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루미 2020. 5. 15. 11:27

孝핑

                                              김 학

코로나19는 고약하기 짝이 없는 역병(疫病)이다. 인정사정 가리지도 않고, 잠시도 빈틈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노인들에게 어버이날 하루를 즐길 짬도 주지 않는다.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우리 부부는 서울로 가서 아들딸과 손자손녀들이랑 어울려 즐거운 잔치를 열곤 했었다. 5월 12일이 아내의 생일이기에 어버이날과 함께 묶어서 축하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우리 부부가 서울로 가지 못했고, 서울에 사는 아들딸도 전주로 오지 못했다. 그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해코지를 못하는 스마트폰으로 가끔 소식을 주고받으면서 코로나19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어버이날이 다가오자 아들딸들은 홈쇼핑에서 선물을 사서 우리에게 보내 주었다. 서울에 사는 큰아들은 며칠 전 묵은지닭도리탕을 택배로 보내주었는데, 바로 전주에서 보내준 듯 밥도 탕도 따뜻하여 직접 그 식당에서 먹는 것 같았다. 또 큰며느리는 싱싱한 주꾸미와 우럭, 닭갈비, 갈비곰탕을 보내주었다. 그래서 우리 식탁은 요즘 날마다 진수성찬이다. 또 서울에 사는 고명딸은 수박, 닭갈비, 오트밀, 만두 등 스무 가지의 먹거리를 보내주었다. 게다가 엄마에게 두둑한 용돈까지 보내주어 아내를 행복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 사는 작은아들은 서울에 사는 제 처가댁에 부탁하여 전복뚝배기 8개와 대전 성심당 빵을 보내주었다. 요즘 우리 집 냉장고는 아들딸이 보내준 먹거리 때문에 배불뚝이가 되었다.

이처럼 어버이날 무렵에 홈쇼핑으로 먹거리를 사서 보내주는 게 요즘엔 ‘孝핑’이라고 한다던가? 이 ‘효핑’ 덕분에 집에 가만히 앉아서 전국 맛집 순례를 하고 있으니 행복하기 이를 데 없다.

노부모를 요양원에 모신 아들딸들은 매주 한두 번씩 면회를 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버이날엔 마음대로 면회를 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 노부모와 자녀들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유리벽상봉’을 한다고 소개했다. 또 어떤 이들은 스마트폰 화상통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눈물겨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것도 코로나19를 이겨내려는 생활 속 거리 두기 영향이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생활 속 거리 두기 때문에 요즘엔 택배회사들이 번성하고 있다. 날마다 택배회사 차량들이 줄지어 아파트단지를 드나들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생활방역을 해야 하기에 생활 속 거리 두기를 강조하지만 비록 거리를 두더라도 마음만은 더 가까이하라고 권하지 않던가?

가정의 달 5월이 되자 날씨는 여름에 가깝다. 한낮에는 날씨가 섭씨 30도를 오르내린다. 이제 묵직한 겨울옷을 벗어버리고 가벼운 여름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것 같다.

한때 내 반팔 티셔츠가 18개나 되었던 적이 있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아들딸들이 축하선물로 반팔 티셔츠를 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뒤로는 티셔츠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직접 반팔 티셔츠를 사 입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많이 바꾸어 주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바뀌었고,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는 경제활동 방식인 ‘언택트 경제(Untact Economy)’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온라인강의와 종교 활동, 쇼핑, 금융 등 여러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데이터의 신속한 이동이 요구되면서 ‘5G’ 기술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5G는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 변화를 주고, 첨단기술이 이동기술과 결합하면서 최근 모빌리티(Mobility) 분야에서도 빠르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사는 작은아들은 퀄컴사에 근무하고 있는데 지금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재택근무 기간이 5월말까지로 더 늘어났다고 한다. 회사에서 승인받은 비밀번호를 회사컴퓨터에 접속하면 평상시와 똑같은 근무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아이들은 각자 자기 방에서 학교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고.

코로나19가 우리네 삶의 방식을 이렇게 바꾸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과 마트에서 쇼핑하던 사람들은 점차 온라인 쇼핑으로 방향을 바꾸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금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오래지 않아 그 역병은 우리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우리네 생활은 옛날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질서에 순응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편리한 삶의 방식을 일깨워주고 우리 곁을 떠날 터이니 말이다.

(2020. 5. 10.)


 
 
 

★수필♡

두루미 2020. 5. 15. 05:17

책 한 권이라도 더 읽히고 싶어서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성은

 

 

 

 세 번째 수업이었다. 우리 집 거실에 상 두 개를 펴놓고 초등 3학년 언니 둘과 2학년 동생 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녀석들은 쉴새없이 떠들었고 열심히 썼다. 저희들끼리 배꼽을 잡고 웃는가 하면 서로의 맞춤법을 지적하면서 집중했다.

