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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꽈리고추의 대부, 이순풍씨의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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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리포터

2020. 5. 23.

당진 꽈리고추의 대부, 이순풍씨의 공덕
전국 생산량의 70% 당진 꽈리고추, '이게 명품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반찬 중 멸치와 함께 볶음요리로 조리돼 식탁에 자주 오르는 꽈리고추가 있다. 꽈리고추는 멸치볶음과 더불어 밀가루찜, 감자볶음, 메추리알 장조림, 소고기장조림 등과도 매우 잘 어울려 식탁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 반찬 식재료이다.

이 꽈리고추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 국내 생산량의 무려 70%를 차지하는 곳이 충청남도 당진이다. 당진 내에서도 합덕읍과 면천·고대·정미·대호지·순성면이 압도적 생산량을 자랑한다. 이곳 1300여 농가에서 121㏊에 꽈리고추를 재배해 연간 100억원대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당진에서 꽈리고추는 당진 해나루쌀과 함께 당진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꼽힌다.

어떤 무언가가 유명해지고, 잘나고, 이름나고, 외부로부터 인정받으려면 누군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법. 그런 걸 인정해서 상도 주고 감사패도 주고 공로패도 만들어 서로의 고마운 인사를 나누는 게 우리네 아름다운 상생의 모습이다.

당진 꽈리고추도 그렇다. 오늘날 대한민국 총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당진에서는 고(故) 이순풍씨를 빼놓고는 꽈리고추를 설명할 수가 없다.


당진시 면천면 사기소리 마을회관이다.

이곳이 당진 꽈리고추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마을회관 바로 오른쪽으로 가면 오늘 기사 포스팅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사기소리 마을회관 오른쪽에 세워져 있는 고(故) 이순풍씨 공덕비다. 이곳에 꽈리고추를 전파시켜 마을의 농가소득을 올려놓고, 그야말로 마을사람들의 평생 먹거리를 만들어준 사람이니 이순풍씨의 공덕비를 세울 만하다.



공덕비 뒷면 내용에 이순풍씨의 공덕이 기술돼 있다.

이씨는 1950년대부터 오이를 재배해 오던 중 연작장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작물 전환을 시도하다 1968년 서울에서 꽈리고추 종자를 구입, 재배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고 한다. 그렇게 마을에 꽈리고추를 퍼트리고 재배기술을 알아내고 마을사람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당시 이순풍씨네를 꽈리고추의 종갓집으로 부른다고 한다.



공덕비에 씌어 있는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러 가는 길. 여기 이 하우스가 마을사람들이 꽈리고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다.


하우스 안의 꽈리고추가 싱싱하게 자라 열매를 맺었다.

마을에서 꽈리고추를 재배할 때는 일시에 무작정 시작하지 않고 농가마다 순차적으로 한다. 그래야만 일시에 출하될 경우 발생하게 되는 가격폭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진지역 농가들이 사용 중인 반촉성재배법은 빠른 출하로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은 물론 농번기에 집중되는 노동력도 분산시켜 농가 일손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알차게 열린 꽈리고추

이순풍씨는 60년대 말 500평의 밭에 꽈리고추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는 재배기술이 정립돼 있지 않았을 뿐아니라, 전기나 비닐 등이 보급되지 않아 물지게로 물을 운반해 관수를 했다고 하니 그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3월에 정식한 모가 꽃샘추위로 얼어죽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이른 아침에 하우스에 나와 고추를 딴다.



요즘 농촌에 젊은이가 없고, 노령화 추세이다 보니 무릎관절이 안 좋아 앉아서 일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하기 위해 엉덩이에 이렇게 대는 푹신한 스펀지 방석이 인기다. 참 이채롭고 재미있는 방석이다.


▲파랗고 싱싱하게 잘 자란 꽈리고추가 신토불이 농산물의 싱그러움을 자랑한다

이순풍씨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노력을 거듭한 끝에 70년대 초 점차 재배방법이 개선되고, 타작목에 비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돼 이웃 농가나 인접 면까지 재배가 확산됐다. 그러자 이순풍씨는 이웃 농가들과 함께 꽈리고추 작목반을 만들었다. 다같이 재배하고, 노하우도 공유하며 일손이 바쁠 때는 서로 돕고, 출하도 함께 하면서 농가소득은 날로 높아졌다. 마을 주민들간에 상호 끈끈한 정과 화목함이 커지는 건 덤으로 얻은 행복이었다.

그렇게 비닐 멀칭, 관수호스, 지중난방 등 새 기술과 신기자재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타작목반에 기술을 전파하는 등 당진 꽈리고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순풍씨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의 당진 꽈리고추가 전국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르게 됐고, 그것은 이제 ‘당진 꽈리고추’라는 대명사로 굳어졌다. ‘대한민국 삼성전자’, ‘천안 호두’, ‘서산 육쪽마늘’ 이런 식으로.



꽈리고추로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정에서 가장 쉽고 빠르고 편하게 할수 있는 게 꽈리고추 멸치볶음이다. 이건 그야말로 초여름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살림초보 주부들 사이에서는 눈 감고도 만들 수 있는 반찬으로, 짭쪼름하면서 살짝 달큰한 맛이 일품이다. 깨끗이 씻은 꽈리고추에 멸치를 넣고 기본 양념만 한 뒤 다글다글 볶아내면 끝인 매우 간단한 레시피. 그래서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도 인기 높았던 음식이고, 지금도 가정에서는 웬만큼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먹을수 있는 대표적 밑반찬으로 꼽힌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꽈리고추 멸치볶음은 집집마다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왜일까? 중요한 포인트 몇 가지를 짚어보며 설명드린다.



우선 꽈리고추의 매운 맛이 너무 강할 때는 찬물에 20분 정도 담가 두면 어느 정도 매운 맛이 빠진다. 그리고 멸치는 중멸치로 준비하는 게 좋다. 잔멸치는 꽈리고추와 섞이면 집어먹기 힘들고, 굵은 멸치는 비릿한 맛이 강해서 꽈리고추와 함께 볶을 때는 중멸치가 가장 적당하다.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른 후 꽈리고추를 넣고 2~3분 정도 볶아주면 되는데, 이렇게 충분히 볶아준 꽈리고추는 색감도 파릇하고 적당히 아삭해진다. 꽈리고추 멸치볶음의 맛의 포인트는 멸치와 꽈리고추의 조화인데, 멸치와 꽈리고추의 익는 시간이 많이 달라서 함께 넣고 볶아주면 고추는 싱겁고 멸치는 다 부스러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꽈리고추를 식용유에 먼저 충분히 볶아준 후 멸치를 넣어주어야 맛이 잘 어울리게 된다.



꽈리고추는 비타민A와 철·인 등 무기질이 풍부하며, 매운 맛이 적어 신세대 기호에 알맞다. 특히 오렌지 등 일반 과일보다 비타민C를 훨씬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한창 자라는 어린이에게 좋다. 조림, 볶음, 튀김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꽈리고추는 캡사이신 성분 때문에 몸에 열을 나게 해 풍한(風寒)을 방지하며, 비만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삭한 식감, 풍부한 영양, 초여름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 당진 꽈리고추!! 여기에는 이순풍씨의 피땀어린 노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