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olia

찰라 2006. 8. 12. 16:21

미스터 이드레

몽골Mongolia이란 말은 “용감하다”, "세상의 중심"이란 뜻을 지닌 몽골의 부족어이다. 칭기즈칸에 의해 통솔된 몽골부족의 민족명인 “Mongol"이 “Mongolia"로 변화 된 것. “몽고(우매할 蒙, 옛 古)”라는 명칭은 청나라 이후에 중화사상을 지닌 중국인들이 우매하고 몽매한 민족으로 격하하여 부른데서 유래 된 것이다. 그러니 자존심 높은 몽골인들 앞에서는 함부로 ‘몽고’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밤 11시 30분, 대한항공 867편은 울란바토르 공항에 무사히 안착을 한다. 인천공항에서 밤 8시에 이륙을 하였으니 불과 3시간 30분의 거리다. 입국검사대를 빠져 나가니 'O. K CHOI'라는 피켓을 든 남자가 보인다.

작달막한 키에 다부진 입술, 살집이 좋은 타원형의 얼굴에 박박 깎은 머리, 그리고 그 위에 살짝 걸쳐 쓴 흰 모자가 퍽 인상적이다. 안경 속에 빛나는 눈이 고집스러우면서도 전형적인 몽골인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인상이다. 가슴까지 깊게 도려 낸듯한 흰 티셔츠에 흰 바지를 입은 것도 특이하다. 그러나 칭기즈칸의 후예라고보기엔 키가 너무 작다.

“헬로 초이, 웰컴 투 몽골리아! 이 운전수를 따라가서 차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아내와 나는 마치 시골 머슴처럼 생긴 운전수를 따라 밖으로 나간다. “한 여름인데도 날씨가 쿨 한군요.” “그러내. 꼭 우리나라 봄 날씨 같아…” 몽골의 한여름 밤은 쿨 하다못해 쌀쌀하기조차 하다. 운전수는 우리들의 짐을 받아들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간다. 이번 여행에는 배낭을 10kg 정도로 줄였으니 무거울 것도 없다.

배낭을 10kg 이내로 줄이기란 무척 어렵다. 거기까지 줄일 수 있는 배낭여행자는 배태랑 고수 배낭여행자다. 그럼 우리가 고수중의 고수인가? 하기야 10여년 가까이 배낭여행을 했으니 고수가 될법한 시기이기도 하다. 버려야 해. 모든 걸. 하루에 한번도 쓰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거니 포기를 해야 해. 배낭에 넣어두어 봐야 당신의 등줄기만 무겁게 하므로…

택시인줄로만 알았던 자동차는 뜻밖에도 7인승 러시아 지프차다. 운전수는 우리의 짐을 뒤쪽 트렁크에 실고 함께 운전석에 앉아 기다린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그 피켓을 든 남자가 오질 않는다. 아휴~ 이거 왜 아직도 안 오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조금만…


▲미스터 이드레 가족이 운영을 하고 있는 민박형 이드레 게스트 하우스는 매우 깨끗하고 아담하나 주변이 다소 시끄러운 게 흠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나는 울란바토르의 게스트 하우스에 대한 웹 사이트를 몇 군데 조사하여 룸 차지와 몽골여행에 대한 내용을 메일로 문의 한 바 있었는데, 그 중에서 이드레 게스트 하우스가 가장 성실하게, 배낭 여행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답변 메일을 보내 왔던 것. 1인당 하루 방값 도미토리 4.5달러, 더블 룸 16달러, 공항 픽업 9달러(택시비보다 쌈). 여행코스와 비용도 비교적 자세하면서도 납득할만한 비용을 제시해 주었다.

“운전수 양반, 이거 어떻게 된 거죠?”
“@#$%^&**……”

아내가 참다못해 순 한국말로 운전수에게 묻는다. 그가 뭐라고 손짓을 하며 이야기를 했지만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마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뜻일 게다. 러시아 억양처럼 드센 몽골어를 우리가 어찌 알아듣겠는가? 피장파장. 만국 공용어인 바디랭기지로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1시간여가 지나서야 그가 온다.

