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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2020. 7. 29. 15:52

아드리아 해의 보석, 두브로브니크(1)

-발칸반도 여행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고안상

 

 

 

‘지상의 낙원’이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인 두브로브니크를, 언젠가는 꼭 한 번 다녀오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아내와 함께 그렇게 소원하던 두브로브니크로 여행길에 올랐다.

모스타르에서 네움을 거쳐 아드리아해변을 따라 달리던 버스는 이윽고 해질녘 목적지인 두브로브니크에 들어섰다. 말로만 듣던 두브로브니크가 깜찍하게 귀여운 모습으로 우리 일행을 반겼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 언덕위에 늘어선 붉은 기와를 머리에 인 하얀 집들, 그리고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그림을 연출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면서 여기저기서 수많은 불빛이 별이 되어 반짝이고, 또 다른 모습의 도시로 다가왔다.

마침내 우리가 묵게 될 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아내와 오늘 하루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아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즐거워야할 여행이 고난의 길을 수행하는 구도자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묵묵히 고통의 시간들을 참고 견디어주는 아내가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다. 샤워를 하고 하루의 고단함을 풀고자 잠자리에 들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새 아침을 맞았다. 이름난 관광지라서인지 잠자리도 편안하고 식사도 내 마음에 딱들었다. 오늘 일정은 이곳 두브로브니크에서 모두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내를 위하여 휠체어를 부탁했더니 구할 수 있다고 하여 다행이었다.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성문 입구 쪽으로 갔다. 부탁한 휠체어를 현지 가이드가 가져왔다. 그동안 힘들어하던 아내의 얼굴이 밝아지니 이제야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휠체어에 앉아 행복해 하는 아내와 함께 필레의 문으로 입장했다.

성안에 들어서자 플라차 대로가 시작되는 바로 오른쪽에서 오노플리오 분수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돔 모양의 지붕아래 16각형 면에는 각기 다른 모습의 얼굴과 동물형상이 새겨져있고, 그 아래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수량이 적은 두브로브니크에서는 항상 물이 부족했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1438년 스르지산에서 물을 끌어내려 만든 거창한 수도 시설의 일부가 바로 이 분수라고 했다. 분수를 만든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 건축가인 오노프리오의 이름을 따서 오노프리오의 분수라 부르게 되었고, 현재도 그걸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르네상스 양식의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대지진 이후 복구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플라차 대로는 스투라둔 거리라고도 하는데, 13세기에 만들어진 대로지만 그 전에는 바닷물이 흐르는 운하였으며 돌을 사용하여 포장길을 만든 것은 1468년이었다. 17세기 중반 대지진 뒤, 다시 복구하면서 지금처럼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을 깔았다고 한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기념품 가게, 카페,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구 시가지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대로가 끝나는 부분에는 루자광장이 있고, 왼편에는 스폰자궁이, 오른편에 두브로브니크의 수호성인인 성 블라이세를 기념하는 성당이 있었다.

 

블라이세는 아르메니아에서 온 성직자로, 10세기 베네치아의 큰 선박이 이곳을 정탐하러 온 것을 알아차린 뒤, 성 스테판 대성당 신부에게 알려 도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블라이세는 12세기 이 도시의 수호성인이 되었으며, 그를 기념하는 성당이 세워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 블라이세 성당을 구경한 뒤, 오른편으로 방향을 돌려 조금 걸어가니 왼쪽으로 렉터 궁전이 나왔다. 바로 그 옆에는 박물관이 있고, 조금 더 걸어가니 두브로브니크성당이 나왔다.

성당을 둘러보고 되돌아 나오면서 렉터 궁전 맞은편 쪽 길로 방향을 바꾸어 걸어가자 한 광장이 나왔다. 이 광장을 군돌리체 폴야나광장이라고 하는데 이 지역 사람들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가공품들을 파는 야시장으로 우리가 그곳을 찾았을 때 막 노천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줄 작은 선물로 허브향이 나오는 물건을 샀다. 그리고 주변에는 상인들이 여러 가지 다양한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들과 가공품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물건을 사기 위해 많은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나는 아내와 함께 시장을 나와 루자광장이 있는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길을 걷다가 길옆 옷가게에서 손녀 나윤에게 선물할 귀엽게 생긴 원피스를 샀다.

아내는 나와 함께 13세기 두브로브니크의 시민으로 돌아가, 성안을 둘러보고 구경하면서 쇼핑도 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즐겁고 흐뭇했다. 어쩌면 ‘이곳 주민들이 우리를 보고 질투라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세계인들이 가장 구경하고 싶어하는 두브로브니크 성안을 이렇게 아내와 함께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관광하다니, 정말로 가슴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내와 함께 성안 아기자기한 거리를 걸으며 여러 시설을 보고 즐기다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성안의 비교적 잘 보존된 여러 유적과 유물들로부터 아직도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고,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도 우리 부부는 오늘 이곳에서의 여행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다음 여정은 어떤 보석으로 반짝거릴까?’라는 생각이 내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