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16. 6. 24. 18:53

호반에서 만난 친구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수필창작반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오창록

휴대전화에서 연락처를 찾다가 낯익은 친구 이름이 보였다. 그동안 몇 차례 지울까하고 망설이다가 오늘은 그 이름을 삭제하기로 했다. 막상 이름을 없애려고 생각하니 평생을 같이 지내온 지난날의 많은 기억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지난 2016년 5월 26일 하늘나라로 떠났다. 꼭 한 달 전의 일이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중에 그가 세상을 하직했다는 연락을 전화로 받았다. 그가 오래 살지 못하고 곧 세상을 떠날 것을 그의 가족과 함께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사람이 세상에서 살다가 갈 때가 되면, 그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 살다 보면 친구들은 항상 주위에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의리가 있고 변함없는 사람이 바로 이 친구였다. 옛날부터 사람이 죽음을 맞이할 때 그를 지켜주는 친구 두 사람만 옆에 있어도 그의 인생은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과연 우리 주위에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지, 모두 생각해 봐야 되리라.

그 친구가 회복할 수없는 병을 앓는 줄을 안 것은 2년여 전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치면서 줄곧 서울에서 생활해 왔다. 가끔 고향에 내려오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고향 선산에 내려오거나 동창회에 참석할 때였다. 지난 가을 낙엽이 질 무렵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어제 서울에서 왔는데 내일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다음날 일을 마치고 전화를 했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묻고 내가 그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는 뜻밖에 덕진호반에 있다고 한다. 그는 전주 톨게이트옆 동산동에서 크고 자랐기 때문에 친척들이 많이 살고 있어 어젯밤 거기서 잠을 잤으리라 생각하고 동산동에 자동차로 가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 않게 덕진호반이라니….

낙엽이 지는 늦가을, 지난여름 화사하게 피었던 연꽃을 보려고 모였던 사람들도 이제는 자취를 감추었다. 녹색의 연잎마저 이젠 황갈색으로 물들었다. 수중 다리난간에 우두커니 서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소리 내어 불렀다. 우리는 반가이 손을 잡았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초등학교 때 이곳으로 소풍 왔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을까, 단옷날 소나무에 맨 그네에서 훨훨 나는 여인네의 모습을 연상하고 있었을까? 아마 내가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마음속으로 했으리라.

고향친구들이 많이 있지만, 힘들고 외로울 때 나를 찾아준 친구가 고마웠다. 점심을 대접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가 어쩌다가 이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담배가 폐에 가장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자기는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할 줄을 모르는데 왜 하필 이런 폐암이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평소 작은 골프여행사의 임원을 지내고 있어서 자주 경치 좋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셔가면서 편안히 골프를 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내게 이런 몹쓸 병이 찾아 왔는지 모르겠다며 내게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항암치료는 해봐야 조금 더 살뿐인데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이가 이제 75세인데 항암 치료를 해서 고통 속에서 몇 년 더 사느니 차라리 이대로 살다가 가겠다고 한다. 나는 그래도 친구에게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 크게 염려를 안 해도 된다고 위로했다. 병원의 지시를 따라 열심히 치료하면 꼭 나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그를 전주역까지 배웅해 주었다.

서울에는 그와 한 동네에서 같이 자란 두 초등학교 동창생이 있다. P는 군대에 갈 때 같이 입대하여 군번이 끝자리 수 하나가 달라 군대생활을 내내 같이 한 친구고, 또한 친구 K는 조그만 회사의 입사동기였다. 평생을 그림자처럼 지내다가 이제 나이도 들어가니 세 친구는 삼사 일이 멀다고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외국여행도 같이 다녔다. 한 달 전에는 두 친구가 그를 데리고 목욕탕에 가서 아픈 친구를 씻겨준 이야기는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가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친구를 위해서 헌신하고 우정을 보여준 두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친구가 병중에도 굳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친구가 그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 친구와 마지막 만난 날을 잊지 못한다. 금년 1월 7일 아침에 전화가 왔다. 전주에 왔으니 보자고 했다. 만나자 마자 우선 안색부터 살폈다. 전보다 창백한 모습이었다. 전주에 온 것은 사실 어제가 아버지 기일이어서 묘소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왔노라고 했다. 내가 앞으로 아버지 산소에 몇 번이나 찾아올 수가 있겠는가고 했다. 전주까지 오면서 그 생각을 얼마나 했을까? 마음속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겉으로는

“별말을 다 하네. 이사람! 자네 얼굴을 보니 앞으로 몇 년은 걱정이 없겠네.”

했다. 전주역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그는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것이 친구와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황방산 서곡 양지 바른 곳에 묻혔다. 평생을 그림자처럼 살아온 친구 두 사람도 서울에서 친구를 따라 최후까지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과연 나는 삶을 마감할 때 내 옆을 지켜줄 두 사람의 친구가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그는 성공한 삶을 산 좋은 친구였다. 두 사람의 친구가 끝까지 그를 지켜주지 않았는가?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친구들을 굽어보고 있을 이성중(李盛重) 친구에게 삼가 명복을 빈다.

(2016. 6. 24.)


항상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안녕)하세요 컴패스머니입니다 (앗)
항상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
건강 유의하세요(^^) (허걱)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화이팅 하시고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