 시냇물 같이 경쾌한 유주의 눈과 손이 책을 향했으면 했다. 도처에 흥미로운 영상 매체가 즐비한 환경 속에서 유주의 주의를 끌 자극제가 필요했다. 차분한 시선으로 책에 열중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조심스럽게 단행했다. 마침 이웃에 살고 있는 유주 친구 자매와 모임이 성사되었고, 나는 1주일에 한 번 아이들과 독서수업을 시작했다. 10년 전쯤 따놓은 3급 독서지도자 강의록을 찾아 밑줄치기, 제목 바꾸기,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등 학습 모형을 공부했고, 초등 독서지도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검색했다.

 동시 세 편을 출력해서 세 녀석에게 나누어 주고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학습 활동에 돌입했다. 앞을 볼 수 없어도 아이들 말하기나 읽기 영역 지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저녁 730분부터 930분까지 나는 2교시 수업을 계획했다맹학생이 아닌 비장애 학생을 그것도 초등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므로 나는 제법 긴장했다. 아이들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자세부터 바로 잡았다놀고 싶어 안달하는 세 녀석들의 엉덩이를 붙들어 놓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지만 순수한 천사들은 ‘무서운 꿈을 꾸었다.’로 시작된 문장 이어달리기 속에 빨려들며 수업의 흐름을 탔다.

 사각사각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가 기분 좋은 빗소리처럼 들렸다. 아이들은 무서운 꿈을 꾸어서 엄마를 불렀는데, 엄마가 들어와서 공부나 하라고 타박을 주는 장면을 이야기로 엮어가며 깔깔거렸다. 뜬금없이 오빠가 등장하기도 하고, 아빠한테 말대꾸를 해서 혼이 나기도 하는 다소 엉뚱한 전개였지만 아이들 스스로 창작하고 쓰고 말하고 읽어보는 과정으로 이미 내 목표는 달성이었다. 백도화지에 펼쳐지는 아이들의 상상력이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이요, 성장의 잠재력일테니까. 1교시가 끝나고 아이들은 냉장고로 달려갔다. 입맛에 맞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골라 식탁에 둘러 앉은 세 공주는 달게 먹고 말했다. 20분 간의 휴식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유주는 이상하게 공부 시간은 엄청 긴데 자유 시간은 진짜 빠르다며 주체할 수 없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은희경 작가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열 살 먹은 유주나 마흔이 넘은 나나 뽀로로처럼 노는 시간이 제일 좋은 건 매한가지였다. 어떻게 하면 책을 놀이처럼 재미있게 읽힐 수 있을까? 고맙게도 세 녀석은 ‘토네이도가 무서워’라는 초등 지리책을 제법 열중해서 읽었다. 도로시의 모험을 이야기하며 미국과 뉴욕, 영국과 프랑스까지 재잘재잘 할 말도 많았다. 930분에 친구들을 보내고 바쁘게 유주를 씻겼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화창했다.


 


 ‘지랄 발랄 하은맘의 18년 책육아’의 저자 김선미가 하은에게 쏟은 열정과 노고에 비하면 내 서툰 독서수업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함께 책을 읽고 느끼고 웃고 쓸 수 있어 기뻤다.

                                                                       (2020. 05.14.)

 

 


 
 
 

★수필♡

두루미 2020. 5. 14. 17:59
엄마의 반찬 가게





엄마는 음식을 준비하시면 항상 크게 벌리십니다.
맛은 아주 훌륭하지만, 손이 너무 큰 엄마는
항상 너무 많은 양을 만드십니다.

정월 대보름날에는 아파트 주민들을 모두 불러서
오곡밥을 나눠드리기도 했고, 김장이라도 하는 날에는
동네 사람들을 불러서 김장김치에 수육을 먹여야만
직성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밑반찬을 만들 때마다 반찬을 싸 들고
동네의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리는
엄마를 볼 때마다 짠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힘들게 왜 저러실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 엄마가 어느 날 가족들을 다 불러서
반찬가게를 꼭 해야겠다고 말씀하셨고
엄마의 성향을 잘 아는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결국 반찬가게를 차리셨습니다.

그런데 가게를 내고도
엄마의 손 큰 버릇은 여전했습니다.
원래 많이 퍼주면서도 다른 반찬까지 덤으로
포장해 주셨습니다.

아빠와 나는 장사해서 도대체 남는 게
뭐가 있냐고, 원가를 생각하라고
펄펄 뛰며 엄마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돈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그렇게 매일 즐겁게
반찬을 만드셨습니다.

반찬가게에 단골손님이 한 명 있었습니다.
직장 때문에 근처에서 자취 생활을 하는
청년이었습니다.

"지난번 많이 싸주신 반찬 정말 잘 먹었습니다.
지난달 생활비가 빠듯해서 사실 곤란했는데
덕분에 감사했습니다."

청년의 한 마디에 엄마는 또 사지도 않은
반찬까지 챙겨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몸이 안 좋으셔서
반찬가게를 하고 있지 않지만,
엄마의 행복했던 그 모습을 저는 평생
간직할지 모릅니다.





나눔의 행복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것 1을 나누면서
10의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눔의 행복을 아는 사람은
특별한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나눔의 행복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나누고
스스로 더 행복해지는 사람입니다.


# 오늘의 명언
우리는 일함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간다.
– 윈스턴 처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