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둘라 2014. 7. 15. 11:40




맨시티의 구단주로 진정한 투자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어 만수르의 위엄으로 종종 회자되는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부총리 겸 대통령실 실장의 이름을 따온 개콘의 새로운 코너 만수르가 화제입니다. 


개그맨 송준근은 새로운 코너에 대한 호응이 크자 실제로 셰이크 만수르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패기넘치는 인터뷰를 하기까지 했다지만 보는 내내 웃기면서도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부자 패러디라고는 하지만 다른 국내 유명인사들과 달리 그의 언어나 제스처 등 누구나 연상할 수 있는 특징을 캐치해낼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랍부자들은 개념없는 졸부다라는 선입견을 우스꽝스럽게 극대화시킨 것에 불과했고, 과거 개콘에서 비슷한 류의 부자 패러디 코너였던 정여사를 떠올리다 보면 비겁하다 못해 위험하다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진상떠는 졸부 중 하나일뿐 딱히 누군지 구체적인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 정여사에 비해 만수르는 대부분 누구인지 연상할 수 있는 실제 인물의 이름을 적시한데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지나치게 희화화했고, 특히 요즘의 우리나라 코미디에서 코너 중간중간에 구체적인 주어를 적시하지 않은 성대묘사 정도까지는 몰라도 현역 정치인이나 재계 거물의 실명을 내건 고정 코너를 만들 간 큰 방송국이나 개그맨은 없다는 현실을 떠올리면 더더욱 말이죠. 실제 인물을 차용하고도 캐릭터 복장은 국적 불명으로 만든 것도 에러라고 봅니다만...


과거에는 이런 프로들이 한국인들만을 위해 소비되었지만, 지금은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유튜브 동영상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공유되는데다 과거와 달리 우리말을 잘하는 아랍인들도 많아지고 있어 무슨 개그를 하는지 이해하는 이들도 많아졌기에 이들에겐 불쾌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UAE 왕가에 대한 UAE인들의 지지도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높기에 이 개그를 이해한 UAE인이라면 충분히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죠. UAE 정부도 우리나라 정부 만큼이나 과도한 비판이나 풍자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기에 UAE대사관 등을 통해 항의가 들어온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한심한 건 코너에 쏠리는 관심을 이용하여 클릭질을 유도하기 위해 기사를 쓰는 기자들 (이라고 쓰고 기레기라 이해하는...)입니다. 개그맨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특정 포인트를 과장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게 일이다 오버할 수 있다고 이해라도 할 수 있지만, 클릭질 유도에 급급하여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기자라고 봐줘야할지 생각하게 될 때가 많거든요. 인터넷 매체야 그렇다치더라도 정식 매체까지 이에 동참하고 있으니 한심할 수 밖에요.


셰이크 만수르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기본적인 사실확인 없이 붙복하기에 급급해 기사들을 만들어내던 기레기들은 심지어 다른 나라의 고위 각료들을 일개 축구단 관계자로 보다못해 장인을 형으로 표현하며 족보까지 꼬아버리는 패기를 보인 바 있었습니다. ([비평] 만수르 구단주의 위엄, 그리고 족보 파괴조차 서슴치 않는 미디어의 패기;;;; 참조) 이러더니 이제는 개콘 만수르 코너가 주목을 받자 이에 묻어가기 위해 만수르의 서민체험이라며 SNS에 회자되는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사화하고 있습니다.


개콘 새 코너 ‘만수르’ 인기에 실제 만수르 서민체험 경악 “겨우 10억으로..” (서울신문)

만수르의 서민체험은 지나가다가 10억 쓰기 '화제' (전자신문)

개콘에 등장한 만수르, "10억 남짓으로 차와 시계를" 서민 체험기 '충격' (서울경제)


등등의 제목으로 올린 기사들의 출처는 몇달전 SNS를 통해 회자되었던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 계정의 이름이 hhmansour라고 써 있을 뿐 실제 계정주인의 이름은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이 아닌 만수르 빈 사이드 알 카아비, 즉 다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진이 국내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진짜 만수르의 계정으로 잘못 안 한국인들의 댓글이 잇달아 달리기 시작하면서 그 계정주인은 현재 올렸던 모든 사진을 내린 상황입니다.




그럼 실제 인스타그램 계정은 어떤 것일까요? 셰이크 만수르 본인의 공식계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동향을 볼 수 있는 계정이 있기는 합니다. 아래 캡처된 이미지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 서민체험으로 알려진 이미지의 프로필 사진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2800여장이 올라온 이 계정의 사진들 중 굳이 이 이미지를 캡처한 이유는 패러디하고 있는 상대가 단순히 돈많은 구단주가 아님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아울러 만수르 역을 하고 있는 송준근이 머리에 쓰고 있는 것이 아랍식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구요.


(박 대통령의 UAE 방문시 무함마드 왕세제 대행으로 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했던 만수르 부총리)


요즘처럼 클릭 몇번하면 정보 구하기 쉬운 세상에서 클릭질 유도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사실은 확인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