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20. 4. 8. 15:22

쓰레기 더미가 작은 공원으로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수요반 이진숙

 

 

 

 식목일이다. 지구가 ‘코로나19’ 사태로 *팬 데 믹(pandemic)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래도 나무 한 그로 정도는 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 집 정자(모정) 바로 옆쪽으로 이웃과 경계가 되는 부근은 돌보지도 않고 방치해 놓은 상태라 해마다 가시가 많은 나무들과 넝쿨식물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엉망이다.

 며칠 전 남편과 함께 비장한 결심을 하고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남편은 톱과 괭이, 삽 등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는 커다란 전지가위를 들고 곁에 붙어서 잔심부름을 했다. 자르고 뽑고 파내기를 여러 차례 하다 보니 남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이 눈으로 콧등으로 연신 흘러 내렸다몇 시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드디어 적진을 돌파하고 전리품을 차지하듯 엄청나게 큰 뿌리를 통째로 꺼내는데 성공했다.

 우리 집이 들어서기도 전에 만든 화단에 맨 먼저 심은 나무가 동백나무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니 많은 자손을 퍼뜨려 나무 아랫부분이 온통 동백 2세들로 꽉 차 버렸다. 그 중에서 실하게 자란 녀석들만 골라 심기로 하고 그것들을 심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 며칠 전 다듬어 놓은 곳으로 갔다.

 양지바른 끄트머리에 심기 위해 땅을 살짝 건드렸드니 온통 폐비닐 천지였다. 다 떨어진 신발 한 짝, 배나무 가지를 묶어주는 여러 종류의 끈, 심지어 농약병과 막걸리 병, 온갖 종류의 음료수를 담은 캔 등, 여기를 파도 저기를 파도 끝없이 쏟아졌다. 땅을 팔 때마다 끝없이 나오는 이런 것들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나무를 심자던 생각이 어느새 분노로 변해 버렸다. 바로 곁에서 배과수원을 하는 아저씨를 보면 과수원에 뿌린 비료 봉투도, 잡초 제거를 위해 썼던 제초제 농약병도, 뒤로 훌쩍 던지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또 고추 등 밭작물을 심을 때 썼던 온갖 종류의 비닐은 농사가 끝나면 둘둘 말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에다 버린다. 농사에 사용했던 물건들을 아저씨 당신의 눈에만 보이지 않게 처리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이런 일들은 대부분의 시골에서 흔히 보는 모습들이다. 그러니 아쉬운 사람이 치울 수밖에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동백나무를 몇 그루 심자고 했던 일이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되어버리니 마음이 편안할 리 없었다. 마음씨 좋은 남편 하는 말 ‘그래도 우리 땅이니 우리가 깨끗하게 처리 합시다’ 하며 한참을 쓰레기 치우노라 바빴다. 쓰레기 천지였던 곳이 금세 조그마한 공원이 된 듯, 사방으로 동백나무를 심어 놓으니 보기 좋았다.

 한쪽에 커다란 나무둥치를 가로로 눕혀 만들어 놓은 의자가 있고, 다른 쪽에는 등나무, 예쁜 아기단풍 그리고 감나무가 심어져 있다. 거기에 오늘 심은 동백나무가 잘 자라서 붉고 예쁜 꽃을 피우면 얼마나 멋질까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식목행사 뒤풀이 준비를 위해 마당으로 내려와, 집 동편 화단 앞에 있는 평상으로 갔다.


 


 남편은 부리나케 그릴에 숯으로 불을 피우고 나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미리 준비해 둔 안주거리를 들고 나왔다. 잘 달구어진 숯불위에 석쇠를 놓고 그곳에 먹음직한 고기 몇 점, 적당한 크기로 자른 대파, 그리고 마늘을 올렸다. 남편은 어느새 별채에서 술 한 병 들고 나왔다. 둘이 마주 앉아 맛있게 구워진 고기에 서로 수고 했다며 소주 한 잔씩을 들고 건배하면서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불 앞에서 오랜 동안 앉아 있었다.

 우리 내외는 아마도 매일 그곳을 둘러보며 동백에게 무사히 쑥쑥 커달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그리고 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변함없이 이맘때가 되면 어디든지 나무를 심을 것이다.

                                                                                          (2020. 4. 6.)

*팬 데 믹(pandemic) :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