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오불

조미애 2011. 6. 1. 09:13

 

 

올해 최대 예능 이슈인 mbc의 '나가수' 투표 방식에 대한

수학교사들의 바람직한 투표 방식을 소개합니다.^*^

 

올 상반기 예능계의 최대 이슈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나가수)’ 열풍이다. 좋은 가수가 다시 조명을 받고, 가슴 울리는 노래가 연령대를 뛰어넘어 사랑받게 된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눈과 귀가 쏠렸다. 경연에서 소개된 노래는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나가수의 규칙은 간단하다. 7명의 가수가 주어진 미션에 맞게 노래를 부르면, 연령대별로 100명씩 총 500명의 청중평가단이 경연을 마친 뒤 그 자리에서 투표를 한다. 처음에는 그날 가장 감동을 준 가수 한 명에게 투표하게 했다. 표를 가장 적게 얻은 가수는 다음 주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첫 탈락자의 이름이 모두의 예상에서 빗나가면서 시작됐다. 당황한 제작진은 탈락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규칙을 급하게 만들었지만 논란만 키우고 말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 탈락자를 뽑는데 1위에게 투표를?


나가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1위를 뽑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탈락자 1명을 가려내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런데도 청중평가단에게는 가장 감동을 준 1명에게 투표하게 했다. 투표의 목적이 기획 의도와 완전히 달랐으니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나 항상 그대를’을 록 버전으로 맛깔나게 부른 윤도현 밴드에게 표를 준 청중이 반드시 김건모를 7위라고 생각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장을 뽑듯 1인 1투표제를 통해 다득표로 순위를 정하는 것은 청중의 속마음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무난한 공연을 한 탓에 표를 주진 못했지만 마음속에 담아둔 2위가 자칫 탈락자가 되기 십상인 것이다.


모든 가수에게 직접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어떨까? 이 프로그램에서도 가수의 매니저로 나오는 연예인 사이에서는 이 방식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청중평가단 37명이 A, B, C, D 4명의 가수에 대해 순위를 매긴 결과가 다음과 같다고 해 보자.

 <표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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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득표로 따진다면 A가 14명에게 1위 표를 얻어 1등이다. 하지만 평가단의 마음을 모두 반영하기 위해 1위는 4점, 2위는 3점, 3위는 2점, 4위는 1점으로 점수화해 계산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A는 79점, B는 106점, C는 104점, D는 81점이 나와 B가 1위다. 오히려 A는 꼴찌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온다. 어쩌면 첫 탈락자였던 김건모는 B처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단지 1위 표가 적었다는 이유로 탈락했을 수도 있다.


모든 후보에게 순위를 매긴 뒤 점수화해 1위를 가리는 방식을 ‘보르다 방식’이라고 한다. 나가수가 보르다 방식을 썼더라면 방송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사태에는 이르지 않았을 테다. 가수들의 경연을 그리워하던 시청자 역시 방송국이 왜 이런 방법을 몰랐냐고 투덜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만약 나가수의 PD가 투표 방식을 보르다 방식으로 바꾸고 “이제 완벽한 투표 방식을 도입했으니 안심하세요”라고 한 뒤,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 보자.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청중평가단의 수는 11명으로 했다.

<표2> 참조

표2.jpg

 

보르다 방식에 의해 32점을 얻은 B가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왠지 꺼림칙하다. 총 11명 중에서 A를 1위로 선택한 사람이 6명으로 절반을 넘는데도 A는 3위에 머무른 것이다. 오히려 B를 1위로 선택한 사람은 2명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A가 실력은 뛰어나지만 평소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안티팬이 많다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이처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총점 때문에 빚어진 사태 역시 청중의 속마음을 잘 반영했다고 보기 힘들다. 상황이 어떻게 벌어지느냐에 따라 보르다 방식도 완벽한 투표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 1인 3투표제에 누적투표제를 덧붙인다면?


‘슈퍼스타K2’와 ‘위대한 탄생’은 ‘1후보 1투표제’를 채택했다. 꼭 지지하고픈 후보가 여럿 있다면 모든 후보에게 문자투표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방식을 ‘승인투표제’라고 부른다. 여기서 1위를 하려면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5월 1일. 나가수는 새로운 포맷으로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크게 두 가지 규칙을 바꿨는데, 첫째는 경연을 두 차례 거친 뒤 탈락자를 정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의 1인 1투표제를 1인 3투표제로 바꾼다는 것이다. 하필 첫날 고른 곡이 그 가수의 장점을 잘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고 얼마나 알려진 곡을 골랐느냐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수에게는 두 번의 기회를 주고 평가단에게는 3명씩 선택하게 한 것이다.


1인 3투표제는 일종의 승인투표제다. 물론 이것 역시 다른 투표 방식처럼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1951년에 ‘완벽하게 합리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수학적으로 증명해 노벨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분명 처음의 투표 방식보다는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조차 투표 방식이나 결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한다면 방송이 산으로 가 버릴 지도 모른다.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린 탓에 마지막 조언을 하나 하고 싶다. 나가수에 나오는 7명의 출연자 중에서 지지층이 적은 가수에게 1인 3투표제는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윤도현 밴드가 원래 추구하는 록 정신을 살린 공연을 계속한다면, 다양한 연령대의 지지를 꾸준히 받아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을 받기 힘들다. 물론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청중들이 평소 경험하지 못한 퍼포먼스 덕이었던 경향이 짙다. 꼭 1위가 아니어도 좋으니 6위 안에 들어 록 밴드가 끝까지 버텨주길 바라는 소수 팬의 마음을 보호할 투표 방식은 없는 걸까?


