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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신도늘리기 경쟁이 종교 권력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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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사상/종교, 철학, 사상

2008. 4. 21.

“신도늘리기 경쟁이 종교 권력화 불렀다”
기독교·불교 신자 교수들 ‘종교권력’ 주제 학술대회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현재 한국 사회의 종교는 가장 강력한 권력 집단 중의 하나다. 지금 시민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종교는 이른바 ‘사이비 종교’로 불리는 일부 소수 종파들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종교들이다.’

기독교와 불교의 권력화, 정치화, 상업화, 금권화 등의 문제가 기독자와 불자 교수들에 의해 학술적인 분석과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한국교수불자연합회 소속 교수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 대성당 프란시스홀에서 공동 학술대회를 열고 종교 권력 문제를 정면 제기한 것이다. 불교와 기독교가 권력화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자성의 기회로 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기독교 신자인 김성은(서울신대), 김은규· 손규태(성공회대), 이진구(호남신대), 김흡영(강남대), 김영태(전남대) 교수와 불교 신자인 김용표(동국대), 류승무(중앙승가대), 김경집(진각대), 우희종(서울대), 박광서(서강대) 교수 등이 주제 발표와 논찬, 토론에 나섰다. 강남의 한 대형 교회 신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에 대거 발탁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이날 행사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것은 개신교의 종교 권력 문제였다. 이진구 교수의 ‘현대 기독교와 종교 권력’이라는 발제를 중심으로 개신교가 권력으로 탄생하는 과정과 개신교 권력의 작동 양상 등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 개신교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 현재 개신교 인구는 860만명. 교계 추산에 따르면 교회수 5만??만, 목회자수 10여만명이다. 그러나 이 교수에 따르면 개신교의 영향력은 교인이나 교회수보다는 개신교계의 각종 시설과 기관에 의해 보다 정확히 평가된다. 개신교가 보유한 수많은 교육기관, 수십여종의 신문과 방송, 수백종의 잡지, 고아원과 양로원으로 대표되는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이야말로 종교 권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군대, 경찰서, 교도소 등에 파견된 목사들이 여타 종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국회의원, 교수, 의사, 변호사, 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의 비율이 높은 것도 개신교 권력의 주요배경으로 지적됐다. 이런 직업들에 대부분 조직된 신우회가 개신교계의 이익을 옹호하는 압력단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가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어느 집단도 넘보기 힘든 거대 권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선교 초기부터‘미국의 종교’로 간주됐던 게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선교 초기 미국 근대 문명의 원동력으로 여겨지며 들어온 종교가 일제 치하에서 실력양성운동과 사회운동으로 역량을 축적한 뒤 미군정과 개신교 장로인 이승만 대통령 시대를 지나며 주류 종교의 터를 다졌다는 것이다. 개신교는 이어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뿌리 뽑힌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뜨거운 설교와 신앙집회 등으로 세계에 유례 없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 권력화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 개신교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교회 안에서 종교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교회 세습과 불투명한 재정, 그리고 젠더의 위계화 등이 지적됐다. 발제에 따르면 교회에서 전근대적인 세습이 일어나는 이유는 담임목사가 교회를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데다 교인들의 의식이 목회자의 독단을 견제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 사회 각 분야에서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지도층 인사들도 일단 교회 안으로만 들어오면 설교 권력을 통해 강하게 유포되는 권위주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민주적 사고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불투명한 교회 재정도 종교 권력의 무소부재한 힘을 유지, 강화시켜주는 자원으로 꼽혔다. 불투명한 재정은 흔히 종교 권력의 비자금 축적으로 이어지고, 이는 교회 정치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교인의 절대수가 감소하는 교회 양극화시대를 맞아 대형 교회와 종교 권력의 상관관계도 지적됐다. 소형 교회가 매년 수천개씩 문을 닫는 데 반해 신도(소비자) 중심주의를 내세워 무한경쟁에서 승리한 대형 교회들은 ‘지성전’이나 ‘지교회’를 만들어 영역을 확장하고 해외선교에 앞장서며 권력의 무한 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 최근 정치세력화를 기도하며, 거리 정치에 나서고 각종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부 개신교계의 모습은 정치 영역에서 종교 권력이 작동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나열됐다. 이 밖에 이 교수는 개신교계가 복잡한 사회적 의제를 자신들의 도덕적 기준으로 단순하게 재단한 뒤 바로 실력행사로 들어가는 것을 두고 ‘도덕적 파시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종교 권력, 어떻게 할 것인가 = 안티 기독교의 번성과 교회 권력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개신교계의 가장 두드러진 반응은 이를 외부 세력의 음모와 박해로 보고 권력화, 대형화를 더욱 강화한다는 것. 이날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이 같은 개신교계의 반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개신교의 위기 극복은 정치세력화나 팽창이 아니라 종교 권력의 해체작업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의 발제에 앞서 ‘불교에서의 종교 권력’에 대해 논찬한 김흡영 교수는 “한국 불교사를 통해 볼 때 종교의 권력화는 자기 무덤을 파게 되고 결국 쇠퇴와 멸망으로 귀결됐다”며 “기독교도 절대권력화를 완성한 유럽 기독교사의 ‘신국(神國)’실험 결과는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공의가 임함’이 아닌 ‘암흑시대’의 도래였다”고 지적,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교수는 특히 같은 신을 믿으면서도 의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선고하고, 십자가에 매달고, 화형을 하는 종교적 맹신의 위험성을 지적한 사회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을 인용하며 “어떤 종교 권력이든 그것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는 어떠한 권력보다도 위험하고 음흉하고 잔인한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문화일보 기사 게재 일자 2008-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