸즐랜드에 살다보니,,
더욱 더 추운 날씨랑은 거리가 있어서,
이런 눈이 내린 풍경을 보면,, 넘넘 아름답게 느껴지는것이,,,

간접적으로 사진을 보면서 좋은 구경했네여,, 감사합니다
로지님 겨울에 오시면 DMZ 눈구경 실컷 시켜 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