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20. 4. 30. 19:27

멀어져야 사는 세상

전북수필문학회 최인혜

 

 

  큰아들 내외가 손자를 데리고 왔다. 어린 손자가 할머니를 부르며 내게 달려오려는데, 며느리가 얼른 아이를 붙잡았다. 손 씻고 세수랑 한 다음에 할머니한테 가야한다며 욕실로 데리고 갔다. 아무 생각 없이 손자를 안으려고 팔을 내밀던 내가 뻘줌했다가 얼른 정신이 들었다. 나도 가구점에 있다가 왔으니 당연히 손도 씻어야 하는데 아들네가 온다는 소식에 준비 없이 맞이했으니 내 잘못이 크다.

 

  나도 얼른 손을 씻었지만, 아들은 서로 접촉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손주보다 할머니가 면역력이 약하니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울컥했다가 생각해보니 나도 가구점에서 상당 시간 있었으니 안심할 상태가 아니다.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가구점에서 혹시라도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릴없이 손자를 저만치 앉혀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서운한 생각보다는 내가 덥석 붙들지 않은 게 퍽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세상이 송두리째 달라져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아들네도 오래 있지 않고 돌아갔다. 아이도 나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게 싫었고, 멀리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요즘에 바이러스 때문에 일상이 완전히 달라지고, 만나던 사람도 만나지 못한 채 전화 안부나 주고받으니 마음이 아예 멀어지는 듯하다. 그래도 일단 멀리 떨어져야 안전하다니 마음이 더욱 삭막해지는 요즈음이다.

 

  사람은 서로 기대고 어울려 사는 지극히 사회적인 동물인데, 서로 접촉이 어려워지더니 지금은 되도록 만나지 않는 것이 미덕이고 예의인 세상으로 변했다.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악수조차 하지 못하고 주먹을 쥐고 손등을 살짝 부딪치는 것으로 악수를 대신했다. 우리가 영화나 여행길에서 보면 서로 양 볼을 번갈아대며 쪽! 소리를 내는 ‘비쥬(Baiser)’ 인사를 하던 유럽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의  급증에 놀라 이 인사를 금지했다고 한다. 바이러스에 관습도 바뀌고 새롭고 낯선 문화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숱한 생명을 잃고 엄청난 비용을 들이며 힘든 나날을 보내는 게 인류다. 과학의 발달로 우주를 넘나들며 호기롭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세계 최강의 국력과 공통화폐인 달러의 발행국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50만 명의 감염자가 나오고 5만 명 넘는 국민이 죽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초기에 호기롭게 큰소리 치던 트럼프 대통령이 요즘 쩔쩔매는 걸 보면 힘으로 안 되는 일이 많은가 보다.

  과학자들은 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물에 기생하다가 인간을 숙주로 삼을 수 있게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여 동물의 개체가 줄어드는 바람에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자연은 언제나 밸런스를 맞추어 존재해야 하는데 인간이 그 균형을 파괴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런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무서운 일이다. 지구라는 행성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밀가루 포대 속의 밀가루 한 분자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그 작은 곳에 사는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멋대로 흔들었으니 벌을 받아도 싸지 않겠는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사자성어에 공감할 수밖에…. 나이 먹은 우리야 많이 남지 않은 생이니 그럭저럭 넘어가겠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대에는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방송에서 보면 오늘의 사태를 두고 지금이라도 자연을 순리대로 되돌려 놓아야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종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이제라도 그동안 잘못한 일들을 사죄하는 뜻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자연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중에 나쁜 조상으로 불리는 것보단 좋은 길이라는 말이다어쩜, 나중에 우리 손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구를 버려놓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0. 4. 20.)


 
 
 

#알림#

두루미 2020. 4. 30. 18:37
할머니의 장갑





저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법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자꾸 늘어나는 데 저희의 일손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원하는 날짜에 쉬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어느 겨울, 드물게 연휴를 포함해서 3일을
편히 쉴 수 있게 되었고 저는 모처럼의 휴식에
몸과 마음을 다시 다잡고 출근을 했습니다.

저희 시설에는 96세 할머니가 계시는데
노환으로 인해 힘들어하시지만 항상 저를 보시면
환한 웃는 표정으로 반겨주셨습니다.

그렇게 며칠 만에 저를 보신 할머니는
왜 이제야 왔냐면서 저를 보시더니 뜬금없이
장갑을 건네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야 왔어.
아무 말 말고 이거 한번 끼워봐."

"할머니, 이거 생신 선물로 받으신 거잖아요.
할머니 이름까지 미싱으로 작업해서 붙어 있는데
이걸 제가 미안해서 어떻게 써요."

"종일 방 안에 있는 내가 장갑이 무슨 소용이야.
추운데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 손이 따뜻하고 예뻐야지.
내가 이거 주려고 밤새 이름표를 장갑에서 땠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끼고 다녀."

미싱으로 꼼꼼하게 박은 할머니의 이름표를
잘 보이시지도 않으면서 쪽가위 하나로
밤새 안간힘을 써 뜯으셨을 할머니 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갖가지 형태를 가진 사랑 중에는
'내리사랑'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사랑이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중에도 받아왔던 '내리사랑'
그 따뜻하고 예쁜 사랑을 기억하고
세상에 나누어 주세요.


