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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16. 17:47

팔레스타인 헤브론 지역의 소리에 대하여

    팔레스타인 헤브론 지역의 소리에 대하여.pdf

이성종

feelca@hanmail.net

 

 

헤브론에 처음 도착 한 이후 낯선 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끼게 된 것은 새벽에 울리는 '아잔' 소리였습니다.

 

 

모스크의 길쭉한 탑에는 사방으로 메가폰처럼 생긴 스피커가 달려 있는데, 하루 다섯 번 경전을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한 곳에서만 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에 여러 모스크에서 경전을 읽기 때문에 수학의 교집합 같은 느낌이라 할까 두 세 곳의 아잔 소리가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잔 소리는 며칠이 지나니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지라고 새벽을 깨워주는 것 같아 금방 적응이 되었는데, 저를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휴일인 금요일을 전 후로 결혼식이 있는데, 쏘아대는 폭죽소리가 군대에서 사격할 때 들은 총소리만큼 큽니다.

   

헤브론에 도착한 첫 주말에 숙소 근처에서 총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조심스레 창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어디선가 데모를 하는가 싶어 종군기자라도 된 것처럼 카메라를 찾아 밖을 보니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총소리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는데, 낮에 거리를 나가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결혼해요' 라고 헤브론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이 여러 대의 자동차로 도심의 도로와, 골목길을 일렬로 다니면서 경적을 울려대며 폭죽을 터뜨리는 겁니다.

    

    일부러 차량 통행을 방행하도록 차를 세운다음에 신랑과 친구들이 춤을 추며 눈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요란하게 결혼을 알립니다. 달리는 차에서 그걸 촬영하고 있는 웨딩 카메라를 처음 봤을 땐 이곳의 촬영 문화가 굉장히 앞선 것을 아닌가 걱정을 할 정도였습니다.

(내가 이곳에서 할 역할이 없으면 어쩌지?)

 

결혼이벤트는 차량 행렬에 이어 결혼하는 신랑과 신부의 집을 돌아가며 여러 색상의 전등불을 만국기처럼 달아놓아 결혼식을 알립니다.

이벤트 업체가 와서 음향과 조명, 무대를 설치해놓고 수많은 의자를 가져다 놓는데,

결혼식 전후로 며칠 동안 의식을 갖습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남자, 여자 따로 모여서 춤을 추는 것인데, 남자들은 밖에서 엠프로 나오는 커다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그 음악의 크기가 굉장히 커서 이웃에게 피해가 많이 가지 않을까 염려 될 크기이지만, 결혼식에서는 다 이해를 해주는지 밤 12시가 넘도록 진행이 됩니다.

 

춤을 추다가 폭죽을 터뜨리는데    새벽 2시에도 폭죽 소리를 들은 적이 있으니, 이 곳 사람들은 결혼식 소음 정도는 다 이해해주나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결혼식이 매주마다 몇 건씩 일어납니다. 3일 정도씩 하는 결혼식 이벤트가 몇 커플... 택시 기사들은 이번 주에 결혼식이 몇 개가 있구나 다 알고 있다고 하네요

 

주말 저녁에 옥상에 올라가서 (저희 숙소가 '자발 쉬리프'라고 언덕 이라는 뜻의 동네입니다.)

내려다 보이는 불빛들을 바라보면 어디선가 폭죽이 터지고, 어디선가 칼라풀한 조명이 집을 비추며 음악이 흘러나오고 어디선가 질주하는 차량들의 경적이 울리고 반짝이는 불빛에 원래 소리가 담겨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가장 시끄러운 불타는 목요일 저녁의 요란한 소리가 지나가면 금요일은 아잔 소리 외에 경전을 해석하는 소리가 몇 시간동안 울립니다.

 

경전을 해석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거리의 전광판에서 들려옵니다. 처음엔 종교적인 특성이려니 하고 이해를 했는데,

가만 들어보니, 긴 시간동안 일방적으로 외치는 것이 자기의 주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화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씩 동네 꼬마들을 만나면 소리 질러 자기를 알리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에 당황하기도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경전을 해석하는 종교인의 모습이 좋은 모델이라 생각하는가 봅니다

 

학교 행사장에서 보니까 아이들이 무대에 서면 평소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자세와, 목소리 톤으로 외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마치 '이 연사 외칩니다' 하는 과거의 웅변대회 모습이 연상됩니다.

 

이런 종교적인 소리 외에도 생활에서도 소리로 생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폐가전 제품수거, 아이스크림 장수, 가스배달 등 독특한 소리로 집안의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냅니다.

 

저 소리를 듣고 누가 나갈까 하는 생각으로 아침 830분이면 '빵빵빵빵빵' 경적을 규칙적으로 울리는 가스차를 짜증나는 눈빛으로 노려본 적 있는데, 우리 집 가스가 떨어지니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소리로 들려 씻다 말고 밖으로 뛰쳐나간 적이 있답니다.

"Gas Gas Coree Gas Change!"

 

아이스크림은 크리스마스 캐롤류의 자동차 후진할 때 나오는 단조로운 멜로디,

한국의 계란, 야채장수 아저씨랑 똑같은 '고철 수거'하는 차량의 녹음된 목소리,

'택시 타실래요?' 하는 뜻으로 경적을 '' 하고 울리며 지나가는 노란택시.

    어떻게 알았는지 뒷모습만 보고도 '코리' 라며 달려와 경적을 울리며 차를 멈추고

"what's your name, where you from"을 외치는 소리...

 

자전거를 타고도 스키드 마크를 내며 180도 회전 정지를 선보이는 동네 아이들의

말을 거는 다양한 아라빅 인사들과 외침들,

차가 생겼는데, 마땅히 달릴 곳이 없어 그런지 급가속, 급정거를 하는 젊은이들의 차량 다루는 솜씨 뽐내는 소리, 잠자고 있는 내 창가에 내려 앉아 두 마리의 비둘기가 다투는 소리.

얼마 전부터 저희 숙소 화장실 창문에 알을 품고 있는 비둘기의 새끼가 부화하면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 참 궁금해집니다.

 

누군가의 일상은 낯선 이에겐 흥미로운 소리가 됩니다. 서서히 한국에 돌아갈 날이 다가오니

한국에서의 일상의 소리가 그리워집니다.

 

 

 

2013. 6. 16 오전11,

한국시간 오후 5.