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임진강일기

찰라 2017. 1. 7. 21:41

     

▲추운 겨울 다락방에서 바라본 고라니


연천군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마포대교를 지나 동이리 주상절리 방향으로 막 우회전을 했는데, 갑자기 고라니 한 마리가 갑자기 튀여 나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급정거를 했다. 고라니는 매우 놀란 듯 앞 두 다리 스텝이 꼬이며 곧 거꾸로 넘어질 뻔하다 가까스로 일어나서 논으로 뛰쳐나갔다.

 

휴우! 고라니가 무사히 피해서 건너편 숲속으로 사라지나 나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하마터면 고라니를 치여서 로드 킬(road Kill)을 할 뻔 했지 않았는가천천히 갔으니까 망정이지, 조금만 더 속력을 냈더라면 죄 없는 고라니를 치이고 말았을 것이다. 운동이든 인생살이든 스텝이 꼬이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하마터면 고라니를 치일 뻔한 연천군 임진강변 신작로. 이곳 임진강변도 포장도로가 점점 많아지고 오가는 차량도 크게 늘어 야생동물들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스텝이 꼬인 고라니는 바라보자니 나는 초등학교시절에 넓이뛰기와 높이뛰기 선수를 했었던 생각이 났다. 중학교 때는 투원반과 투창, 투해머 등 필드선수를 한 적이 있다. 멀리 그리고 높이 뛰고, 투장과 원반을 멀리 던지기 위해서는 전력으로 질주를 하다가 마지막에 스텝을 잘 딛어야 한다. 그 마지막 스텝이 꼬이면 제대로 성적을 올릴 수도 없고, 반칙으로 실격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마지막 스텝을 잘 딛기 위하여 수천수만 번의 연습을 거듭해야 한다. 마지막 인생살이든 운동이든 결정적인 스텝을 잘 밟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저거 노루 아닌가요?”

아니야 고라니야.”고라니치고는 엄청 크네요. 노루인지 고라니인지를 어떻게 구분하지요?”

, 노루는 보통 뿔이 있고 궁둥이가 하얀색을 띄고 있어요. 고라니보다 더 크고. 그런데 고라니는 뿔이 없고 좀 왜소해요. 저건 뿔도 없고 궁둥이에 하얀 점도 없는 것을 보면 고라니가 틀림없어요.”

 

사람들이여, 시골길을 달릴 때는 제발 천천히 달려다오!

 

나는 혼비백산하며 달아난 고라니가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곳 임진강 유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생동물의 천국이 다름없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길이 뚫리고 자동차가 점점 낳아지면서 야생돌물이 설 땅도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 이곳 임진강 주상절리에 인근에 4차선 도로가 뚫리고 포장이 되면서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고라니나 멧돼지, 너구리 등 금굴산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은 산줄기를 타고 내려와 임진강으로 물을 먹으로 가곤 한다. 그런데 임진강 변이 점점 도로포장 길이 넓어지고 자동차들의 왕래가 많아지면서 야생동물들은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물 한 모금 마시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 아까 그 고라니도 임진강에서 물을 마시고 온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임진강으로 물을 마시러 가는 순진한 아기 고라니 


지난 5년 동안 임진강변에 살면서 나는 물을 마시러 가는 고라니들을 여러 차례 목격을 했다. 어른 고라니들은 경계심이 매우 많아 부스럭 수리만 들려도 곧 줄행랑을 치고 만다. 그러나 애기 고라니들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맑고 순박하던지 나는 아기고라니들이 모습에 반하곤 한다. 어떤 때는 들창문으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고라니를 바라보기도 하는데, 내가 사진을 찍기 위해 들창문을 살짝 열기만 해도 어느새 그 소리를 듣고 숲속으로 줄행랑을 쳐 버린다.

 

또 한 번은 한겨울에 전곡읍을 다녀오다가 왕징면 우정리에서 동이리로 오는 들판 신작로인 청정로 길로 껑충껑충 뛰어오는 고라니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녀석은 임진강 지류인 황곡천 둑을 건너 막 신작로로 들어섰는데, 그 때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에 그만 살짝 치이고 말았다.

 

빤히 보이는 길인지라 고라니를 발견하였으련만 그 승용차는 속력을 늦추지 않고 그대로 치달려 온 바람에 미처 고라니가 비껴나지 못하고 그대 치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자동차는 멈추지도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나는 자동차를 멈추고 그 고라니 곁으로 다가갔는데, 한동안 기절해 있던 고라니는 벌떡 일어서더니 치인 다리를 절뚝거리며 건너편 논으로 달아났다. 그 승용차가 지정속도만 지켰더라도 고라니는 치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 임진강변에도 포장도로 길이 점점 넓어지고 자동차들의 왕래가 점점 많아지자 고라니들뿐만 아니라 임진강변에 서식하던 야생동물들의 설 땅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겨울이면 임진강변을 찾아드는 지구상에 단 2900여 마리 밖에 없다는 두루미들도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원래 저 야생동물들이 이 땅의 진정한 주인들이다. 인간이 살기에 편리해지면 상대적으로 야생동물들은 살기가 어려워진다.

 

인간들이여, 시골 길을 달릴 때는 제발 지정속도를 지켜다오!

(이건 고라니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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