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2020년 08월

07

습득코너...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 강민구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이 다른 것은, 인간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안다는 점이다. 사실 동물이 탐욕스럽게 보이기도 하나, 대다수 야생 동물은 자기가 취할 정도의 먹이만 거두지 더 이상의 탐심을 발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게걸스럽게 자신의 먹이보다 훨씬 더 않은 재물이나 권력ㆍ명예 등을 욕심낸다. 미래라는 환상을 인간이 인식하기에 생기는 일종의 병리현상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한국 사회에 일종의 《선비정신》이 통용되었다. 자신만의 이익이나 자신이 속한 정파나 집단을 위해서 말도 되지도 않는 주장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알기에 아예 꺼내지도 못하던 정상적인 일종의 도덕률이 지배하던 사회였다. 그러나 작금 일어나는 사태는 어떠한가. 다수를 차지하면 헌법 같은 기준선은 염두..

07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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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모음 구도(求道)를 위한 수필 구도(構圖) / 박양근

글쓰기를 위한 첫 주문(呪文)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글쓰기는 사려 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다. 글은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록 해준다. 언어란 생각을 ‘표현하고’ 생각을 ‘소통하고’ 삶을 나누는 도구이다. 삶과 글과 언어를 합치면 글쓰기는 “자기노동과 경험에 근거한 자기언어를 갖는 행위”가 된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고백해야 하지만 문제의식을 싹 틔우고 더 깊은 사유를 벼리는 작업이므로 작가는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조지 오웰은 일반 사람을 “자력으로는 인생의 곡절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글에 마음을 뺏긴 작가가 되면 “이제는…” 하고 자아실현의 돛을 세우는 일을 시작한다. 독..

댓글 이론 모음 2020. 8. 7.

06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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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모음 글의 표정 / 정민

상이 찌푸려지는 글이 있고, 가슴이 콩당대는 글이 있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다 보인다. 시를 읽다가 그 마음이 고마워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제 생각만 강요하는 서슬에 질려 읽다 말고 책을 덮기도 한다. 저도 모를 소리만 잔뜩 늘어놓아 짜증이 나는 글이 있는가 하면, 글 쓸 때의 환호작약했을 광경이 행간으로 훤히 보이는 글도 있다. 지난 번 교내의 학술 발표 때에는 결론도 없이 말장난만 되풀이 하는 발표자에게 몹시 화를 내고 말았다. 너무도 화창한 토요일 오후에 다른 일 접어두고 앉아 그런 발표나 듣고 있는 것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없는 생각 쥐어짜느라 쓰면서 힘들고, 무슨 소린지 몰라 들어서 괴로운 그런 공부를 왜 하느냐고 앙칼지게 따졌던 것 같다. 암호문과 다를 바 없는 시, 자기도취..

댓글 이론 모음 2020. 8. 6.

06 2020년 08월

06

수필읽기 문학, 인생의 창을 여는 마법 / 박양근

문학이란 무엇일까? 왜 우리의 삶에 문학이 있어야 하는가. 문학이 주는 무엇을 어떻게 소유하여야 하는가. 그런 보람을 매일 얻을 수 있는가. 우리는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매번 이러한 의문을 품는다. 문학이라는 괴물 아닌 괴물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본질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문학은 체험을 언어로 형상화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체험은 1차원적이고 생리적인 것이 아니라 특별하고 독특한 경험을 말한다. 늘 평범한 것에 비범한 무엇이 숨어 있는 법이다. 그 정체는 "지금 여기에 있는 이 사람"으로서 우리가 인상 깊다고 여기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더 큰 기쁨과 아픔으로 이것을 느낀다. 그 발견을 말하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1세기는 지난 시대와 판이하게 다르다. 50여 년 ..

댓글 수필읽기 2020. 8. 6.

