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20. 1. 16. 16:28

잉꼬의 장례식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장례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과 절차를 지칭하는 말이다. 옛날에는 사람 외의 장례식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세상이 각박해서인지 인간에서는 얻지 못하는 정을 더불어 사는 반려동물에서 얻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렇게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서 반려동물의 장례식장도 설치되어있고, 동물보호법도 이미 제정되어 실행되고 있다.


 


 손자는 동물 중에서 새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며느리는 올여름에 잉꼬 한 쌍을 사들여 아파트 양지바른 베란다에 새장을 놓았다. 손자는 동창이 밝았느냐 잉꼬가 우지진다.’에서처럼 일과가 시작되어 잉꼬의 지저귐과 날갯짓을 보고 듣는 것이 즐거운 일과 중 하나다. 그래서 이름도 하루(암컷)와 이틀(수컷)로 지어 부르고 있다. 이번 가을에 하루는 알을 여섯 개나 낳았다. 그 뒤 하루와 이틀은 번갈아 가며 알을 품더니 3개는 부화가 되었고, 나머지는 실패했다. 손자는 부화가 된 새끼들이 짹짹거리면서 노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학교 친구나 놀이터 친구들을 틈만 있으면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잉꼬 새끼를 구경시키고 있다. 그래서 잉꼬 새끼 구경 오는 손자 친구들을 맞이하는데 많은 신경이 쓰였다.


  


 첫 번째 부화한 새끼와 마지막 부화된 새끼(가을이)는 성장 차이가 너무 많다. 어미 잉꼬는 딱딱한 사료를 몽땅 입에 넣고 침으로 불려서 새끼 입에 하나씩 넣어주며, 물도 그런 방법으로 먹여준다. 참으로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며 인간의 우매함을 반성한다. 막내 잉꼬 새끼(가을이)는 발육이 맏형을 따라가지 못하니, 어미한테 먹이를 받아먹는 의욕이나 기회도 현저하게 떨어져 성장은 더욱더 뒤처지고 있다.


 


 첫째와 둘째는 이젠 제법 새장 안에서 날갯짓을 하면서 혼자서도 먹이를 찾아 먹는다. 어미 잉꼬는 첫째새끼에게 성장 기준을 두는 지 야생의 본능인지 새끼들이 먹이를 달라고 어린양을 부리면 가끔 부리로 쪼아버려 독립성을 길러주는 것 같다. 첫째와 둘째는 어미의 냉정심을 알아채고 먹이 습득을 혼자 해결한다. 셋째 가을이는 발육이 제일 늦고 어미마저 먹이도 주지 않아 점점 허약해지더니 어느 날 오후에는 둥지 안에서 엎드려 죽어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손자는 둥지 안의 가을이를 보더니 으앙! 대성통곡을 하면서 "할머니, 가을이가 죽었어요?" 하며 가을이 시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바르르 떨면서 계속 울고 있었다. 학교에 있는 엄마와 아빠에게 전화하여 가을이를 살려달라고 하소연을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옆에서 서 있기만 하지 여기서 다른 소리로 손자를 위로하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 같아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들은 조금 일찍 퇴근하여 문을 열고 들어오니 손자는 아들 품에 얼굴을 묻고 가을이의 죽음과 해결방법을 물으며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아들은 손자를 안고 위로하며 아빠도 중학교 시절에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죽어서 그렇게 슬펐으며, 할아버지를 졸라서 시골 산에 가서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을이도 내일 아침에 아빠가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달랬다. 손자는 왜 산에 묻느냐고 안 된다며 베란다 옆 작은 화단 여기에 묻어주면 가을이 장례식도 치러주고 사진도 묘 앞에 세워놓고 오늘 날짜를 기억하여 해마다 제사도 지내겠다는 황당한 의견을 제시했다. 가족들은 손자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기로 했다.


 


 아들은 할 수 없이 화분 삽으로 베란다 작은 실내화단에 깊이 파고 묻으려니, 너무 깊게 묻으면 가을이를 볼 수 없을 것 같으니 얕게 묻으란다. 이렇게 가을이를 묻고 둥글고 작은 무덤을 만들고 세상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손자는 새 무덤 앞에서 좀처럼 떠날 줄 몰랐다. 식구들은 "율아, 저녁 식사를 하자." 하고 말했더니 "가을이가 불쌍해서 밥도 먹기 싫고, 오늘 밤에는 잠도 못 잘 것 같아요.". "율아, 그래도 식사는 해야지!"하고 식사를 하자고 권하니 평소 가정에서 화제가 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할아버지가 글로 옮기는 것을 알고 있는 손자는 "할아버지, 가을이 죽음에 대해서는 글도 쓰시지 말고, 나 몰래 쓰셔도 절대 보여주지 마세요."라고 한다. 여덟 살짜리 손자가 작은 생명의 죽음에 대해서 저렇게 충격을 받고 안타까워하니, 나는 그간 미물이라도 생명을 경시한 것을 반성해 보았다. 매일 눈에 띄는 가을이의 묘를 보며 손자의 후유증이 어떻게 이어질지 걱정이다가을이의 죽음에 대해서는 글을 안 쓰기로 약속했으니 손자가 성년이 되었을 때 이 글을 읽어주려고 손자 몰래 이 글을 쓰고 있다. 순진하고 때 묻지 않은 여덟 살짜리 손자가 세파에 찌든 기성세대에게 일침을 가하는 일이다.


                                                                            (2019.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