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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29. 08:55

피플인

 

"일주일에 한 번 숨 쉬러 와요"

청주의 예비사회적기업 극단 새벽 '주부 연극교실'

극단새벽-일주일에 한번 숨쉬러 와요.pdf

 

 

이성종 '복지영상'

 

어렸을 적엔 연극이라는 것이

참 쉽게 다가왔었는데,

(초등학교 학예회 때 연극에서 불렀던 노래가 아직도 기억나는 이유는 뭐지? )

 

교회 청년시절 크리스마스 성극을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기는 커녕 관객의 역할도 잘 못하고 있는 어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청주에서 연극을 하는 예비사회적 기업 '극단 새벽' 에 도착해

청년시절 무대에서 했던 연극대사가 뭐였지 생각하며 컴컴한 빈 좌석들 사이로 더듬더듬

시간 여행하듯 무대쪽으로 다가갑니다.

    

분명 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이지만,

연극의 3요소중 관객이 없는 연습무대는

연기자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있는 친근한 마루로 바뀝니다.

종류별로 차려진 커피믹스와 차봉지들

높낮이와 모양이 들쑥 날쑥한 머그컵들

방금 뎁혀 놓은 전기주전자

그리고 빨간 빛이 나는 전기난로,

그 주변을 둘러싼 소품으로 쓰일 네모난 의자들

 

대기실 커튼이 젖혀지며 소란스러운 주부들 몇 명이 등장합니다. 카메라에 놀란 듯 멈칫 하다가 이내 보통의 아저씨를 대하듯

그들만의 대화에 빠져듭니다.

 

연극 연습을 하는 걸까? 일상을 이야기 하는 걸까?

분위기 파악 덜 된 아저씨는 사람들이 대본을 꺼내고 나서야

연극이 아니었던 것을 알게됩니다.

 

대략 열명의 주부가 둘러 앉아

대본을 한 문장씩 읽어 나갑니다.

 

 

<그 여자의 소원>

 

'무대 한 편에 아랫목과 같은 자리가 있고,

그곳에 작은할머니와 소녀가 앉았다.

 

[손녀] (저고리를 들며) 이제 이것만 남았어요

[작은할머니] 그랴... 이리 내

[손녀] (저고리를 건네며)...

 

각자의 개성이 담긴 목소리로

할머니 목소리, 손녀 목소리, 때론 지문의 글을 한 대역씩 돌아 가며

주어진 역할에 자기만의 스타일로 낭독합니다.

 

주부가 아니랄까봐 아낀다고 A4 용지에 두 쪽씩 나오게 인쇄를 해온 것 까진 괜찮았는데,

노안이 온 몇 몇 사람들은 안경을 들었다 놨다. 읽기만 하는 연기인데 괜스레 어려워집니다.

 

한 참을 읽어 나간 대본이 끝났는지 연극을 지도하는 김옥희 선생님이 낭독채가 아닌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할아버지 얘기야~" 다들 공감하는 듯 끄덕끄덕 하는데,

 

그 중 한 명이 묻습니다.

"그런데, 큰 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신 거에요?"

"아니 방금 대본 읽어 봤는데, 모르겠어요? "

   

초상집에서 실컷 울고 나서 누가 돌아가셨나고 한다더니,

집에서 읽어보고, 다 같이 돌아가며 읽어도 읽는 글자따로, 내용이 따로 접수되는

오학년 여학생은 집에가서 몇 번은 더 읽으리라 다짐합니다.

처음 만난 대본인대도

삼년차 주부배우라 그런지 감정이입은 전문배우를 능가합니다.

"오늘 대본 슬플 것 같아요. 주인공 작은 할머니 역이 내가 한다면 슬플 것 같아요

진짜 슬퍼서 가슴이 아려올 것 같아요

 

가슴이 아리다는 말이 이럴 때 써야 하는 겁니다라고 알려주는 듯한 표정으로

벌써 자기 배역으로 정했다는 듯이 아파하는 원정숙(50)씨에게 뭐하러 남의 슬픔을 느끼느냐고 물어봅니다.

 

"재미있잖아요, 다른 여자의 인생을 살아보는 거

한 순간만이라도 그 여자,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를 발견하는 거 그것 때문에 스릴 있잖아요"

 

뭐하러 남의 슬픔을 느끼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재미있다'는 의외의 대답이 나옵니다.

