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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2020. 8. 7. 06:16

바다, 그 저금통장

  • 전민일보

어부의 아내가 '바다는 저금통장'이라 했다. TV방송에서 본 이야기인데 곰곰 생각하니 맞는 말이다.

저금통장은 아무 때나 돈을 찾을 수 있다. 바다에서도 언제나 물고기를 잡으면 돈이 되니 하는 말인 것 같다. 바다에는 조물주가 저금해 놓은 자산이 가득하다. 필요한 사람이 나가서 찾아오면 된다. 저금통장을 가진 바닷가 사람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서해안에는 갯벌이 널리 펼쳐져 있다. 호미를 들고 나가 뒤적이면 바지락이 나온다. 굴도 따고 소라나 고동도 줍는다. 소질이 있는 사람은 낙지와 맛도 잡는다.

한참 잡아가지고 나오면 그게 바로 돈이다. 이렇게 찾은 저금으로 아픈 허리를 치료하고 아들대학교 등록금도 낸다.

섬 총각 장가들 비용이 되기도 하고 모으고 모아 선망하는 배를 사기도 한다. 게으르지 않으면 얼마든지 찾아 쓸 수 있다. 누구나 나가서 잡으면 되니 얼마나 좋은 곳인가?

요 며칠 전에도 어부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귀어한 사람인데 몇 년을 기다리다 배를 한 척 샀다. 낚시로 고기를 낚는 어업을 했다. 바다에 나가 낚시에 미끼를 끼워 바다에 던져놓고 기다렸다. 두어 시간 지난 뒤 건져 올리니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걸려나왔다.

우럭, 갈치, 갯장어 등을 건져 올려 경매장에서 팔았다. 농사는 씨를 뿌리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바다는 나가서 바로 잡아오니 손쉽기도 하다.

집에 있으면 빈손이고 나가면 수익이다. 누구나 몸만 건강하면 어업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여겨진다.

옛날 부안 곰소에서 근무할 때 본 일이다. 한 학부형이 위도에서 바지락 양식업을 했다.

예금하듯 바다에 종패를 뿌려놓고 일 이년 지나면 계속 불어났다. 높은 이율의 이자가 붙은 것이다. 이자에 이자가 연이어 붙어서 계속 찾아 쓸 수가 있었다. 높은 소득을 올려 2층집을 짓고 살았으며 외제승용차를 굴렸다.

요즘은 어류도 가두리양식을 한다. 광어, 우럭, 전복 등을 키우고 김이나 굴 등을 양식한다. 정기예금과 같다. 또 정치망어업을 하는 것도 보았다. 이것은 자동인출기와 같다.

서해는 밀물과 썰물의 차가 심해 물이 들어오면 바다요 나가면 갯벌이 되는 곳이 많다.

갯벌의 한 곳을 정해 그물을 설치해 놓으면 밀물 때 딸려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에 나가지 못하고 그물에 걸려있다. 자동현금인출기처럼 주워오면 끝이다. 한 번 설치해 놓으면 계속 인출하여 쓸 수 있으니 참 좋은 방법이다.

남해안에 가면 올로 담을 쌓아 정치망처럼 고기를 잡는다. 독살이라 한다. 조상들이 오랜 경험으로 이루어낸 묘법들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에 저금통장이 있다. 아무나 나가서 잡아오면 되니 복이 많은 나라라 할 수 있다. 이 저금통장을 잘 가꾸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농사는 지어도 이익이 적다하니 농사에 힘쓰는 대신 바다 저금통장을 잘 가꾸어야 하리라. 바다는 넓다고 함부로 다루지 말고 깨끗한 바다로 보존해야 한다.

온갖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고 함부로 폐기물을 쏟기도 하는데 이래서는 안 될 일이다. 바다도 오염이 되면 생물이 자라지 못한다.

깨끗해야 플랑크톤이 살고 그것을 먹이로 하여 온갖 물고기들이 살아간다. 김이나 미역 양식장, 어류 양어장에서도 소독한다고 나쁜 약을 뿌려 오염시키는 일도 일어난다고 들었다. 먼 앞날을 내다보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못 산다고 한탄하지 말고 저금통장을 잘 간직하여 두고두고 찾아 쓰는 저금통장으로 유지해야 하리라. 우리의 보물창고 자손만대까지 길이 보전했으면 한다.

김길남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