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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라 2010. 5. 28. 20:21

젯다로 이사온지 한 달이 조금 더 되었습니다. 그동안 새로운 일에 적응하다보니 전에 쓰던 TV를 팔고 비록 32인치지만 Full HD LED TV로 새로 사 놓고도 방에 위성방송을 다시 연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사우디 리그 소식을 제대로 전달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엔 연결시켜 놔야겠다 싶어서 어제 저녁에서야 설치업자를 불러 다시 위성을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중동권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로 월드컵 생중계 시청이 불가능해졌기에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로 보기 위해서는 중계권을 가진 위성방송 사업자의 카드를 구해야만 합니다. 기존에 ART와 Showtime이 양분하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유료 스포츠 방송 시장이 알 자지라 스포츠가 뛰어든 이후 삼분되는 것 같더니 200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알 자지라 스포츠가 사실상 이 지역의 스포츠 중계방송 시장을 독점해버린 상황이 되었기에 이번 월드컵 방송권을 어디서 갖게될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국내 뉴스에도 보도 (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0/05/13/0908000000AKR20100513234600070.HTML) 되었듯이 바로 알 자지라 스포츠입니다.       

 

(알 자지라 스포츠 방송 로고)

 

저와 같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알 자지라 스포츠 채널의 방송권 독점이 예상되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UEFA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을 획득한 2009/10 시즌부터였습니다. 알 자지라 스포츠가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제외한 주요 유럽리그의 중계권을 갖고도 시장을 장악했다고 말하기엔 2% 부족했던 것이 인기 높은 컨텐츠인 UEFA 및 FIFA 주관 대회와 사우디 리그 등 중동권 리그 중계권을 선발 사업자인 ART 스포츠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9년 UEFA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 획득과 동시에 채널 수를 6개에서 10개로 늘리기 시작하면서 시장 독점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UEFA 챔피언스 리그 중계 외에도 그동안 ART 스포츠가 독점 중계해서 볼 수 없었던 사우디 리그, 그리고 NBA 방송을 시작하면서 알 자지라 스포츠의 ART 스포츠 인수설에 대한 루머가 돌기 시작하더니 결국 2009년 11월 24일의 공식 발표를 통해 ART Sports의 브랜드 이름과 FIFA 주관대회를 비롯해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중계권을 인수했음을 밝히기에 이르렀습니다.

 

알 자지라 스포츠가 ART 스포츠 채널을 인수했다는 의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인기 스포츠 컨텐츠를 생중계로 즐기기 위해서는 예전에는 3장의 카드를 따로 구입해야했지만, 이제는 알 자지라 스포츠 카드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기세라면 Orbit와 Showtime이 합병한 OSN (Orbit Showtime Network)이 가지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마저 사고도 남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 09/10시즌부터 쇼타임 스포츠가 가지고 있던 영국 2부리그 코카콜라 챔피언쉽 중계권을 가지게 되었으니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만약 이런 일이 이뤄지면 스포츠 방송 시장은 알 자지라 스포츠가, 엔터테인먼트 방송 시장은 OSN의 독점시장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마저 놓치면 OSN의 Show Sports는 시장에서 그나마 있던 점유율마저 잃을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었다는 알 자지라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독점 중계권이 뭐가 있는지 살펴볼까요?

 

1. 축구

   1) FIFA 주관 대회: 월드컵 2010, 2014 / 클럽 월드컵 

   2) UEFA 주관 대회: EURO 2012, 2016 / UEFA 챔피언스 리그 / UEFA 유로파 리그 / UEFA 슈퍼 컵

   3) AFC 주관 대회: AFC 챔피언스 리그

   4) CAF 주관 대회: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 아프리카 챔피언스 리그

   5) 유럽 리그 및 컵대회: 

       (1) 스페인: 라 리가 & 국왕컵 (코파 델 레이) & 슈퍼컵 

       (2) 이탈리아: 세리에 아 & 이탈리아 컵 & 이탈리아 슈퍼컵 

       (3) 프랑스: 리그 1 & 프랑스 컵 & 프랑스 리그 컵

       (4) 네덜란드: 에레디비제

       (5) 영국: FA컵 & 칼링컵 & 영국 FA 커뮤니티 쉴드 & 코카콜라 챔피언쉽

       (6) 독일: 독일컵

       (7) 스위스: 슈퍼 리그 

       (8) 그리스 슈퍼 리그 & 풋볼 컵 

   6) 남미 리그 및 컵대회: 아르헨티나 리그 / 브라질 세리에 아

   7) 중동 리그 및 컵대회: 

