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임진강일기

찰라 2020. 10. 11. 07:28

 

밤에만 피어나는 꽃 야래향, 향기에 비해 지지리도 못생겼다.

 

야래향~ 바람에 실려

야래향~ 꽃잎에 담아

아아아 닿을 수 있겠지

꿈결 같던 그때로

 

나는 포르투갈을 여행하던 중 리스본 바이샤 거리의 중국집에서 우연히 주현미가 부른 노래 야래향을 처음 들었다. 중국 가수 덩리쥔이 부른 노래를 주현미자 우리말로 해석하여 부른 야래향은 꽃처럼 달콤하다. 향이 너무 강해서 모기퇴치에 매우 우수한 효능이 있기도 한 야래향의 향기는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가 없는 묘한 향기를 내뿜는다.

 

밤에 향기를 내뿜는다고 해서 ‘야래향(Night Blooming Jasmine)이라고 불리는 이 꽃은 중국풍 이름 때문에 중국이 자생지로 아는 이들이 많지만, 원산지는 서인도 제도와 열대 아메리카라고 한다.

 

9월 말부터 금가락지에는 야래향 향기로 사방이 그윽하다. 세상에 야래향보다 더 멋진 향수가 있을까? 약간 달콤하면서도 특유의 분 냄새가 나는 야래향은 이 세상에서 자연이 주는 최고의 향수다. 제일 비싼 최고급 향수 클리브 크리스티안(Clive Christian No.1)이나 샤넬 향수보다 더 멋진 자연이 내뿜는 향수이다.

 

나는 10여 년 전 지리산 구례에 살 때 옆집 혜경이 엄마가 준 야래향을 이곳 연천 임진강 변으로 이사할 때 가져왔다. 그동안 새끼치기를 하여 화분 세 개에 옮겨 심었다. 세 개의 화분 중 두 그루는 비실비실하여 아내의 화단에 옮겨 심었고, 한 그루는 거실에 놓아두었다.

 

화단에 심은 야래향은 땅심을 받았는지 화단에서 밤이면 그 특유의 향기를 내뿜고, 거실에 둔 야래향은 실내 가득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야래향 세 그루에서 내뿜는 향기가 밤이오면 금가락지 전체에 가득 채운다. 야래향 향기 때문인지 요즈음 모기도 별로 없다, 야래향은 봄에 한 번 그리고 가을 이맘때쯤 다시 피어난다. 봄보다 가을에 피어나는 향기가 더 그윽하고 짙다.

 

야래향은 낮에는 철통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가 땅거미가 지고 밤이오면 굳게 오므렸던 입을 슬며시 벌리고 특유의 향기를 발산한다. 밤에 피는 꽃으로는 달맞이꽃이 있다. 달맞이꽃은 밤이 되면 퍽퍽 하고 피어나지만 야래향은 슬금슬금 피어난다. 밤새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던 야래향은 동이 트기 시작하면 향기를 거두고 다시 꽃잎을 굳게 다물어버린다. 단 한 그루의 야래향이면 집 안팎을 향기로 흔들어 놓는다.

 

낮에는 올챙이처럼 꽃잎을 오므리는 야래향

 

야래향은 어인 일로 밤에만 피어날까? 박색한 여인의 한이 맺혀 피어나는 꽃일까? 못생긴 모습을 향기로 사로잡기 위해서 이토록 매혹적인 냄새를 발산할까? 옛날에 아름답지 못한 여인이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의 사랑을 얻고자 했으나 얻지 못하자, 야래향의 향을 침실에 뿌려 그를 유혹했다고 한다. 남자는 밤이면 야래향 향기에 취해 같이 있어 주었지만, 해가 뜨면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떠나버렸다고 한다.

 

매일 이런 일이 반복되자 여인은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숨을 거두고 말았는데 그 자리에서 한 그루 나무가 나라나 밤이면 향기를 뿜어냈는데 사람들은 밤에만 향기를 뿜어낸다고 하여 야래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야래향의 꽃말이 '위험한 쾌락'이라고 한다.

 

야래향은 향기와 비교하면 지지리도 못생긴 꽃이다. 낮에는 꽃봉오리가 마치 올챙이 모습처럼 생겼고, 밤에 활짝 피어났을 때는 4~5m 정도의 작은 크기의 올챙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연녹색으로 피어난 꽃봉오리는 꽃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질구레해서 볼품이 없다. 여자로 치면 정말 못생긴 박색이다. 그런 모습에서 어쩌면 이렇게 멋진 향기를 발산할까? 사람의 깊이를 외모로만 보고 판단을 하면 안 되듯이 꽃도 겉모습만 보고 그 향기를 판단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텃밭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하다가 하루 일과 마치고 거실에 들어오면 그윽한 야래향이 나를 매혹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멋진 향수가 있을까? 야래향에 취하다 보면 피곤함도 사르르 녹아버린다. 도대체 야래향은 어떤 나무일까? 국화의 향기가 좋다고들 하지만 야래향에는 턱도 없다. 나는 오늘도 야래향의 향기에 취하며 황홀한 밤을 맞이하고 있다.

 

야래향~ 바람에 실려

야래향~ 꽃잎에 담아

아아아 닿을 수 있겠지

꿈결 같던 그때로… -주현미, 야래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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