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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라 2010. 5. 25. 06:37

 * 이번 글에 사용된 사진들은 블루레이 타이틀 아바타의 화면과 패키지 일부를 참고용으로 찍은 것이며 저작권은 20세기폭스사에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2008년 12월 30일 우리나라의 언론매체에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우디발 뉴스를 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다와 타이프 두 곳에 있는 극장에서 30년만에 영화관에서의 영화관람이 허용되어 사람들이 몰린다는 뉴스였습니다. 이슬람의 정통 4대 법학파 중 가장 보수적인 한발리파를 정신적 통치기반으로 잡고 있는 사우디의 보수적인 종교지도자들에게 있어서 영화는 대중을 현혹하고 극장이 남녀간 교제를 유발하는 등 이슬람 가치에 맞지 않다고 본 것이죠. 이런 주장 속에 종교적 보수파가 득세한 70년대 이후 공공 장소의 영화상영을 금지해왔습니다.

 

사우디가 가장 보수적인 한발리파를 신봉하는 이유는 메카와 메디나라는 두 성지를 제외한다면 현재 사우디를 통치하고 있는 사우드가는 종교적인 면에서 볼 때 이슬람 종주국 지도자로서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힘든 일개 지방호족 출신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종교적으로는 스스로의 정통성이 결여되어 있으니 성지 수호를 빌미로 가장 엄격한 학파를 통해 국내통치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죠.

 

영화관에서의 영화 관람이 쉽지 않은 사우디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영화를 전혀 안 보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관은 없다고 해도 위성방송을 통해서, 또는 DVD 같은 매체를 통해서 가정에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홈씨어터 제품 시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방송을 통해 상영되는 영화는 대부분 야한, 혹은 야해질 것 같은 장면은 거의 삭제하고 의외로 잔인한 것은 삭제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유료 채널을 통해서는 또 그런 장면들도 여과없이 보여지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띕니다. 우연찮게 Show Movie 채널에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방영해준 적이 있어서 "복수는 나의 것"을 잠깐 봤었는데, 응당 짤려야 할 부분을 클로즈업 되진 않았다고는 해도 짤리지 않고 보여줘서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무려 여성 상위였는데 말이죠!) 미드 틀어주는 채널에서 심야시간대긴 하지만 "투더스"를 틀어주기도 할 정도니 어느 정도는 풀린 면도 있기도 합니다. (물론... 쇼타임 채널은 사우디 채널이 아니니까 가능한 얘기겠지만요...)

 

아무튼 사우디에서도 작년 언젠가부터 엑스트라 등의 대형 전자 양판점이나 소니 매장들을 통해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소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블루레이 디스크까지도 취급을 하는데... 정작 블루레이 타이틀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PS3에 번들로 끼어주던 배트맨 리턴즈나 울버린 같은 타이틀이 아니라면 지방 소도시인 카미스에서 타이틀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PS3로 영화를 보던가 다운받아뒀던 것들을 저장해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 지냈었죠.

 

저질 인터넷 상황을 감안하면 고화질 동영상은 다운받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되고, 외장형 하드 디스크에 담아오자니 가끔 입국 심사 과정에서 검열받을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첫 휴가 복귀 때는 공항에서 외장형 하드 디스크를 검색당했었고, 지난 휴가 복귀 때는 그냥 들어왔었거든요. 다행히 그 하드 디스크에 킹 압둘라 경제도시 홍보 동영상이 들어있던 터라 쉽게 돌려받고 나오긴 했지만요.

 

뭐.. 이런 것들은 다 핑계고 사실 개인적으로 다운 받은 영화를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아예 안 봤던 것이죠. TV로 보는 건 좋아하는데, PC에서 모니터로 보는 건 답답해서 보기 싫거든요. 거기다 화질까지 직캠이면 그야말로 최악!

