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20. 5. 5. 17:51
경전을 지키는 제자





먼 길을 떠나게 된 스승이 제자에게
위대한 말이 담긴 경전을 남기며 당부했습니다.

"내가 몇 년 후에 돌아올 때까지
너는 이 경전을 가까이하고 계속 공부에
정진하도록 하거라."

제자는 스승이 남긴 경전을 한시도
몸에서 때지 않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전을 읽다 잠든 제자가
눈을 뜨니 쥐들이 귀한 경전을 갉아먹고 있는
것을 보고 혼비백산했습니다.

'경전을 지켜야겠어!'

제자는 경전을 지키기 위해
마을에서 고양이 몇 마리를 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여러 마리의 고양이에게 먹일
우유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젖소 몇 마리를 구해
기르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젖소들을 먹일
풀이 부족해서 제자는 젖소들을 위한
목초지를 개간했습니다.

고양이를 위한 우유를 짜고
젖소를 위한 목초지를 개간하는 제자는
하루하루가 너무 바빠져서 일꾼을 고용했습니다.
일꾼을 관리하며 함께 부지런히 일하자
개간하는 목초지가 더 넓어지고 소들이
새끼를 낳아 더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더 많아진 젖소와 목초지를 관리하기 위해
제자는 또 다른 일꾼을 고용하게 되었으며
그런 일상이 계속 반복이 되었습니다.

몇 년 후 스승이 돌아와 경전을 맡긴
제자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너는 오랜 시간 내가 준 경전을 읽고
무엇을 깨달았나?"

제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스승에게
겸연쩍게 말했습니다.

"스승님이 주신 경전을 열심히 지키다 보니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위대한 예술작품을 아끼는 이유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동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작품이 주는 감동이 아니라
작품에 매겨진 어마어마한 가격 때문에
예술작품을 아낍니다.

이렇게 의도와 목적이 어긋나 버리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하는 작품이
단단하고 어두운 금고 안에 처박혀
그 본질을 잃게 되어버립니다.


# 오늘의 명언
마음이 다른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면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없습니다.
침묵 속에 들으십시오.
– 마더 테레사 –


 
 
 

★수필♡

두루미 2020. 5. 5. 06:24

양평에서 들려온 교향악

꽃밭정이수필문학회*신아문예대학 수필 목요야간반 전 용 창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 청라언덕위에 백합 필적에 /(중략)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 백합 같은 내 동무야 /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봄이 오면 누구나 한 번쯤 <동무생각>을 부른다. 그만큼 이 노래는 어릴적 고향의 옛 친구를 생각나게 한다. 그때는 키가 비슷하여 어깨에 서로 팔을 얹고 다니기도 하니 어깨동무 친구들이다. 이 노래는 작곡가 ‘박태준’이 대구 계성학교를 다닐 때 인근 신명학교에 다니는 한 소녀를 좋아했는데 내성적인 그는 끝내 “좋아한다”는 한마디 말을 못하고 헤어지고 만다. 그러나 그 시절의 추억을 성인이 될 때까지 가슴속 깊이 간직했다고 한다. 훗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은상 시인’이 가사를 써주었는데 그가 옛 추억을 더듬어 곡을 부쳐 완성된 가곡이 <동무생각>이라고 하니 얼마나 로맨틱한 노래인가? 푸른 담쟁이덩굴로 가득한 언덕은 ‘박태준’의 고향 언덕인데 그곳에 하얀 백합꽃 한 송이를 피우면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던 소년의 추억이 깃든 교향악이 양평 산골에서 나에게 들려왔다.

 

  올봄 4월에 월간 ‘한국산문’에서 수필가로 등단을 했는데 이 문예지로 등단한 선배 문우님께서 전자편지를 보내주셨다. 그분은 경기도 양평에 살고 있다고 했다. 양평이라는 두 글자를 보자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올랐다. ‘소년은 징검다리에 앉아 물장난을 하는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세수를 하다 말고 물속에서 조약돌 하나를 집어 "이 바보!" 하며 소년에게 돌팔매질을 한 뒤, 가을 햇빛 아래 갈밭 속으로 사라진다. 그날부터 소년은 소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에 사로잡힌다.(중략) 가을꽃을 꺾으며 송아지를 타고 놀다가 소나기를 만난다. 둘은 수숫단 속에 들어가 비를 피한다. 비가 그친 뒤 돌아오는 길에 물이 불은 도랑을 소년은 소녀를 업고 건넌다. 그 뒤 소년은 소녀를 오랫동안 보지 못한다. 소년은 자리에 누워 소녀에게 전해 주지 못한 호두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마을에 갔다 돌아온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소녀가 죽었다는 말을 하게 된다. 소녀가 죽을 때 "자기가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이야기와 함께….