       (1) 사우디: 자인 프로페셔날 리그 & 크라운 프린스컵 & 챔피언스컵

       (2) 카타르: 스타스 리그 & 크라운 프린스컵 & 프린스컵

       (3) 기타: 요르단 리그 & 팔레스타인 리그

   8) 아프리카 리그 및 컵대회: 모로코 리그 / 아프리카 컵 리그 

   9) 아시아 리그: 일본 J리그

 

2. 농구

   1) NBA: NBA (플레이 오프 포함)

   2) EURO 리그

   3) FIBA 월드 챔피언쉽

   4) 레바논 농구 리그

 

3. 육상

   1) 올림픽

   2) IAAF 월드 육상 챔피언쉽

   3) IAAF 골든 리그

 

4. 테니스

   1) 윔블던

   2) 프랑스 오픈

   3) ATP 월드 투어 마스터스 1000

   4) US OPEN

 

5. 모터 스포츠

    1) MotoGP

    2)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쉽

    3) 스피드카 시리즈

 

6. 배구

    1) 이탈리아 배구컵

    2) 배구 월드 리그

 

7. 동계 스포츠

    1) 동계 올림픽

 

8. 럭비

    1) 6개국 챔피언쉽

 

9. 레슬링

    1) TNA Impact!

 

10. 아이스 하키

    1) IIHF 월드 챔피언쉽

 

 

정말 화려하지 않습니까? 아랍에서는 익숙치 않은 동계 스포츠를 비롯한 그야말로 다양한 종목과 대회의 중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옆나라 J리그 중계권도 가지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죠... 국내 방송가에서는 찬밥취급을 받고 있는 K리그도 중계가 활성화되면 충분히 중계권을 팔만한 가치가 있는데 아쉬울 뿐이죠. 중동권에서 뛰고 있는 J리거는 없지만 이제는 사우디 리그에서도 안착한 이영표 선수도 있는데요!

 

한두개 채널로는 소화가 불가능한 무지막지한 중계권을 독점해놓고 (물론 다 중계하지는 않지만) 사용을 않한다면 의미가 없을텐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현재 시험방송 중인 채널까지 포함하면 2009년 여름 이후 1년도 안되는 사이에 채널을 3배 가까이 늘려버렸습니다. 작년 여름까지 6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17개를 보유하게 되었거든요!!!!

  

작년 여름에만 해도 6개의 채널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1) 무료: 알 자지라 스포츠 1, 알 자지라 스포츠 2

    2) 유료: 알 자지라 스포츠 +1, 알 자지라 스포츠 +2, 알 자지라 스포츠 +3, 알 자지라 스포츠 +4

 

UEFA 챔피언스리그 중계권 획득과 더불어 09/10 시즌 시작과 동시에 5개의 채널을 추가하였습니다.

    1) 유료: 알 자지라 스포츠 +5, 알 자지라 스포츠 +6, 알 자지라 스포츠 +7, 알 자지라 스포츠 +8, 알 자지라 스포츠 HD1

 

작년 4분기에는 ART 스포츠를 사들이면서 추가된 중동권 리그와 NBA 중계를 위해 3개 채널을 추가하였습니다.

    1) 무료: 알 자지라 스포츠 글로벌

    2) 유료: 알 자지라 스포츠 +9, +10

 

(이제는 채널 리스트에서 한번에 보기 힘들 정도로 채널 수는 그야말로 급증하고 있다. 셋탑의 메뉴가 나오는데 화면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3D 채널에 놓고 찍었기 때문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수신기는 아직 SD 수신기기에...)

 

 

반년 사이에 늘어난 8개의 채널들로는 부족했는지 월드컵을 앞두고 5개의 채널을 추가하기 위한 시험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달라지고 있는 방송환경과 이번 월드컵에서 도입될 3D 중계에 대비하기 위한 채널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1) 시험 방송중: 알 자지라 스포츠 3D, 알 자지라 스포츠 월드컵, 알 자지라 HD2, 알 자지라 스포츠 뉴스, 알 자지라 스포츠 클럽스

 

(기존에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추가 컨텐츠는 충전해서 쓸 수 있다.)

 

 

알 자지라 스포츠는 이렇게 채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 강화에도 적극적인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리그의 유명한 더비전이나 중요한 경기의 경우 중계진을 아예 현장에 직접 보내서 생중계로 보여주기도 하고, 현역에 있거나 은퇴한 유명 감독이나 선수들을 해설자로 모셔오기도 합니다. 중동권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낯익은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나, AC밀란의 전설 세자르 말디니 같은 분들이 마이크 잡은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거든요. (물론 아랍인 캐스터 해설자와의 대화는 동시 통역으로 생방송되구요!)   

