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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2009. 6. 1. 18:08
볼륨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안치환음악을 들으려면원본보기를 클릭해주세요.

 

 

대학 2학년 여름..

청바지입고, 샌들신고 찾았던 지리산

마침 쏟아지는 폭우에 뱀사골언저리만 빙빙 돌았던 기억이...

 

사십년 넘어 살면서도 山은 늘, 먼 곳에 있었으므로..

지리산을 찾을 엄두도 못내었는데....

 

어느날, 문득

올라보고 싶었던 지리산...

 

왕초보는 오지 말라시지만

흑심 품지않은 눈으로 오시라지만

달아오른 절정의 몸으로 오시라지만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지만

아무 죄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지만

..................................

 

그래도

대장님 따라 갈랍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 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지리산에 가시려거든
나를 데불고가지

행여 지리산에 간다고
나를 띄놓고 가나

 

출처 : 4050수도권산악회
글쓴이 : 째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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