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임진강일기

찰라 2012. 1. 7. 10:16

 

 

동네 아주머니들이 간 뒤 나는 다시 문고리 수리에 매달렸다. 찰라는 기계치다. 아무리 기계치라도 좀 더 생각을 하고 노력을 하면 저 문고리 하나 고치지 못할까? 그러나 문고리는 생각보다 앞뒤로 요철구조가 복잡했다.

 

문고리는 안쪽레바가 있고 바깥쪽 레바가 있다. 래치와 캐치박스, 사각축, 잠금버튼, 레버고정피스, 레버 고정피스... 문고리 하나에 이렇게 부속품이 많다니...

 

더구나 이 문고리는 위 아래 양쪽에 잠금장치가 있다. 문고리 하나에도 과학과 철학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이 문고리를 발명한 사람은 잠금장치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으리라.

 

이 엄동설한의 최전방에서 나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틀어 놓고 마음을 가라 앉히며 차분히 문고리 수리에 매달렸다. 기어히 수리를 하고 말리라는 결심을 하고 침착하게 천천히 문고리의 원리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부속품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잠금장치의 원리를 터득하게 되었다. 결국 문고리는 요철[凹凸]원리로 만들어져 있다. 나사를 조이고 풀고 하며 몇 번을 반복하며 요철의 원리대로 끼어 맞추다 보니 마침내 문고리가 작동했다. 

 

"여보, 드디어 해냈어!"

"정말이요?'

"자, 열고 닫아 봐요."

"오메, 정말이내! 당신 참 대단해요!"

"하하, 맥가이버라면 이 정도야 해내야 하지않겠오."

 

작은 일이지만 내 스스로 문고리를 고치고 나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서투른 맥가이버 정신이지만 나는 스스로 문고리를 고친 것이다. 만약 내가 고치지 않고 전곡에 열쇠수리에 맡겼으면 잘 오지도 않을 뿐더러 문고리 전체를 갈아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도 오래 걸린다.

 

남자란 아내에게 칭찬을 받으면 기가 팍팍 살아난다. 마찬가지로 남편도 아내에게 칭찬을 자주 해야 한다. 서로의 작은 칭찬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칭찬은 어려서나 나이가 들어서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칭찬을 하면 고래도 춤을 춘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내는 내가 문고리를 고치는 동안 드럼세탁기 사용법을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서 열심히 터득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일반 세탁기마 사용했는데 금가락지에는 드럼세탁기가 설치되어 있어 사용법을 새로 익혀야 했다. 세탁기에 낀 찌꺼기를 제거하고 사용법을 익힌 아내도 마침내 드럼세탁기를 동작시키는데 성공했다.

 

"당신도 신통해! 이렇게 복잡한 세탁기를 운전하다니."

"나야 말로 기계치인데 어찌어찌 만지다 보니 돌아가네요."

 

사실 아내는 나보다 더 기계치이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깔깔 웃고 말았다. 칭찬은 이렇게 좋은 것이다.

 

금가락지의 하드웨어는 나무랄 데 없이 튼튼하고 견고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아직 손을 볼 곳이 많다. 그것은 오랫동안 집주인이 살지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별장용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집을 빌려주다 보니 집도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고장난 부분을 거의 고치지 않고 사용해온 것 같다. 말하자면 잠시 거쳐 가는 사람은 집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이다. 하루 이틀 머물다가 떠나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편리하게 고쳐서 살아야 한다. 더구나 아내는 성격이 워낙 반듯해서 대강대강 지나치는 성미가 못된다. 뭐든지 두부를 자르듯 반듯하게 놓여 있어야 하고 고장난 부분은 제대로 수리를 해야 한다. 

 

내가 섬진강에 1년 반동안 살며 어설프나마 맥가이버 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닥달 덕분이다. 날마다 나를 얼마나 불러대고 부려먹던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괴롭기도 했다.

 

 

▲벽에 소품을 몇 점 걸고 나니 갤러리 같은 느낌도 들며 집안 분위가가 확 달라진다.

 

아무튼... 나는 섬진강에서 1년 반 동안 갈고 닦았던 멕가이버 정신으로 금가락지에 소프트웨어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를 가설하고, 스카이 쿡 TV도 디지털로 바꾸어 설치를 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설치되어 있는 스카이 TV를 디지털로 바꾸니 화질도 훨씬 선명하다.

 

며칠 동안 전화와 인터넷이 없으니 편한 면도 있었다. 밥 먹고, 산책하고, 잠자고… 그러나 허구한 날 그렇게만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오지에서 외부와 소통을 하려면 인터넷과 전화는 있어야 할 것 같다.

 

 

▲형광램프에 긴 먼지와 벌레도 털어내고 닦아냈다

 

 

심야전기 보일러도 각 파이프라인별로 가동되는 방을 파악하여 배관조절기에 넘버를 붙였다. 필요한 방만 파이프를 열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금가락지는 워낙 벽과 지붕에 단열장치가 잘 되어 있어 낮에는 보일러를 가동시키지 않아도 견딜만하다. 남향집인데다가 뒤에 금굴산이 북풍을 막아주어 아늑하다.

 

전등스위치에도 색인을 붙여 쉽게 알아보도록 했다. 형광등 유리와 산데리아의 나사를 풀어 떼어내니 벌레와 먼지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먼지와 벌레를 털어 내고 물로 깨끗이 닦아내니 집안이 훤해졌다. 욕실과 화장실에 막힌 하수구도 뚫어냈다.

 

하수구마다 머리카락과 찌꺼기가 가득 끼어 있어 물이 제대로 빠져 나가지를 않고 썩는 냄새가 난다. 하수구 뚜껑을 열어 찌꺼기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어놓으니 물이 콸콸 잘 내려가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집안을 정리 정돈을 하고 나니 비로소 집안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사람도 집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조화가 되어야 효과가 극대화 된다. 닦고, 조이고, 걸레질을 하고 나니 집이 윤기가 돌고 빛이 난다.  물질도 사람도 막힌 곳은 뚫고 소통을 해야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소한 일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나는 요즈음 금가락지에서 하루하루 사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나는 아주 작은 일에 기쁨을 느끼고 만족하고 싶다. 현대인들의 불행은 모자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서 온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나는 성경의 이 가르침을 좋아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13세기 독일의 신학자 마이스터 엑하르트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더 알려고 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더 가지려고 하지않는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지식으로부터의 자유, 소유로부터의 자유을 말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신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사람만이 진정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라고 한다.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소유와 욕망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금가락지는 참으로 좋은 집이다.  나는 이 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시 여행을 떠나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집은 내 소유는 아니지만 내가 머무는 동안은 내 소유나 다름없다. 내가 머무르는 동안 수행하는 마음으로 닦고, 조이고, 온기를 불어 넣어 마음을 닦는 수행의 도량으로 삼으리라.

 

 

(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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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전 전곡에서두사람을 불러서 대청소를 하였어도 사람이 살지않아 무인 펜션처럼 운영을 하였는데
진짜 청소하는데는 한계가 있더군요....
이제는 찰라님께서 온기를 불어 넣어주시니 집이 제법 사람사는 집으로 새로 태어났네요....
진짜 맥가이버 실력 나오시네요~ㅎㅎㅎ
ㅋㅋㅋ 서투른 맥가이버가 용쓰고 있지만 아직 멀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