 

젯다에 온지 얼마 안되어 영화 파일을 하나 PS3 하드에 담아두고 보기 시작했는데, 하필이면 극장 직캠 버전인지라 보기가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핑계김에 젯다에서는 블루레이 타이틀을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팔고 있는  전자 양판점 엑스트라의 직원에게 물어보니 무슨 얘긴지 모르는 직원도 있지만, 아는 직원은 알 자리르 북 스토어에 가보라는 군요. (알 자리르 북스토어는 우리로 치면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 체인입니다.) 그래서 가봤더니 애니메이션 타이틀 몇 개 말고는 안 보이기에 그곳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타흘리아에 있는 로타나 센터 지하에 있는 버진 메가스토어에 가보라고 얘기해 줍니다.(타흘리아는 젯다에서 명품들을 만날 수 있는 명품거리입니다.) 다른날 간 엑스트라에서도 똑같이 그곳을 얘기해주더군요. 그래서 아직 젯다 지리가 익숙하지는 않음에도 몇 번 길을 익힌 끝에 겨우 버진 메가 스토어를 가보았습니다.

 

(영화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로타나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압둘라 국왕의 조카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가 소유한 건물이라 입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타이틀이 많지는 않지만, 블루레이 코너가 따로 있더군요. 한시적인 할인 타이틀 판매 공간도 포함해서 말이죠. 그래서 기념으로 2개의 타이틀을 구입했습니다. 바로 트랜스포머 2와 아바타를 말이죠. 

 

(PS3으로 돌려서 Bravia LED로 재생되는 화면을 디카인 DSC-TX7으로 찍어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대중적인 매체는 아니기에 가격은 상당히 비쌉니다. 버진 메가스토어에서 파는 가격 기준으로 신품의 경우 149.99리얄 (약 4만 5천원)에서 154,99리얄 정도, 약간 오래된 타이틀은 124,99리얄 정도 하더군요. 평균치가 그렇다는 것이고 가격은 정말 대중없는 것이 "스타트렉"의 경우는 199,99리얄에 팔더군요! 왜 그렇게 비싸게 들어왔는지는 담당 직원도 모른다는데 말이죠... (참고로 DVD 타이틀의 경우는 85리얄 내외)

 

HDMI로 연결되는 지금이야 예전처럼 NTSC니 PAL이냐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게임 타이틀이야 한국에서 사가지고 와도 상관이 없지만 (심지어 여기서 구입한 PS3은 유럽향 버전인데도 문제없이 작동!), 블루레이 타이틀은 지역코드가 다르기에 마냥 타이틀을 사가지고 오기도 뭐한 면이 있습니다. 좀 수량이 되면 입국심사 과정에서 한번은 걸러지기도 하겠지만요. 그러다 보니 문제는 대부분의 자막이 유럽지역 언어로 되어있다는 거죠. 지원되는 자막을 보면 평소 우리가 들어보지 못했던 희안한 말들이 눈에 확확 들어옵니다.

 

(한국어 자막이 없으니 아쉬울 뿐이고...)

 

 

그래서 버진 메가스토어에 다시 가게 되었을 때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는 타이틀이 뭐가 있는지 관심있는 타이틀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정말 소수의 타이틀에만 한국어 지막이 지원되더군요. 본 시리즈, 배트맨 시리즈 (예전 작품), 킹콩, 300 정도나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더군요. 아주 없을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대충 둘러보니 매장에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DVD가 신품으로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패키지가 이상하게 두터워서 보니 다른 영화 타이틀이 함께 들어있더군요. "괴물"이야 아랍지역 극장에서도 상영된 바가 있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데 한계가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담당 직원하고 얘길 나누다 보니 원래 블루레이 타이틀은 알 자리르 서점 체인에 영화 파트가 따로 있어 취급해 왔었는데, 버진 메가스토어가 들어오면서 파트가 없애버리고 매점에서도 취급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레드 씨 몰에 또다른 지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사업은 계속 키워나갈 것 같아 보이네요. 

 

타이틀 수에 있어서 구색을 갖추기엔 부족하지만 (담당 직원은 UAE를 비롯한 중동권이 다 비슷하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아예 팔지도 않는 곳에 있다가 구할 수 있는 곳에 나오지 좋긴 하네요.  인근 나라들처럼 영화관이 활성화되는 날은 언제나 오게 될까요? 기왕이면 큰 화면이 있고 소리빵빵한 곳에서 보는게 좋은데 말이죠...

 

(바로 저녀석이다! 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