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둘라 2014. 5. 15. 13:19

(사우디 외무부 장관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


사우디의 세계 최장수 외무부 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 (1975년 10월 13일 취임~현재)가 지난 화요일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사우디 정부는 오랜 역내 라이벌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 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이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이란 정부도 다음날인 수요일 사우디 정부의 이번 반응에 환영의사를 밝혔습니다.



화해의 메세지를 먼저 보낸 사우디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시간에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는 한편,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을 리야드로 초청했다고 덧붙이면서 걸프 지역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와 이란 사이의 해빙 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을 암시했습니다. 이러한 발언는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장관의 리야드 방문기간 중에 나왔습니다.

 

"이란은 우리의 이웃으로, 우리는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앞으로 그들과 협의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견해차이가 있다면, 그런 것들은 양국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선에서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그들과 대화해나갈 것이다."

"우리의 이란이 가능한 안전하고 번창한 걸프지역을 만드는 노력의 일부가 되기를 바랄 뿐,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는 문제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라며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와 덧붙여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는 그의 대화 파트너가 될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사우디에 초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란 외무부 장관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일부 걸프 아랍국가들의 우려를 씻어내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된 이란 핵협정을 맺은 이후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과 UAE 등 대부분의 GCC 회원국가들을 방문해 왔지만, 사우디와 바레인은 아직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사우디를 방문하여 사우디 정부에 걸프지역의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이란과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함께 공조할 것을 요청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었지만 이를 아직까지 실현에 옮기지는 않았으며,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는 이에 대해 그가 사우디에 온다면 언제든 환영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었습니다.



사우디의 제안을 환영한 이란의 반응

이에 대해 이란은 다음날 최근 시리아 내전과 바레인 소요사태의 여파로 더욱 깊어진 사우디와의 긴장관계를 풀고 관계를 강화시켜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의 공식 발언과 이란 외무장관의 사우디 방문계획을 환영했습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부 차관은 이란 관영통신 IRNA를 통해 이란은 아직 리야드로부터 공식 서면 초청장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란 외교관계의 주요 현안으로 양국간의 회담을 기대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역내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의 양국간 협상과 상호 방문을 환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현재 사우디를 방문하고 있는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장관은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이란과의 협상이 걸프지역의 안보를 약화시키는 사태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임을 동맹국들에게 약속하면서 지난해부터 밀접해지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불만을 표출하며 소원해졌던 사우디의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양국간 갈등의 배경, 그리고 급변하는 대외 관계

이슬람의 양대 종파인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은 지역 내에서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호메이니 혁명으로 이란이슬람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시아파의 확산을 경계한 사우디에 의해 이들의 경쟁 관계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이란의 영향력이 지역 내에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사우디의 경계심리는 1980년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GCC 결성과 이란-이라크전에서 이라크를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카티프 등 사우디 동부지역에 있는 반정부 사우디 시아파들과 대치하고, 무력행사를 불사하며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바레인 정권을 지켜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해 이란과 미국과 가까워지기 시작한 이후 이란과 걸프국가들 사이의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란에 대한 사우디의 정책 기조가 변화될 조짐들이 있었습니다. 걸프국가들 중 이란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비밀 회동을 주도한 오만이 사우디가 이란과 적극적으로 대치하기 위해 세우는 것이라며 걸프 연합에 불참을 선언했었으며,  ([GU] 오만은 왜 걸프연합 결성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는가? 참조) 지금은 일단락되었지만 자국 대사소환으로 이어진 카타르와의 외교적인 갈등이 심화될 경우 카타르 역시 이란과의 관계가 친밀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와 함께 대사 소환에 동참한 UAE 역시 이란과의 관계 개선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경제 제재 조치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UAE부통령 겸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가 지난 4월 하산 로우하니 이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들여 두바이 통치자가 아닌 UAE 부통령 자격으로 이란을 공식 방문하기로 결정하면서 관계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었습니다. UAE 부통령 자격으로서의 이란 공식방문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부다비, 두바이와 이란의 관계가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좋은 교역 파트너였으며, 이란 경제제재 기간 중에도 이란에게 있어 의미있는 역할을 했던 두바이와 달리 UAE의 수장국인 아부다비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긴장관계를 유지해왔었거든요. 따라서 UAE 부통령 자격으로서의 국빈 방문은 아부다비 역시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볼 수 밖에요. 


(아부다비 내 킹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거리 개통식 풍경)


사우디 입장에서는 오만과 카타르가 어깃장을 놓는 거야 무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최근 아부다비의 주요 도로명을 킹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거리로 명명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인구수나 경제 규모면에서 사우디에 편중될 수 밖에 없는 GCC 내의 균형추를 맞추는 역할을 맡고 있는 UAE 마저 이란과 가까워지는 상황이 생길 경우 GCC 회원국들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고자 걸프 연합 구상을 내놓았던 사우디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란과 이웃 국가들의 관계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압둘라 국왕은 반달리즘으로 불리는 날선 강경 노선으로 이웃 국가들과의 갈등을 야기하다 못해 맹방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갈등을 조성하여 자신을 격노하게 만든 반다르 빈 술탄 왕자를 정보국장에서 경질하고 그의 정치생명을 끊어버리면서 사우디 외교 정책의 기조가 바뀌게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정치] 압둘라 사우디 국왕, 반다르 빈 술탄 사우디 정보국장 전격 교체와 그 의의 참조) 워낙 오랜 기간 조성된 양국간 갈등 및 긴장 관계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종식시켜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양국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조: "Saudi ready to negotiate with Iran: FM" & "Iran welcomes Saudi Arabia’s visit plan" (Al Arab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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