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서 향기로운 시들

조찬용 2013. 9. 16. 21:41


 



자전거를 배우는 아버지/박후기


파밭에 고꾸라진 아버지가
파꽃처럼 짧게 쳐올린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자전거와 함께 일어서는 저녁이었다

어린 내가
허리 부러진 대파와 함께
밭고랑에 드러누워
하얗게 웃던 밤중이었다

식구들이 깔깔거리며
대문 밖을 내다볼 때,
입 벌린 대문 깊숙한 곳에 매달린 알전구가
목젖처럼 흔들렸다

아버지!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지 마세요
아버지를 태운 자전거처럼,
한쪽으로 기운 살림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환한 파밭의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늘 같은 자리만 맴도는구나,
벗겨진 체인을 끼우고
손으로 페달을 돌리며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는 허리 부러진 파를
뒤란에 옮겨 심었다
흙 속에 뿌리만 묻은 채
옆으로 누워 잠자는 대파들처럼,
식구들은 옹기종기
한 이불 속에서 대파 같은 다리를 묻고
잠이 들었다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자식들은 아버지보다 많이 배웠지만
아버지보다 많은 것을 알진 못했다

♡이번 상대를 우습게 보고 덤볐다간...
♡투지는 항상 어둠속에 존재한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시간만 죽이며 헛 된 꿈은 빵처럼 부풀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