 

'남의 삶을 살아보면서, 나를 발견한다니'

무대위에 올라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듯..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또 다른 주부의 입을 통해 듣습니다.

 

"오늘 대본은 속상하던데, 공연 끝나고 엉엉 울어야죠. 카타르시스를 느껴야죠,

엉엉 울겁니다."

 

이십대의 십년세월을 금융기관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극을 도전 한다는 홍미선(34)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른이 되어가면서 '엉엉우는' 시간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 지금까지의 나를 잠깐 떠나

맘껏 슬퍼하고, 분노하고, 기뻐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온다면,

진정한 나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년동안 연극 배우로 활동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로 '주부극단'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김옥희씨는

이런 주부들에게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받는다고 합니다.

 

첫 해에는 저의 에너지가 간다고 생각했어요.

20년 넘게 무대에서 공연을 했고, 나눌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 까 했는데

이분들과 함께 시간을 거듭하면서 받는 에너지가 굉장합니다.

처음에는 귀찮기도 하고, 매주 나와야 하고 시간 내기가 복잡하고 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에너지를 많이 주세요.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눠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문화나눔이 아닐까 생각하고, 극단 새벽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게 감사해요

 

머리로 대본을 읽었으니

이번엔 몸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삥 둘러서서 공공칠빵을 연상하는 놀이를 하는 듯 싶더니,

술레가 된 사람은 죽는 연기를 하며 쓰러집니다.

 

'~, 목이 조여오는 듯한 숨막힘을 얼굴표정에 두 손으로 목을 감싸쥐더니,

서서히 무릎을 끓고, 옆으로 쓰러지며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

 

이렇게 한 명씩 자기 스타일로 죽어가더니,

옥희씨는 분위기를 바꿔 기다란 막대기를 하나씩 손에 쥐어 줍니다.

  

 

 

 

 

 

  

두 사람이 연결되는데,

손바닥끼리 막대기를 미는 힘을 적당히 조절해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면서 움직임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힘을 주면서 이끄는 사람과, 말없이 그 힘을 받아서 움직임을 받는 사람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의 느낌을 주고 받으며 마치 춤을 추듯

새로운 동작들이 나타납니다.

 

음악까지 틀어놓으니

신이난 주부 몇몇은 한창 유행하는 '강남 스타일' 식으로 동작을 응용해 보기도 합니다.

                                  

몸으로 무언가를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은 요즈음

소녀들의 짖궂은 장난을 보는 것 같은

연극놀이를 보고 있자니.

주부들이 이 곳에 오는 이유가 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한창 신나게 몸을 풀던 이재희(43)씨는 부지런히 짐을 챙겨

뛰어나갑니다. 부모님 간병과 아이들 뒷 바라지를 하는 사이의 시간을 내서

화끈하게 다른 삶을 살아보고 돌아가며 한마디 합니다.

 

많은 시간을 내서 하고 싶은데, 하면서 제일 좋은 점은, 나를 발견했다는 거에요.

내 자신을, 이름도 찾게 되고 모든 게 즐거운 거에요.

항상 웃음 짓게 되고, 집안 분위기도 밝아졌어요. 우리 아이들도 엄청 좋아해요.

좋아서 힘든 것도 모르겠어요

 

무슨 마법에라도 빠진 것 같은 사람들의 소감을 들으며

어리둥절하는 아저씨에게

4학년2반 김보현님이 인상깊은 말을 전합니다.

 

연극하는데 와서 주어지는 특별한 경험,

특별한 경험이없으면 삶의 숨쉬는 구멍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숨쉬러 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삶에서 숨 한 번 제대로 쉬고 싶은 분은

극단새벽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직장인, 중고등 학생, 주부들이 모여 기쁘게, 슬프게, 신나게, 가쁘게.. 여러 색깔의 숨을 쉬고 있습니다.

 

극단새벽 043-286-7979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수곡21002번지 상가1동 지하 2

http://cafe.daum.net/sabyuk

직장인반, 해오름반, 주부연극교실 4기 단원 수시로 모집중.

 

 

서울 성북구에서는 풍경소리 주부연극교실이 개강 준비중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연락 부탁드려요~
02-736-5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