# 오늘의 명언
조그마한 친절이, 한 마디의 사랑의 말이,
저 위의 하늘나라처럼 이 땅을 즐거운 곳으로 만든다.
– J.F. 카네기 –


 
 
 

★수필♡

두루미 2020. 4. 30. 09:50

4월의 러브레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미국 태생 영국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의 황폐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 황무지서두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향토적 서정시인 박목월은 4월의 노래에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주인공 베르테르가 이루지 못한 사랑의 고뇌를 목련꽃 그늘 아래서 그의 편지를 읽으면서 청춘의 고민을 이해하고 다시 사랑을 꽃피울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젊은 가슴에 던져주고 있다. 퇴폐적이고 염세적인 시대사조를 낙천적으로 승화시킨 박목월은 T. S. 엘리엇과 괴테를 아우르는 4월의 노래를 띄웠다.


 


  인간은 벼랑의 길을 걷다가 바위틈에 안간힘을 다해 뿌리를 내리고 억척스럽게 살고 있는 야생화 한 송이를 보며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목적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TV 앞에서 휴먼 드라마 한 편을 감상하고 그들의 삶에 흠뻑 젖어 자신의 삶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투정만 부렸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현재의 삶이 행복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일깨우며 멀어진 가족들의 어깨를 얼싸안고 재도약을 시도하는 가족들도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 19 공포 때문에 문틈으로 바깥 동정만 살피면서 살고 있는데, 이런 걸 아랑곳하지 않고 종달새는 하늘 높이 떠올라 새끼를 낳고 기를 둥지를 만들기 위해서 새털구름을 부지런히도 물어 나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지구촌 전체 삼라만상이 너무 오랫동안 오금을 움츠려서 앉은뱅이가 되고 있는데, 조상님들은 선견지명이 있어 윤 4월을 덤으로 주셨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여유롭게 봄의 생기를 호흡하라는 윤 4월로 봄을 잡아둘 수 있어 그래도 위안이 된다.


 


 코로나 19를 잠재울 완연한 봄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것은, 숨은 의료진들의 헌신과 희생 때문이다. 중국 신종 코로나의 발병을 처음 발견하고 위험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리면서, 중국 정부의 입막음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폭로한 중국 의사 리 웬 링아’는 환자를 치료하다가 병이 옮아 결국 사망했다. 한국의 A 원장은 외래 진료 중 확진환자 접촉으로 감염,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 치료 중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50대 개인의원 의사로서 사망했다. 그 외에도 세계 각처에서 코로나 때문에 많은 의료진이 희생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의 생명을 지킨 위대한 영웅들이다. 그들의 영전에 향불이 꺼지지 않도록 마음의 분향(焚香)을 올려야겠다.



 아파트 창 너머 과수원에 배꽃이 메밀꽃처럼 온 밭을 뒤덮고 있어 올해 4월의 마지막 배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불현듯 아프리카 오지에서 질병 퇴치를 위해 일생을 특히 의료봉사에 삶을 다했던 슈바이처가 떠오른다. 어느 날 노벨상을 받으러 가는 기차에서 특등실을 마다하고 3등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덴마크까지 갔다는 신문 기사는 진정 의료인의 표상이었다. 슈바이처가 고향을 떠나 아프리카로 가던 날 4월의 봄날 뒷동산 과수원의 하얀 배꽃이 만발하여 배꽃 하나하나에서 부모님 얼굴 그리고 친구들의 얼굴로 비춰 보여, 아프리카에서 봄날에 배꽃을 보면 고향 뒷산과 부모님과 친구들을 볼 수 있어 위안으로 삼고 오직 의료봉사만 전념했단다. 예나 지금이나 진정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다시 태어난 의사들은 환자들의 질병 치료를 신이 부여한 마지막 삶의 의무로 생각하고, 세계 각처 코로나 19 전장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며 인류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 숭고한 헌신에 경의를 보낸다.


 


 지금은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 19 때문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종교, 등이 대자연의 재앙에 속수무책으로 금세기의 인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의 서두처럼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처에서 코로나 19 때문에 삶이 어려워 생을 마감하여 베르테르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T·S 엘리엇과 괴테가 암울한 작품을 발표하여 공연한 트집으로 인류의 재앙이 순환되는듯하여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향토 시인 박목월 님은 4월의 목련꽃 그늘 아래서 T·S 엘리엇과 괴테의 시름일랑 단숨에 날려 보내는 ‘4월의 노래는 민족의 서정시로, 국민 가곡의 노랫말로 많은 방송가에서 희망의 메시지로 띄워주고 있어 시들어가는 국민에게 약동의 힘이 된다.


 


 우리 민족은 평상시에는 직업에 따라 전국에 흩어져 살거나, 외국에 나가 살다가도 집안이나 가정에 대소사가 있을 때는 열 일 제치고 달려와서 합심하여 일을 돕는 민족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에도 출애굽기 못지않게 조국으로 돌아오고 국민들은 두 손 들고 환영할 때 눈시울을 적셨던 장면이 있었다. 우리나라 코로나의 극복사례를 세계 여러 국가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참으로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코로나 19를 국내에서 확인한 때는 120일 오전 8시였다. 그런데 이번 4월 말과 5월 초 연휴가 한국 잠입 100일쯤 되는 날이어서 국민의 개인적 위생관리 수칙이 해이해질까 봐 목이 마르게 호소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시조(始祖) 할머니는 항암과 항균 효과가 있다는 마늘과 핵폭탄이 투하된 곳에 제일 먼저 싹을 틔운다는 생명력이 강한 쑥을 먹으면서 100일 동안 동굴에서 버티면서 인간으로 환생했다는 그런 민족의 후예이기에 코로나 19 국민수칙 지키기 100일을 거뜬히 이겨낼 거라 믿고 싶다. 잔인한 4월은 속거천리(速去千里)하여 5천만 민족이 주동이 되어 77억 세계 인구들과 얼싸안고 목련꽃 그늘 아래서 의료진들의 수고에 고마워하며 4월의 노래를 응원가로 띄워 보내고 싶다.


                                                                             (202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