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11. 5. 15. 06:21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줄다리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첨단기술의 발달에 편승한 초고속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 주변을 장악하며 질주하고 있다. 미래는 디지털세상이 될 전망이지만 현재까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세계가 공존한다.

과거 아날로그시대에는 상상치도 못했던 문제점들이 곳곳에 돌출되면서 눈에 띠는 모든 것은 급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러다 보니 우리 삶의 질도 시대적인 흐름에 적응해야 되려니 싶다.

컴퓨터는 대표적인 디지털기기로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필수품이다.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필기구다. 간단한 메모 정도는 수기로 하지만 어지간한 것은 워드작업으로 한다. 책을 읽으면서 요약본을 쓰거나 작성한 문서들을 인쇄하는 것도 컴퓨터의 몫이다.

그뿐이 아니다. 컴퓨터가 휴대폰에 접목되면서 전화나 TV는 물론 인터넷까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컴퓨터는 디지털문명을 앞장서서 진두지휘하는 선봉장인 셈이다.

이처럼 아날로그를 역주하고 있는 디지털. 특히 영상물에서는 타의 주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존재다. 전자업계를 주도하며 세계를 정복할 꿈을 꾸지만 디지털이 만능은 아니다.

인간의 의지와 인성을 연출하는 예 ⁃ 체능 분야를 살펴본다면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우위다. 글을 쓰는 원천 또한 아날로그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글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문학은 인생을 디지털 고속타임에 맞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도와준다. 아날로그 방식이 리드하는 심혼의 분출이 글이다. 글을 쓰는 그 자체가 아날로그식 표현이다.

또한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이되어 스며드는 무언의 대화들마저도 심성과 어울려 하나같이 아날로그로 재생된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우리의 감성을 한데 모아 글을 써보자. 여기에는 문학의 순리가 숨 쉬고 있다. 글은 생각이 춤을 추듯 연속된 리듬을 타야 좋은 글이 된다. 이것이 바로 아날로그의 흐름이다. 사공思工의 시 가락에 장단을 맞추어가며 한참 써내려가다 보면 그 얼이 점점 약해진다. 그러다 어느 사이에 맥이 끊긴다. 이때부터 사라진 글꼬리를 이어줄 맥을 찾아 나선다.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면서 이리저리 염두를 굴린다. 이쯤 되면 아날로그 뒤끝머리는 온데간데없고 먹점들로 수놓아진 디지털세계가 손짓한다. 행여나 끊어진 필름 조각이라도 이어볼까.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징검다리 건너 디지털 동네를 기웃거리며 안간힘을 써보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에게 호락호락 끌려갈 아날로그가 아니다. 안두案頭에서 물러나 잠시 줄다리기 밧줄을 놓고 바람이나 쏘이러 나간다.

한데 누군가가 적막 속에 잠든 나를 깨운다. 눈을 떠보니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필름 조각들이다. ‘순간의 찰나’를 목에 두르고 나를 깨운 것이다.

상념의 물결이 새끼줄처럼 꼬인 끄나풀을 풀고 서서히 나온다. 그리고 아날로그 구령에 맞추어 문턱을 넘나들며 단락 사이에 하나둘씩 둥지를 튼다.

점철點綴된 디지털꾸러미들이 말글살이에 밀려 굽이굽이 흐르는 아날로그 시샘[詩井] 속으로 잠기며 사라진다.

초고속 비장의 카드를 뽑아 들고 온 세상을 누비는 디지털. 순간의 포착을 재생하는 디지털 영상은 근대문명의 기수다. 그러나 디지털은 문학의 세계에선 한낱 고부탕에 불과하다. 하지만 멋스럽고 간편함은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속도와 편리성에 뒤떨어지기는 해도 아날로그 또한 우리 문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장점들이 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며 조화로움을 이끌어 가는 사회, 여기에서 우리는 나름대로의 효율적인 가치창조를 이루며 슬기로움과 더불어 문인으로서 보람을 가꾸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2011. 0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