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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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읽기 한 눈 없는 어머니 / 이은상

김 군에게 김 군이 다녀간 어젯밤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소. 김 군에게 보내는 이 편지는 쓰고 싶으면서도 실상은 쓰고 싶지 않는 글이오. 왜냐 하면 너무도 어리석은 일을 적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도 슬픈 사연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꼭 써야만 한다는 무슨 의무감 같은 것을 느끼었소. 그래서 이 붓을 들었소. 어젯밤 우리가 만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었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소. 아, 거기서만 끝났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소. 그대는 품속에서 그대의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 한 장을 꺼내어 내게 보여 주었소. 나는 그대의 어머니를 생전에 뵈온 일이 없었기로 반가이 받아들었소. 그런데, 그대의 가신 어머니는 한 눈을 상하신 분이었소. 그것을 본..

댓글 수필읽기 2020. 7. 11.

11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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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읽기 통곡(慟哭)의 방 / 김선화

아무도 없는 방에서 울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울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나약한 제 모습 보는 게 두려워 참았습니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양동이의 눈물을 흘려야 했으니까요. 참고 참아도 눈물이 핑그르르 돌면 속 입술을 잘근 깨물며 견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버티다가 본능적 속심이 이성적인 현실을 이길 경우, 꼼짝 없이 봇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누가 볼까 민망하여, 아니 누구에게 못난 모습 들키기 싫어 빈 방에 들어가 펑펑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방문 여는 소리가 나면, 한쪽 구석에서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꺽꺽 목을 놓았습니다. 제3자가 말릴 엄두를 못 내게끔 이불자락으로 온몸을 돌돌 싸서 틀어쥐고 앙금이 죄다 토해지도록 용을 썼습니다. 울 장소가 정 마땅찮을 시, 재래식화..

댓글 수필읽기 2020. 7. 11.

11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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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읽기 표현은 침묵보다 아름답다 / 이향아

"과묵한 사람이 좋아요"라고 대답했던 것은 내 사춘기 시절의 취향이었다.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모습에서 나는 이제 더 이상 의지나 매력 같은 것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매력이라니, 어림도 없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근래에 들어 점차 과묵한 사람이 싫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은 우선 그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 쉽게 가까워지지가 않는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고 하였지만 어떤 경우의 침묵이나 늘 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침묵은 녹이 슨 구리가 될 때도 있고, 삭은 막대기가 될 때도 있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시 만난 사람일지라도 표정이 있는 사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무표정한 표정은 데스마스크와 다를 바가 없다. 그에게서는 인간의 훈김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때로는 ..

댓글 수필읽기 2020.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