 

 

오케이와 제이

“이거, 미안합니다. 다른 한국인 두 명이 더 온다고 메일을 보내 왔는데 보이지 않는 군요. 하여간, 저는 이드레라고 합니다.”
“어? 당신이 미스터 이드레씨?”
“네 제가 이드레입니다.”
“이렇게 주인이 직접 나와 주다니. 하여간 감사합니다. 저는 오케이(OK)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아내 제이(J)이구요.”
“오케이, 제이. 거참 쉬운 이름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감사하긴…”



언제부터인가 해외에 나가면 나는 내 이름을 ‘오케이(OK)’, 아내 이름은 ‘제이(J)라고 소개를 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들 이름의 이니셜이다. 오케이와 제이, 내가 듣기에도 듣기 쉽고 부르기도 좋다. 그래 우린 오케이와 제이다. 어차피 한국식 발음의 풀 네임을 말해보아야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기억도 하지 못하므로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좋은 심플한 이름으로 소개를 하게 되었다. 한국식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해 상대방이 계속 이름을 물어보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어렵고 힘들다. 심플한 배낭에 심플한 이름, 이게 심플한 배낭여행에 어울린다.



이드레, 곤드레, 만드레

이드레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을 하니 벌써 자정이 넘었다. 입구에서부터 신발을 벗게 하고 실내화로 갈아 신게 하는 별난 게스트 하우스다. 작지만 매우 깨끗하다. 그렇게 세계의 여러 게스트 하우스를 전전했지만 신발을 벗게 하는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한국의 온돌방을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이드레씨가 직접 실내의 이곳저곳을 안내해 준다. 공동부엌, 욕실, 작은 거실에 TV 한대,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 1대, 그의 아내인 듯한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눈을 비비면서 싱긋 웃는다. 잠을 자다가 일어난 모양. 프라이비트 더블 룸을 배정 받고 방값과 픽업비용을 지불하려고 했더니, “레이터(나중에)” 하면서 잘 자라고 인사를 건 낸 뒤 이드레씨는 사라져 간다.

방으로 들어가니 이건… 소꿉장난하기에 딱 알맞은 방이다. 너무 아담해요. 깨끗하고… 좁은 방에 작은 밀랍인형 같은 간이침대가 둘 놓여있고, 손 바닥만한 탁자 한개, 그리고 칸막이를 한 화장실에 다시 칸막이를 한 아주 좁은 샤워 실…

“세상에! 애들 소꿉장난하기에 딱 좋은 방이군요.”
“그러게 말이요. 그럼, 오늘밤 어린시절로 돌아가 신랑신부 소꿉장난이나 해볼까?” "아서요. 아서..."

짐을 풀고, 전화 부스 같은 샤워 실에서 몸을 비비꼬며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천둥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빗방울 소리가 처음엔 툭툭하더니 곧이어 투두둑 투두둑 거리며 지붕과 유리창을 세차게 두들긴다. 자로 잰 듯이 겨우 우리들 키에 맞는 침대. 그런데 침대에 누운 아내가 갑자기 키득키득 웃기 시작한다.

“당신 왜 웃지?”
“이드레씨 말이에요?”
“응.”
“어쩌면 이름을 이드레라고 지었지요?”
“그게 어때서?”
“그럼 그의 형제들은 곤드레 만드레도 있을까요? 호호.”
“하하. 아마 있을 줄도 모르지. 허지만 몽골사람들은 성이 없고 이름에 사연과 뜻이 저마다의 담겨 있다는 군. ”





침대와 침대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 같은 작은 공간이 있다. 이거 당신을 껴안고 자긴 다 틀렸는데… 당신 이 늦은 밤에 벨 소릴 다 하시는 군요. 남자와 여자가 한방에서 함께 잠을 자는데 지극히 정상적인 이야그가 아닌가? 아이고 아서요.어서 잠이나 자요. 그게 마음대로 잠이 그냥 와야지...

하여간… 건널 수 없는 좁은 강을 사이에 두고 우린 나란히 작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번개불이 번쩍 하고 창문을 밝히더니 빗줄기는 더 세게 내려친다. 투두둑 투두둑 투두둑… 바로 가까이서 빗방울 소리를 들어본 게 얼마만인가. 자연이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붉은 영웅’들이란 뜻을 가진 울란바토르의 밤은 빗줄기의 피아노 음률 속에 이렇게 깊어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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