 


 

  <소나기>의 소년은 가을에 소나기를 맞아 많이 앓았던 윤 초시네 증손녀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첫사랑을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았지 싶고, <동무생각>의 소년은 지금도 어딘가에 살고 있을 소녀를 성년이 될 떄까지 그리워하며 살아왔다. 어릴 적 첫사랑이 유년기에서 성년에 이르는 성숙의 단계라고 하지만 그래도 잊고 싶지 않은 것은 그때는 그게 소년 시절의 삶 전부였기 때문이 아닐까?

 양평의 선배님은 언제부터인지 내 글의 독자였다고 했다. 7~8년 전에 잠시 전주에서 살았는데 그때 지금 나의 스승인 ‘K 지도교수님’께 수필을 배웠다고 했다. 나의 글에서 아들과 동생들, 또한 주변 지인들과 살아가는 모습이 신실하고 선량해서 나의 글을 따뜻하게 읽어 왔다며 칭찬해 주셨고, 앞으로 좋은 글을 기대한다는 격려도 있었다. 그리고는 겸손하게 ‘졸작을 묶어 낸 것이 있는데 한 권 보내드릴까요?’ 라며 추신으로 맺었다. 세상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침울하고 웃음을 잊고 있을 때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양촌 산골에서 날아온 편지는 ‘봄의 교향악’이 되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나도 답신을 보냈다. ‘양평은 참 좋은 곳이지요. 어린 시절 첫사랑을 연상케 했던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가 떠오르기에 더 좋아요. 얼마 전에 그곳으로 문학기행을 갔는데 너무도 좋았어요. ‘두물머리’에서는 ’가마구찌‘도 보았어요. 서로의 모습은 몰라도 글로써 마음이 오고 가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주님께서 선한 믿음의 교통을 이루게 하심이라 생각합니다. <반 평짜리 사랑방> 이란 수필집을 받았다. 나는 반가움에 얼른 읽어보았다.

 1995811일 마흔여덟 살. 8월 밤 열시. 남편과 같이 근무하는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장님이 조금 다쳐서 병원에 있으니 삼성의료원으로 오라 한다. 아들과 함께 급히 택시를 탔다. 응급실의 남편은 팔다리가 제자리에 있었고 “당신 왔어?” 하는 걸 봐서 정신도 있었다.(중략) ‘운전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았던 동료는 지금 중환자실에서 죽을지 살지 모르는 사경을 헤매고 있고, 뒷자리에 탔던 다른 동료 하나는 현장에서 사망하여 영안실에 있는데 조수석에 앉았다 당한 남편의 부상을 두고 요란을 떨 수 없었다.’ 사랑하는 남편의 병간호를 하면서도 일기형식으로 쓴 <손익계산> 제목의 수필이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어쩌면 그런 와중에도 차분하게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사고는 하나님의 계획이었고 계획의 목적은 사랑이었다. 남편은 누구의 권유 없이 예배당에 나가게 되었다. 잠시 사고로 빨간색 마이너스가 적히는 것 같았으나 우리를 지원해 준 사람들의 사랑을 포함하여 무한대의 이익을 남긴 흑자의 시간이었다.’ ‘20년 후’ 놓고 나간 자동차 키를 가지러 집 안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이 남편에게 종종 있다. 정신 차리고 살라고 했더니 “그러게. 내가 왜 그러지? 마누라를 버려야겠다고 날마다 생각하면서도 자꾸 잊어버리고 오늘도 데리고 사네.” 한다. 남편의 건망증 덕에 우리는 아직도 같이 살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선배님의 남편을 ’갈보리에서 시온성‘으로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선배님 부부의 삶이 청라언덕의 백합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고 선배님의 글은 양평 수입리 산골에서 봄의 교향악이 되어 세상 끝까지 멀리멀리 울려 퍼지기를 빌었다.

                                                        (2020. 5. 5.)


 
 
 

★수필♡

두루미 2020. 5. 5. 05:41

봄나물

신아문예대학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


이렇게 좋은 봄날엔 아침 일찍 밭에 나가서 이것저것 거두어들인다. 오늘도 창고에 가서 소쿠리와 가위를 챙기고 장갑을 끼고 밭으로 나갔다. 밤새 밤손님들이 다녀가진 않았는지 꼼꼼하게 둘러본다. 고라니의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집집마다 밭작물을 간수하기 위해 밭 둘레에 망을 쳐 놓았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 나온 싹을 밤새 모조리 뜯어먹기 일쑤다.

