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ce

찰라 2004. 10. 7. 06:57

□ 디오니소스! 디오니소스! 술의 신이여!


□ 광기 감도는 오모니아 광장

* 술에 절어 병색이 완연한 디오니소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디오니소스라 할지라도 이렇게 병들어 죽어간다는 화가 카라바조의 그 림이 가장 솔직한 표현이 아닐까요?

새벽 5시. 두통으로 잠을 깬 나는 수도꼭지에서 찬물을 벌컥벌컥 빨아 마시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제 올림피아에서 버스를 타고 피르고스로 가서, 다시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아테네로 달려와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또한 오모니아 거리를 쏘아다니다가 카페에서 와인까지 한 잔을 하고, 밤늦게 오모니아의 싸구려 숙소에서 잠을 설치다 보니 더 피곤해졌나 봅니다.

“헬로, 신사양반, 여기 멋있는 아가씨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잠간 놀다 가시지요? 아주 예쁘고 값도 매우 싸요!”

오모니아 밤거리는 여전히 삐끼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고, 술에 취한 자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비틀거리며 밤거리를 해매이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유혹의 밤거리였습니다.

여명이 체 밝지 않은 이른 새벽에 선잠이 깬 나는 아직 세상없이 자고 있는 아내 몰래 운동화끈을 졸라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오모 니아 광장엔 아직까지도 술에 취해 땅에 누워 잠을 자는 사람, 비틀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눈에 띱니다.

그들은 환희의 소리를 지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것일까요? 하여간 홍등가처럼 휘황한 오모니아의 밤거리를 떠도는 사람들 모두가 미친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늦은 밤과 이른 새벽 오모니아의 거리를 방황하는 나 또한 저들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미친 사람이 아닐까요? 과연 포도주의 신 디 오니소스가 이 모습을 본다면 무어라고 할까요?

디오니소스! 디오니소스!
술의 신 바쿠스여!
그대 정녕 신이라면 이 거리의 표정에 대해 무어라 한마디 해주오.

그러나 술의 신은 말이 없습니다. 아니, 나는 신기가 없는 평법한 인간이라서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델피의 무녀 피티아라면 디오니소스의 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해 올텐데... 나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미친 인간 작가 이윤기 씨의 상상의 소리로 디오니소스의 외침을 대신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나는 곡식과 과일 그리고 이로 빚은 술의 신이자 곧 곡식과 과일 그리고 술이다. 내가 썩어 술이 되거든 너희가 마셔라. 너희가 썩어 술이 되면 내가 마시리라. 마시고 취하고 싶은 자는 취하라. …취하고 싶은 자는 취하라. 취하거든 산으로 들어가라. 산에는 삼엄한 신전도 사당도 없다.

산에서 오래 참던 소리를 짐승같이 토해 내며 춤을 추어도 좋다. 달리고 싶은 자는 미친 듯이 달려도 좋다. 달리다 힘이 다하거든 울창한 나무 밑을 침실로 삼고 부드러운 목초를 침상으로 삼아도 좋다.

그러나 잘 들으라! 너희들의 목적은 술이 아니다. 광기도 아니다. 술이 깨거든 카오스(혼돈)가 비롯되던 시간, 코스모스(질서)가 비롯 되던 시간을 생각하라. 광기에서 놓여나거든 떠날 일을 생각하라.

…씨앗이 대지에 들었다가 제 몸을 썩히고, 싹을 내고, 자라고, 열매를 맺고, 다시 대지에 들어 제 몸을 썩히는 이치를 생각하라. 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한 알의 곡식과 과일이 있는 이치를 생각하라.

그리고 너희가 그 자리에서 다시 하나의 생명으로 곧게 설 방도를 생각하라. 그것이 목적이다. 내가 너희에게 준 술과 술자리는 쾌락 이 아니라 한 자루의 칼이다. 너희는 칼자루를 잡겠느냐, 칼날을 잡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준 술은 무수한 생명이 뒤섞여 있는 카오스의 웅덩이다. 너희가 빠져 있느냐, 헤어 나오겠느냐?”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칼자루는 어디메이며, 칼끝은 또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어느쪽이 카오스이며, 코스모스이련지.... 잡는 자의 선택에 따라 세상으로 가는 길은 달라질것으로 생각되는데...

하여간 힌두의 땅 인도에서 돌아온 디오니소스는 시바 신을 상징하는 ‘링감’(남근상)을 앞세우고, 한 손에는 술의 신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다른 한손에는 술잔을 들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아테네의 도시엔 푸른 숲은 없어지고, 대신 회색의 콘크리트 숲이 들어선 거리엔 술 취한 자들이 씨앗을 뿌릴 땅을 찾지못하고 있는지 차가운 아스팔트 거리를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한 때 미치광이 디오니소스가 세상을 방황하듯이 말입니다.

디오니소스! 디오니소스!
술의 신 바쿠스여!
칼자루는 어디에 있으며
칼끝은 어느 쪽인가요?
이 땅의 술 취한 인간들은
칼자루와 칼끝을 구분하지 못하고
끝없이 방황하고 있습니다.

그대, 정녕 술의 신이라면
술 취해 방황하는 인간들에게
고기를 잡는 기술을 가르쳐주시오
테바이의 어부 아코이테스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 야니 : At First Sight

사업자 정보 표시
| | |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찰라님,
필멸의 인간에게 방랑보다 더 힘든 것은 없다고요?
여행과 방랑의 다른 점은 무엇이관데...
삶이 요즘같으면 방랑이라고 할밖에 없자나요?
계획대로 하는 가이드가 딸린 여행이 아니라...

칼자루와 칼끝의 어느쪽이 더 센것인지 아직도 모르는 어린애처럼
몽환으로 살고픈 것이 요즈음의 세상인 것 같아요.
푸른샘이 왠 주정이냐고요? ㅎㅎ
디오니소스의 등불이라도 찾아서 방황해야 하나봐요.ㅋㅋ
푸른샘님, 배낭족의 여행은 그래도 생계유지걱정을 별로아니하고 의도한 대로 여행을 다니것이지만,
방랑족은 집시처럼 유랑하며 그때 그때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니 얼마니 힘들겠습니까?

머무를 집이 없는 방랑생활은 듣기엔 자유로워보이지만 사실 가장힘든 생활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집을 떠난자는 다시 돌아올집이 있지만 방랑자에겐 그런 기대감도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호머도 필멸의 인간에게 방랑보다 더 힘든 것이 없다고 했지 않았을까요?

세상이 아무리 살리 힘들어도 디오니소스처럼 대낮에 등불을 밝히고 다니는 사람이 있겠지요. 절망과 희망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까이 있다는 것... 다만, 사람들이 이를 발견하지 못할뿐...
그래서 세상은 또 살맛이 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하하

요즈음 영산강 유역에는 갈치 잡이가 한창이던데...
다음에 내려가면 푸른샘님 불러서 회 한 사라에 보해 쇠주라도 한잔
곁들이며 그동안 쌓인 이야기라도 나누워야 할까 봅니다...^^
늘 행복하세요...
디오니소스에 대하여 좀 더 알게 된 계기가 되어 감사드립니다. 와인을 즐기는 서구 사람들.
정도껏 마셔야겠지요. 요사이는 마약을 접하기 쉽도록 안내하는 것이 술이지 않을까 생각도
하면서 미국인들은 마약으로 죽어가고 있더군요. 일 년에 거의 7만 명이 죽어가는데도 정부에서
크게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마약과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데
뭐가 부족해서 그런 것에 손을 대나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멋진 글을 음미하며
공부하는 계기가 되어 다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