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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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코너... 바름을 해치는 자 / 최한기

바름을 해치는 자는 반드시 다른 이를 사악(邪惡)한 자로 몰고 자신은 바르다고 자처하며, 나아가 동류를 불러 모아서 숨을 모아 산을 날리고 모기 소리를 모아 우레 소리를 낸다. 害正之人, 必驅人於邪, 自處以正, 至於招朋萃類, 衆呴飄山, 聚蟁成雷. 해정지인, 필구인어사, 자처이정, 지어초붕췌류, 중구표산, 취문성뢰. - 최한기(崔漢綺, 1803-1877), 『인정(人政)』권2 「측인문(測人門)2」 해 설 이 글은 조선 말기의 문인인 혜강(惠岡) 최한기의 『인정』 「측인문」에 실린 문장이다. 『인정』은 일종의 정치 에세이로, 정치에 있어서 사람을 감별하고 선발하는 원칙을 제시한 책이다. 당대의 위정자(爲政者)를 염두에 두고 기술된 것이기는 하지만, 인간과 인간 사회의 본질에 관한 통찰이 두루 담겨있다는 점에..

08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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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읽기 침묵의 언어 / 김규련

돌을 벗 삼아 곁에 두고 묵묵히 앉아 있다. 망중한(忙中閑)이라 할까. 때로 이러한 한적한 시간이 가물거리는 인간의 심혼에 생명의 불길을 당겨 줄지도 모른다. 마침 권솔은 모두 외출하고 빈집에 혼자 있다. 창 밖에는 신록의 물결이 연신 너울거리고 있다. 한동안 버려뒀던 수석이란 이름의 돌들이 저마다 몸짓을 하며 가슴으로 다가온다. 돌에도 정이 오가는 것일까. 하나하나 먼지를 닦고 손질을 해본다. 모두가 한결같이 돋보인다. 10여 점 되는 돌들이 그렇게도 모두가 개성이 뚜렷할까. 질감이 다른가 하면 그 형태며 색감이 다르고, 선과 굴곡이 서로 상이한가 하면 균형이며 조화며 규모가 또한 다르다. 어찌 그뿐이랴. 오랜 수마(水磨)와 풍화작용에서 얻은 돌갗의 세련미며 모양새의 추상미는 더더구나 다르다. 수석인들..

댓글 수필읽기 2020. 7. 8.

08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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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읽기 풀꽃 이름 / 정목일

애기똥풀, 며느리밥풀꽃, 홀아비꽃대. 우리나라 풀꽃들을 보면 황토 내음과 바람의 숨결과 이슬의 감촉이 느껴진다. 너무나 순진하고 착해 보여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은 풀꽃들이 낯설지 않은 것은 언젠가 한 번 대지의 품속으로 돌아가게 되면, 무덤가에서 웃어줄 꽃이기 때문일까. 풀더미 속에서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하고, 이름 한 번 불려지지 않을 듯한 부끄럼 잔뜩 머금은 풀꽃들을 보면, 가만히 다가가 귀엣말을 나누고 싶다. 풀꽃의 표정은 시골 아낙네처럼 수수하다. 치장을 하지 않아 눈을 끌지 않으나 순박하고 단아하다. 우리 산등성이의 고요하고 은근하게 이어지는 임의 눈썹 같은 곡선, 어둠을 걷어내는 여명이 창호지문을 물들일 때의 눈부시지 않으나, 마음이 환해지는 그 삼삼하게 맑은 빛깔을 품고 있다. 애써서 가..

댓글 수필읽기 2020. 7. 8.

08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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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읽기 7월을 닮은 남자 / 김유진

천막 안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달, 사슴이 뿔을 가는 달, 또는 들소가 울부짖는 달ㅡ인디언이 부르는 7월의 다른 이름들이다. 1년을 반으로 접어 나머지 절반을 새로 시작하는 7월은 살아있는 그 어떤 것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초록은 보다 원숙해지고 열매는 더욱 단단해지며, 곤충이나 동물은 부지런히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허물을 벗는다. 1년 중 생명력이 절정에 이르는 시간, 바로 7월이다. 지하철이 답답한 터널을 빠져 나오자 오후의 햇빛이 객차 구석구석을 비추었다. 꾸벅거리며 조는 사람들 머리 위에도 햇빛이 머문다. 나는 눈이 부셔서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사람들 물결에 밀려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사이 내 몸을 지탱하는 발은 굽 높은 구두 속에서 조여들고 있었다. 힐을 신고도 잘 뛰어다니던 때가 ..

댓글 수필읽기 2020.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