우리 집도 밭 전체를 빙 둘러가며 망을 쳐 놓았다.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것들도 맛있는 새싹을 용케도 잘 알아본다. 부추나 파처럼 향이 있고 매운 맛이 나는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망을 치지 않아도 되는 입구 쪽에 심어 놓았다. 채소들 중 겨울을 잘 견디고 싹을 틔우는 것들이 있다. 그 중 오래 전에 심어놓고 별로 눈길도 주지 않던 방풍나물을 올해 들어서야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알게 되었다. 그것도 TV를 보고나서야 알았다. 마치 민들레처럼 번식을 잘해서 그간 여러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어도 밭 여기저기에서 잘도 나온다. 이제 막 올라온 여리디 여린 연두색 새순을 따서 소쿠리 하나 가득 채웠고, 바로 곁에 있는 부추밭으로 갔다. 생명력이 강하기로는 방풍나물 못지않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부터 씨앗을 뿌린 것들이 10여 년이 훌쩍 넘어 우리에게는 너무 많아 고창에 사는 친구에게도 구이에 멋진 집을 지어 이시를 간 은 선생에게도 넉넉하게 나누어 주었다.

부추는 겨울을 나고 처음 나온 것이 몸에 좋다고 한다. 그동안에는 볼품없이 생겨서 잘라버렸는데 올해는 몸에 좋다는 말에 베어 버리지 않고 잘라다가 겉절이를 해 먹곤 한다. 부추는 다듬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다듬고 나서도 몇 번이고 물로 씻어야 하니 번거롭다.

이제는 망으로 둘러놓은 아스파라거스 밭으로 들어가 조심조심 다니며 제법 실하게 올라 온 것들을 잘랐다. 시기를 놓치면 잎이 펴서 먹을 수가 없으니 마음이 바쁘다. 매일 아침마다 들려서 잘라준다. 아스파라거스는 한겨울을 빼곤 내내 먹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먹을거리다. 이 세 가지 채소는 한 번만 심어놓으면 두고두고 몇 년이고 거둘 수 있으니 채소 중에 효자들이다. 특히 아스파라거스는 내가 어릴 때만해도 먹는 것인 줄 몰랐다. 단지 예쁜 새 신부의 손에 들린 부케를 장식하는 식물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제법 어른 티를 내며 갔던 레스토랑에서 멋진 접시에 담겨진 주 메뉴 곁에 한두 개 살짝 곁들여 놓은 아주 고급스런 음식 재료인 것을 알았다. 그런 고급스런 식재료를 집에서 키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터가 있는 곳에 살다보니 우연히 아스파라거스를 알게 되었고 한 번 심어서 키우고 싶었다. 봄에 시장에서 모종을 사고 싶어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 우연히 모종을 보았는데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그만 돌아섰다. 그리고 씨앗 집에 다니며 구해보려다 여러 차례 빈손으로 돌아오곤 했다. 우연히 완주군에 우리나라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 만큼 큰 원예종묘사가 있어 그곳에서 드디어 귀한 씨앗을 살 수 있었다. 모판에 씨앗을 하나씩 심어 정성을 다해 키우니 하나도 빠짐없이 나왔다. 밭에 다 심고 남아 이웃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심은 지 2년 뒤부터 해마다 봄이면 뾰족히 올라오기 시작하여 늦가을까지 쉬지 않고 계속 올라온다. 이렇게 초보인 나도 잘 키우는 식물이 왜 그렇게 비싸게 팔리고 구하기가 어려울까? 알 수 없다. 방풍나물 모종도 마찬가지다. 모종값이 연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민들레보다 더 번식을 잘 하는데….


밭에 나가 부지런히 거둬들인 봄나물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 반찬을 만들었다. 아스파라거스는 살짝 데쳐 파릇파릇한 것을 예쁜 접시에 담아 집에서 만든 감식초로 맛있는 초고추장을 곁들여 밥상에 내 놓았다. 부추는 내가 좋아하는 부추전을 부쳤다. 전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마지막 방풍나물은 여린 잎이니 멸치 액젖과 매실청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으로 살짝 버무려 맛깔나게 담아 놓았다.

아침 밥상을 본 남편의 입이 벙긋해지며 입맛을 다셨다.

춥고 긴 겨울을 지내고 맞이하는 봄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부자로 만든다. 하지만 올봄은 ‘코로나19’로 인해 암담한 계절로 보내지만 밀고 들어오는 봄내음까지 막을 수는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한 일상 속에서도 파릇파릇 올라오는 쑥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동네 처자들이 울긋불긋 예쁜 수를 놓고 있다.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매일 많은 사람들이 쑥을 캐는데도 계속 그 자리에 앉아서 쑥을 캐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무한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쑥 내음과 함께 어두운 터널을 지나서 밝고 맑은 곳으로 하루 빨리 나와 향긋한 봄을 맞이하며 상쾌한 기분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우리 앞에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2020.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