05 2020년 08월

05

습득코너...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은혜와 원한은 흔히 한 마디 말 때문에 생기고, 화와 복은 한 글자로 야기 된다. 명철한 선비라면 마땅히 부지런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恩怨多由片言 禍福或起隻字 明哲之士 所宜慥慥乎銘念也 은원다유편언 화복혹기척자 명철지사 소의조조호명념야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시문집 제12권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해 설 “It's me 나예요 다를 거 없이 / 요즘엔 뭔가요 내 가십 / 탐색하는 불빛 / 오늘은 몇 점인가요? / 쟤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좋아한담? / 기분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뭐람? / 태가 달라진 건 아마 스트레스 때문인가? / 걱정이야 쟤도 참” 2018년에 온 국민이 아는 유명 가수가 직접 작사하고 부른 노래 가사 중 일부이다. 처음에 이 노..

05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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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읽기 광야를 달리는 말 / 김훈

아버지를 묻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맞바람이 치던 야산 언덕이었다. 언 땅이 곡괭이를 튕겨내서, 모닥불을 질러서 땅을 녹이고 파내려갔다.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때 나는 육군에서 갓 제대한 무직자였다. 아버지는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셨고, 가난은 가히 설화적이었다. 병장 계급장을 달고 외출 나와서 가끔씩 아래를 살펴드렸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너 이러지 말고 나가서 놀아라. 좀 놀다가 부대에 들어가야지.” 아버지는 장작처럼 마른 팔다리를 뒤척이면서 말했다. 땅을 파는 데 한나절이 걸렸다. 관이 구덩이 속으로 내려갈 때, 내 어린 여동생들은 따라 들어갈 것처럼 땅바닥을 구르며 울었다. 불에 타는 듯한, 다급하고도 악착..

댓글 수필읽기 2020. 8. 5.

05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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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읽기 고등어와 크레파스 / 이현세

나는 태어나자마자 큰집에서 양자로 자랐다. 6‧25 전쟁 통에 큰아버지가 딸 둘만 남기고 돌아가셨으므로 작은집의 장남인 내가 양자로 간 것이다. 그 사실은 할머니의 엄한 함구령으로 내가 다 클 때까지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아서 나는 전혀 몰랐다. 젖을 떼자마자 아버지는 나를 큰어머니에게 넘겨주며, “이놈은 이제 죽든 살든 형수님의 자식입니다.” 하고는 평생동안 두 번 다시 나에 대해서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만주 사변으로 할아버지를 잃은 할머니는 스물일곱 살의 나이에 어린 아들 셋을 데리고 고향 울진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길쌈으로 어린 아들 셋을 키우셨다. 그러다가 6‧25 전쟁 통에 맏아들과 둘째를 잃고 막내인 아버지만 할머니 곁에 남게 되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셨다. 그때 우리가 사는 ..

댓글 수필읽기 2020. 8. 5.

04 2020년 08월

04

수필읽기 가랑잎처럼 / 허세욱

모처럼 여가가 생겼다. 툇마루 한쪽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죽물 상자 속에는 내 잡동사니가 수용되어 있다. 그 체적이 해마다 불어나건만 버릴 수도 고를 수도 없어 이날저날 미루어 오던 터였다. 그 속에는 해마다 세밑이면 날아오는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 거기다 국내외서 이따금 육필로 찾아오는 편지들이 쌓여 있다. 그것들을 한 장이라도 버릴 수 없어서였다. 임시로 그것들을 꾸리어 묶고 꾸러미마다 연도를 표시하는 쪽지를 달았다. 그 상자를 열고 뭉치들을 풀어 놓았다. 한 해의 분량이 자그마치 한 광주리였다. 나는 그것들을 한 장 한 장 다시 펼쳤다. 까맣게 잊었던 사람이 내 귓전으로 다가 와서 멍울진 소릴 한다. 나는 실어증에 걸린 양 멍청했다. 그리고 아물거리는 눈까풀이 축축했다. 묵은 카드, 묵은 편지를 ..

댓글 수필읽기 2020.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