 

이렇게 채널이 확확 늘어나고 월드컵 같은 특수가 늘어난다는 의미는 시청자에게 있어선 시청비용이 증가함을 의미합니다. 그 전엔 기존에 가입한 카드로 시청할 수 있었던 채널 +9, +10이 언젠가부터 시청이 불가능해졌었는데, 어제 위성을 다시 연결하면서 알아보니 현재 시험방송 중인 채널들과 함께 월드컵 패키지로 별도로 분리되었다군요.

 

그러니까 기존 가입자들은 +1~+8까지만 시청가능하고, +9부터 월드컵 때문에 새로 생길 채널을 포함한 월드컵 패키지를 보기 위해서 추가로 돈을 내고 별도로 가입해야되는 것이죠. 알 자지라 스포츠에 신규로 가입하는 사람들은 시청비용은 1년에 650리얄, 월드컵 패키지를 추가구입하려는 기존 가입자들은 380리얄을 따로 내고 신청해야 합니다. 물론 추가 신청할 경우의 시청기간은 별도로 계산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카드의 경우 기존 가입분은 2010년 8월에 갱신을 해야 하지만, 월드컵 패키지는 내년 5월에 만료되는 것이죠. 얄팍한 상술이긴 하지만 아랍인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을 감안하면 이렇게 따로 패키지를 팔아도 다 가입할 것이라는 걸 아니까요. 게다가 이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팬들만 아니라면야 알 자지라 스포츠용 시청카드만 있으면 만사 OK니까요!

 

어제 가지고 있던 카드에 월드컵 패키지를 추가하기 위해 매장에서 추가하고 있는데 사우디 사람이 들어오더니 월드컵 패키지에 대해 문의하더군요. 1년에 380리얄이라는 말에 따로 가입해야 하는 거냐며 비싸다고 투덜대면서도 결국엔 저처럼 지르더군요. 직원과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날 쳐다보더니 혹시 한국인이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얘기했더니 "알 힐랄에서 뛰고 있는 영.... 이름이 뭐더라... 알아?" 라고 아는 척을 하더군요. 이영표라고 얘기해줬더니 잘 뛰더라며 한참을 얘기하는 걸 보니 그 아저씨도 알 힐랄 팬이었나 봅니다. 젯다가 알 잇티하드와 알 아흘리의 연고지이긴 하지만, 알 힐랄은 사우디 전국구 팀이기도 하니까요.

 

알 자지라 스포츠에서도 이번 월드컵 때 3D 중계를 많이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를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국내와 달리 메이커 제품마저 소형부터 대형까지, PDP부터 LED에 이르기까지 HD 방송을 볼 수 있는 HDTV들은 시장에 널리 보급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셋탑은 3D는 고사하고 HD 수신기마저 아직 시장에 널리 보급되진 않았거든요.

 

어제 시장에 나간 김에 하나 구해볼까 알아봤지만 막상 구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설치업자는 다루기 쉽고 안정적이라며 휴맥스 제품을 추천해 주었지만 (현재 쓰고 있는 것도 휴맥스의 IR-TWIN 제품이지만요), 1년짜리 알 자지라 스포츠 카드를 내장한 모델만 풀리고 있는지 정작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더군요. 다른 매장에서 본 바 있어 사볼까 고민해봤던 중국제 수신기를 HD방송 홍보용으로 돌리고 있어 호기심에 리모콘을 만져봤는데 만진지 1분 만에 채널 돌리다 다운되기에 아예 관심을 꺼버리게 되었죠. 매장에서 한국제라는 다른 수신기를 봤는데 진짜 한국제인지, 한국제의 탈을 쓴 중국제인지는 알기 힘들어 스펙은 더 낳아 보이지만 막상 망설여지더군요. 

 

한국에서는 SBS의 독점중계로 얘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독점 중계권을 가지려면 이 정도는 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리그든 뭐든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으면 그 리그의 전경기 생중계는 기본으로 되어야 하는거 아닐까요? 물론 지금처럼 한두개 채널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채널을 늘린 다음에나 얘기고, 현재의 한국 방송시장에선 어려운 일일 것 같지만요.

 

동시에 여러 경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의 선택 때문에 보고 싶은 경기를 못보거나 인터넷으로 결과를 다 안 다음에 시작하는 지연 중계를 보거나, 많은 팬들이 있음에도 중계권을 안 사서 아예 볼 수 없는 것보다 이 곳에서 여러 나라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채널만 돌려가면서 동시에 보게 되니 정말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더군요.

 

예전 사우디에서 2002 한일 월드컵을 맞이했을 때, 비용을 아끼겠다며 해킹된 카드를 구했다가 정작 미국과의 경기에서 경기 시작전 고장 나 볼 수 없었던 아픈 기억이 있어, 추가로 비용하고 정식 카드를 구해놓고 월드컵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2주 남았네요!

오랜만에 장문을 보니 이삿짐 정리가 다 돼 간다는 소리!?
간만의 여유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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