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18. 2. 10. 06:47

큰동서님, 영면하소서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월을 겪었다는 뜻이다. 음식도 아닌데 '먹었다'라고 표현한다. 나이는 공평하다. 벼슬이 높거나, 가진 것이 많아도 두 살, 세 살을 한꺼번에 먹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다. 누구나 365일이 지나면 한 살 만 먹는다. 나이는 한갓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 진실한 것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운명하는 것만은 대체로 연령이 많은 이가 먼저 돌아가시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죽음에 순서는 없다. 그런데 요사이 이승을 등진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 이는 100세 시대를 맞아 아쉽기는 해도 70대 중반에 이르렀으니 다소 서운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최 근에 운명한 친구 몇 명을 살펴보면, 지리산 골짜기에서 동갑내기로 앞 ‧ 뒷집에서 태어나 말 그대로 죽마고우였던 하 모 씨는 낮잠 자다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골프 하면 생각나는 성 모 씨, 전 모 씨는 프로를 능가하는 골프 실력으로 뭇 사람의 부러움을 샀건만, 저세상으로 갔다. 두주불사 허 모 씨는 저녁 먹고 산책 중에 뇌출혈로 이승을 떠났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친구의 부고를 받을 때마다 왜인지 눈물이 흐를 정도로 슬퍼진다.


 


 그런데 죽음의 원인을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하 모씨의 경우는 아무리 여름이라 하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너무 차게 하여 저 체온 등으로 변을 당한 게 아닌가 한다. 너무 찬데서 잠을 자는 것은 변을 당할 수도 있지만 와사증, 뇌출혈 등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성 . 전 모 씨는 자신들의 건강을 너무 과신한 결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허 모 씨는 너무 과음했고, 산책 전에 전조 증상이 있었을 텐데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사람은 아프기 마련이다. 그래서 의사가 있고 약이 있는 게 아닌가? 흔히 몸뚱아리를 자동차에 비유해본다. 고장이 나면 불편하니까 수리를 하고 평소 유지관리를 잘 하면 폐차 기간도 길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중고차 가격은 몇 년 식을 중요시한다. 아무리 새 차에 가까운 차라고 해도 생산연도가 오래된 것은 가격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도 아프면 병원에 가고, 건강관리를 잘하면 장수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게 자동차와 흡사하지 않는가?


 


  소설가 박완서 씨는 “젊었을 적에 내 몸은 나와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가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지기 시작했고, 늘그막에는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평소 내 몸은 내가 잘 관리하여 늘그막에 무서운 상전으로 모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도 안 될 것이다.

 

 오늘 나의 큰 서가 돌아가셨다. 2개월 전, 아파트 부근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되어 수술까지 했으나 골절 후유증으로 향년 86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것이다. 사람들은 80세를 넘기고 돌아가시면 호상(護喪)이라고 하지만 유족들은 그렇지 않다. 젊을 때 죽으면 아깝고 아쉬워서 슬픔이 더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만큼 추억과 정이 더 쌓여 아쉽다. 고인 내외와 취미가 비슷해서 여행도 우리 내외와 함께 거의 해마다 갔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부산 영도구 청학동 가스중독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저세상 사람이 되었으니 슬픈 일이다.

 

 그런데 고인의 큰아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겠다고 그 먼 길을 직항이 없어 돌고 돌아 이틀이나 걸려 도착했다. 입관식을 미루고 미루어 대화도 없는 짧은 시간 얼굴 한 번 보려고 찾아온 그 성의가 대단 했다. 그것이 곧 우리의 정서이긴 하지만 무엇인지는 몰라도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머지않아 이러한 관행은 사라질 것이다. 살아생전에 찾아뵙고 말 한마디라도 서로 나누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입관식 때, 주무신 듯 평안한 얼굴을 뵈니 돌아가시기 전 천국에 가신다고 하신 말씀이 맞는 것 같다.  모든 것 다 잊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잘 가시기 바란다. 병 없고 근심과 걱정도 없는 천국에서 영면하시기를 빈다.

                                                            (2018. 2. 1.)


항상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굽신)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화이팅 하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