그래서 나가수의 1인 3투표제에 ‘누적투표제’를 덧붙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반드시 3명의 가수에게 투표하기보다, 가수 A가 오늘 최고의 공연을 펼쳤다면 다른 가수에게는 투표하지 않고 3표를 모두 A에게 줄 수 있게 하는 방식 말이다. 이 방식이라면 록 음악을 지지하는 소수의 바람이 끝까지 지켜질 수도 있을 것이다. 누적투표제는 아카데미 수상작을 결정할 때나 스위스와 독일의 의회 선거에서도 이미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 방식은 결과를 계산하기가 복잡하다. 나가수처럼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결과를 살펴야 한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IT 강국에서 이쯤이야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투표를 도입한다면 손으로 계산할 때 생길 수 있는 오차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완벽하게 공정한 투표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제작진이 공정성을 확보한 최선의 투표 방식을 택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때부터는 프로그램을 즐기는 게 맘 편하다. 나가수의 기획 의도처럼 훌륭한 가수들의 노래로 행복한 일요일 저녁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글=배수경(고양 호곡중 수학교사), 오혜정(안양 부흥고 수학교사), 윤장로(안양 신성고 수학교사)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110530200002239679&classcode=01

 

'나가수' 투표 “부담 크지만… ‘탈락자 투표’ 가장 합리적”

동아일보 2011.6.3(금) 03:00 편집


“탈락자는 ○○○!”


대중음악의 지축을 흔들고 있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나가수)가 연일 화제다. 매번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어떻게 투표를 했기에, 저 가수가 꼴찌야’라는 댓글이 붙는다. 일부에서는 경연 결과를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가수는 각종 논란과 찬사 속에 진행되고 있지만 여기서 사용하는 투표 방식은 수학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 허점이 있다.


○ 1위에게 투표해서는 7위 결정 못해

나가수는 아이돌 위주로 흘러가던 대중음악에 경종을 울렸다. 노래가 주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며, 그 감동을 전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수라는 새로운 정의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탈락자로 의외의 인물이 선정되자 논란이 시작됐다.


수학의 눈으로 볼 때 논란의 원인은 투표 방식에 있다. 탈락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1위에게 투표하게 한 것이 문제였다. 나가수는 청중평가단 500명에게 가장 감동을 준 가수 1명을 고르게 하고 표를 가장 적게 얻은 가수가 탈락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나가수는 ‘다수결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다수결의 함정은 1위만을 뽑는 방식에서 2위가 탈락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만약 1위를 차지한 윤도현에게 표를 준 사람이 김건모를 2위라고 생각하더라도 표를 가장 적게 받으면 7위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탈락자(7위)를 선정하려면 제일 못 부른 가수에게 투표하는 편이 낫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방식은 가수, 청중, 제작진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제작진은 지난달부터 감동을 준 가수 3명에게 표를 주는 ‘1인 3투표제’를 채택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좋아하는 모든 후보에게 문자투표를 하는 방식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같은 ‘찬성투표제’는 미국 학술계에서 회장을 뽑을 때 종종 쓰인다.


나가수에서는 금지됐지만 만약 가수 1명에게 3표를 모두 몰아주는 게 허용되면 ‘누적투표제’가 된다. 누적투표제는 주주총회 등에서 갖고 있는 투표권만큼 마음껏 투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는 모든 청중평가단이 1위에게 3표를 몰아주면 기존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단점이 있다.


○ 순서 특혜 논란, 실시간 순위로 해결 가능


나가수에서는 ‘경연 순서 특혜 논란’도 있다. 최근 나가수 방영분에는 새로운 가수에게 경연의 6, 7번째 순서를 우선 배정하며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먼저 무대에 오른 가수는 뒤에 등장하는 가수의 경연에 묻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다.


수학 원리를 도입하면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프랑스 수학자인 장샤를 드 보르다가 1770년 개발한 ‘보르다 투표제’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보르다 투표제는 모든 후보에게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이는 이미 나가수에서 가수들의 매니저로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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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들은 경연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가수의 이름판을 순위대로 나열한다. 막 경연을 마친 가수가 누구보다는 좋았고, 누구보다는 못했다는 것만 따진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경연 순서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청중평가단도 같은 방식으로 공연이 끝날 때마다 실시간으로 순위를 매긴 뒤 1∼7위에게 차등으로 점수를 줘 합산하면 보르다 투표제가 가능하다. 이는 심사위원단이 가수나 피겨스케이팅 선수 각각에게 평가점수를 매기는 ‘점수투표제’와는 다르다.


문제는 탈락자 못지않게 1위도 주목받는 상황에선 의외의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평가단이 1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2위가 될 듯한 가수에게 7위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티팬’이 많은 가수라면 경연과 상관없이 최하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완벽한 투표 방식이란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선택은 존재할 수 없다’는 ‘불가능의 정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해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건이 많아질수록 조건끼리 모순되기 때문에 모든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정리다. 불가능의 정리에 도전하는 것은 나가수를 비롯한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숙제인 셈이다.


 

(도움말: 경기 고양 호곡중 배수경 수학교사, 경기 안양 부흥고 오혜정 수학교사, 경기 안양 신성고 윤장로 수학교사)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http://news.donga.com/3/all/20110603/37746459/1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