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서 향기로운 시들

조찬용 2010. 3. 11. 10:08

 

 

 죽음은 삶의 마지막 추신이다/ 장석주

 

 

내몸에 죽음의 입구와 출구가 함께 있다

최근 내 몸이 벼랑이다

어머니가 몸 속에 넣어주었던 노래들

이곳저곳 떠돌며 다 퍼내 써버리고

더 나올 노래가 없다

함부로 탕진해버린 그 노래들

혀는 낙엽처럼 말라버리고 말았으니

나는 내 유일한 악기를 잃어버린 것이다

 

시장 거리를 걷다가

수조 속에 몸을 반만 담그고 떠있는 새끼 거북이를

날품팔이 노동자처럼 서서 바라본다

한 마리에 기백 원씩 팔려나갈

저 미천한 거북이에게 얇은 눈꺼풀이 있고

눈 꺼풀 아래엔 작은 눈도 있다

 

그 눈이 우주를 보듯 나를 본다

그 눈이

빈 몸 속에 장롱처럼 달려 있는

몇 개의 절망마저 꿰뚫어본다

 

나는 아무것도 고의적으로 은폐한 적이 없다

그 거북이의 눈길 속에

나를 통째로 방임하고 돌아선다

 

죽음은

이 지상의 삶에 부치는 마지막 유일한 추신이다

유익한정보!!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